에드먼튼 문학의밤에 다녀오면서 / 신금재
이웃 도시 에드먼튼 문학회에서 초대장이 날아왔다.
6월9일 시와 수필화전, 시 낭송회을 겸한 문학의 밤을 열게 되었다면서 시 낭송을 부탁하여 왔다. 캘거리 문인협회에서 행사가 있으면 에드몬톤 문학회에서도 꼭 참석하여 주시는지라 우리도 참석하여 축하의 인사를 하기로 하였다. 문인협회 회원이 되면서부터 회원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든지 문학회의 행사가 있을 때는 꼭 참석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토요일 오전, 지인의 결혼식이 있어서 우리는 조금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예전에 사놓은 네비게이션이 있으니 든든한 마음으로 시간 안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겠지, 하고 느긋하게 하이웨이를 향해서 신나게 우리는 달렸다.
오랜만에 시외를 벗어나 남편과 함께 일상을 뒤로 하고 달리니 시원한 바람에 마음까지 상쾌하였다. 지난 주에 있었던 아들 장가보내기 뒷이야기도 하면서 3시간쯤 달렸을까, 우리는 에드먼튼 근교에 도착하게 되었다.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빗줄기가 에드먼튼 시내에 들어서자 아주 작정한 듯 굵게 퍼붓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여러 차례 확인하며 넣었기에 알려주는 대로 달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난 번 참석할 때 지나가던 길이 아니고 자꾸 네비게이션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이 아닌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미 행사가 시작될 시간은 가까워 오는데 이 일을 어찌할지... 여기까지 말없이 길을 나서준 남편에게 너무 미안해서 무어라고 말도 못하고
속만 까맣게 타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엉뚱한 일이 생겨서 난처해지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목이 잡히기도 한다지만, 이미 우리는 에드몬톤에서 길 잃은 미아가 되어가고 있었다.
사방은 어둡고 비는 퍼부어 대고 어디가 어딘지 동서남북을 알 수가 없었다.
우리는 네비게이션을 꺼버리고 초대장의 주소를 향하여 이정표를 확인하면서
이미 행사가 진행 중이라 전화를 한다고 하여도 받을지 의문스러웠지만, 출발하기 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비상 전화번호를 적어온 것이 생각나 전화를 했더니 다행히 연결이 되었다.
"너무 멀리 가셨네요."
"23애비뉴을 찾아서 캘거리 트레일로 들어오세요" 한다.
사람이 위기에 부딪히면 단합과 협동이 잘된다고 하더니 빗속을 운전하는 남편을 대신하여 빗물에 가려 잘 안 보이는 이정표를 자세히 보면서 드디어 행사장에 도착하였다. 전화를 받은 지인이 걱정이 되었는지 행사장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마치 잃었던 친정 동생을 찾은 듯 반갑게 맞이하였다. 이미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에게 연락을 하여 순서를 조금 미루어 둔 상태였다. "너 이놈, 네비게이션 내가 캘거리에 가면 당장에 너를 버리고 새 것으로 사고 말리라. 혼날 각오해라." 혼잣말로 네이게이션 탓을 하고 있었다. 시 낭송을 해야 하는데 긴장하고 비를 맞아서 인지 춥고 몸이 떨리고 있었다. 몸에 열이 나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적당히 하고 싶어도 얼음꽃 문학회에서 낭송하시는 노시인은 그 연세에 자작시를 모두 외워서 자신 있는 목소리로 암송하고 계시는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래, 낭송을 잘 못한다 하여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여주자며 드레스로 갈아입고 차분히 단상에 올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나름대로 잘해 보려고 몇 번을 읽고 또 읽으면서 연습을 하였는데 그만 빗물에 원고가 붙어서 넘겨가질 않았다. "종이가 비에 젖어 떨어지지가 않네요" 하고 솔직한 말 했더니 참석한 사람들은 오히려 박수를 쳐주고 웃어주었다. 정신 없이 단상을 내려오며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캘거리 문인협회를 대표하여 자작시-자전거 monologue -를 낭송하고 내려왔다.
우리는 그 밤을 달려 다시 캘거리로 내려왔다. 돌아오는 길에도 비는 추적거리는 데 어두운 하이웨이 길, 군데군데 불빛이 보일 때 마다 에드몬톤 문학의 밤 장면들이 떠올라 혼자서 피식하고 웃었다. 그런 큰 잔치를 성대하고 순조롭게 치루어 내는 에드먼튼 문학회가 부러워졌다.
특히, 새롭게 선보였던 시극은 남장한 시인의 몸짓이 너무 재미있고
여장을 한 신파 의상이 참으로 멋져 보였다. 먹고 사는 절실한 일도 아닌데 이 폭우
속을 왕복 7시간을 달리면서 함께 해준 남편에게 감사하며 문학이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내 마음의 네이게이션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잘 가고 있는지 아니면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지는 않는지 한 번쯤 가던 길을 멈추고 내 마음의 네비게이션을 점검해본다.
에드먼튼 시화전 및 수필화전과 문학의 밤을 다시 한 번 축하 드리며 그날의 일기를 쓰는 밤,
마지막 휘날레 무대를 장식한 클로드 최의 황홀한 달빛 연주가 나의 귓가를 맴돈다.
자전거 monologue
몇 해를 애지중지 아껴 타던 자전거
산뜻하던 색상도 빛을 잃은 채
두 팔을 늘어뜨리고 벽에 기대어 서 있다
짐을 싣던 받침대를 벗어놓고
아침마다 달리던 길 무심히 바라보는데
낙엽 하나 안장 위로 떨어진다
굽이굽이 덜컹거리며 구르던 바퀴
밟아만 주면 생기가 돌아
쌩쌩 바람을 가르던 바퀴살
느닷없이 튀어나온 검은 고양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역회전의 순간들
팽팽한 긴장감에 몸통이 휘어져도
다시 일어나 앞만 보고 달려온 길
녹슨 체인에 다시 기름 친다
달려야만 쓰러지지 않는 두 바퀴
무릎에 힘을 주어 페달을 밟는다.
Monologue of the Bicycle
Written by Anna Sin
I have doted the bicycle for a few years
As the bright color also is faded away
And it is leaning on the wall with hanging down the arms
Taking off the holder for the load
While it is staring unconsciously at the streets
Where it used to run in each and every morning
A fallen leaf is falling on the saddle
The spokes are bumping on the winding path
Refreshing once I push the pedals
The spokes of the wheels rushing wind
A black cat rushes out suddenly
I am unwilling to get the each moment of the conterturn
Although my body was bent by the strict tension
I stand up again and just look towards the front and run on the paths
I put oil on the rotten chain
The two wheels would not fall down only by running
I push on the pedals strongly with my knees
Translated by Cho Mina
-For the poem of Edmonton Literary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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