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국제
눈-팔 잃은 우크라이나 軍 남편, 꼭 안은 아내
안톤 헤라시첸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트위터 캡처
입력 2023-07-14 03:00 업데이트 2023-07-14 03:00
조국을 지키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에 자원, 입대했다가 전장에서 두 눈과 양팔, 한쪽 다리 그리고 한쪽 귀의 청력을 잃은 안드리 핀스카(위쪽 사진 오른쪽)가 최근 수도 키이우 병원 침상에서 아내 알리나와 함께 누워 있다. 안드리는 올 5월 러시아군 포격을 받고 이 같은 중상을 입었다. 아래 사진은 입대 직후 전쟁터로 떠나기 전 찍은 것으로 보이는 핀스카와 알리나 부부.
(유정)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우크라이나의 한 병사가 전투에 자원입대 후 받은 상처가 너무나 크다. 죽음을 모면했지만, 두 눈, 양팔, 한쪽 다리 그리고 한쪽 귀의 청력까지 잃었다니 어떻게 살란 말인가? 결혼했고 아내가 돌봐준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한 남편을 언제까지 돌봐야 하나?
이 참혹한 현실을 우리는 깊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동아일보|오피니언
전쟁의 진정한 무서움[임용한의 전쟁사]〈271〉
임용한 역사학자
입력 2023-07-10 23:48 업데이트 2023-07-10 23:48
초 패왕 항우가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았던 유방에게 패배한 이유로 항우가 포로로 잡은 진나라 군사 20만을 살해한 사건을 든다. 20만이란 숫자가 믿을 수 있는 숫자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대학살을 벌인 것은 틀림없다. 이들은 진나라의 중심인 관중 지방에서 징병한 병사들이었고, 그들의 유가족들은 항우에게 분노했다.
항우뿐 아니라 고대의 전쟁에서 포로 학살은 곧잘 벌어졌다. 그러나 이 시대 사람들도 마음속의 가책은 있었다. 조나라 포로 40만을 학살했던 진나라의 명장 백기는 모함을 받아 죽게 되자 이 학살의 죗값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의 명장 이광도 자신의 불운이 과거에 저지른 포로 학살의 대가라고 했다.
이처럼 이성과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 왜 이런 몰상식한 일을 저질렀을까? 항우에게 묻는다면 이유가 있었다고 말할 것이다. “20만이나 되는 포로를 먹이고 관리할 수 없다. 그들을 석방하면 다시 적군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승리하고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라고 말이다. 아마 다른 장수들도 똑같은 대답을 했을 것이다. 누구는 비장하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내 부하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이 책임과 마음의 고통은 나의 평생의 업보로 지고 가겠다.”
전쟁은 비합리가 합리를, 몰상식이 상식을 이기게 만든다. 여기서 이긴다는 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넘어서 그것이 옳은 길이라고 확신하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이 포로들을 죽이면 안 된다. 당신이 이 전쟁을 하는 이유가 천하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포로를 죽이면 전투에서 승리해도 천하를 잃게 된다’라는 말로 항우를 설득할 수 있었을까? 불가능하다.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집속탄을 제공하기로 했다. 러시아군은 이미 백린탄과 집속탄을 사용하고 있다. 자포리자 원전의 폭파 위협이 시작되고, 핵 위협도 계속되고 있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행위들이지만, 합리와 상식의 계단이 하나하나 점거되고 있다. 이것이 전쟁의 진정한 무서움이다. 이성의 마지노선은 어디일까?
(유정) 위의 글은 전쟁 중에 발생한 포로에 관한 이야기. 살려두고 전쟁하자니 포로에게 들어가는 식량 및 관리가 쉽지 않다. 자국 군인에게 사용할 군비도 넉넉지 못한 상황에, 포로에 대한 관리비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그냥 돌려보내면 다시 적군이 되어 반격할지도 모르니 없앨 수밖에 없는 아군 지휘자의 고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과 싸움, 서로 양보가 없다면 더 확대될까 봐 걱정이 커지고 있다. 조용하게 서로 돕고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