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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이야기는 한거잡록에 기재되어 있는 얘기입니다.서화담(서거정)이 젊었을 때 단양(丹陽) 지역에 갔는 데, 산골 사람들이 산제(山祭)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상에 많은 제물을 차려 놓은 제상(祭床) 주위 나무에는 집집마다 형편 따라 쌀을 자루에 넣어가지고 와서는 모두가 다 고걸 매달아 놓는 거였습니다. 사람들이 매년 요로코롬 제사를 모시지 않으면 그해는 언제나 큰 재앙을 입는다고 말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서화담은 그날 밤 산제를 지내는 곳, 으슥한 곳에,숨어서 살피니, 4경(更)에 한 신(神)이 서쪽으로부터 구름을 타고 내려오더니, 차려놓은 제물을 먹는데 수저소리도 나고 마시는 소리도 났는데,다 먹고난 후는 쌀자루들을 거두어 다시 구름을 타고는, 서쪽 하늘로 날아가는 거였습니다.그래서 이튿날 화담이 그 신이 날아간 방향으로 3, 40리쯤 산속을 따라 들어갔드니, 바위틈에 하나의 굴이 있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굴속이 너무 어두워 밀랍(蜜蠟)을 수십 근 사서 고걸로 초를 5, 60자루를 만들어 불을 켜고 들어갔습니다.
그랫드니,초가 거의 다 떨어질 무렵에 한 틈새로 밝은 빛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고걸 밀치고 들어가니 넓은 천지가 열리고, 물이 흐르고 기름진 들이 펼쳐쳐저 있는데,그때 아침 아침 해가 뜨고 있는 거였습니다.화담이 높은 바위 위에 앉아 살펴보니, 흰옷을 입은 한 노승이 시내가에서, 쌀을 가지고 와 씻더니, 뜨는 해를 향해 보면서 그 쌀뜨물을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화담이 이를 보고 요괴임을 알고는 크게 기침을 하고는 소리치니, 노승은 사람이 있음을 알고 화담이 앉은 바위 아래로 달려와서는 그라고는 몸이 점점 길어지드니, 화담이 앉아 있는 바로 코앞에 까지 얼굴이 가까이 닦아와서 그해서 서로가 정면으로 맞대고는 노려보게 되어지는 거였습니다.
그러자, 화담 역시 이 기세에 눌리면 안된다는 걸, 알고는 눈을 똑바로 뜨고는 하루 종일 마주보고 있었드니, 해질 무렵이 되자, 노승은 기세가 꺽기기 시작하드니 몸이 작아지면서 바위 아래로 내려가고는 보이지 않는 거였습니다.그래서 화담이 바위 아래로 내려가 보니 노승의 옷은 바위에 걸쳐 있고 그 옆에는 큰 흰 고양이 한 마리가 죽어 있는 거였습니다.
화담이 굴속 밖의 주위를 둘러보니 웅장한 건물이 있고 그 앞뒤로는 수십 간 의 집들이 있는데, 그 집방안에는 쌀이 방마다 가득 쌓여 있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서화담은 굴을 나와 단양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마을 사람들과 같이 가서 쌀을 싣고 나왔는데, 이후론 산제를 지내지 않아도 다신 재앙이 일으나지 않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