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신곡 (연옥 8곡)】 "천사의 출현과 단테와 말라스피나"
천사의 출현과 단테와 말라스피나
처음 길을 나선 순례자가 멀리서 들려오는
저물어 가는 하루를 슬퍼하는 듯한 만종 소리에
사랑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하는 시간이었다.
옛 벗이 생각나게 하는 아름답고 슬픈 시간을 노래한 시에 가슴이 찡 울립니다.
나는 소르델로의 얘기를 듣지 않고 어떤 한 영혼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의 입에서 아주 경건하고 지극히 듣기 좋은 멜로디가 흘러나왔습니다. 다른 영혼들도 그를 따라 천국의 하늘들에 눈을 고정시킨 채 경건하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독자여, 눈을 날카롭게 하여 진실을 바라보라!
이제 이 순간 진실은 얇은 너울에 덮여 있어
안을 들여다보기 쉬울 터이니.
비유의 너울이 너무 얇아서 진실을 보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치기 쉽기 때문에 눈을 날카롭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고귀한 영혼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다음 일을 기다리느라 유순해졌습니다.
두 자루의 칼을 들고 두 천사가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녹색의 천사들이 내려와 영혼들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도와주려는 모습입니다. 이곳에도 뱀이 나타나 이들 영혼을 유혹하는 듯합니다.
소르델로가 말했다. “저 두 천사는 이 계곡에 있는
뱀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려고 마리아의 품에서
왔지요. 뱀이 곧 올 테니 보게 될 겁니다.“
나는 어느 지점에서 뱀이 나올까 두려워 선생님의 어깨에 다가섰습니다.
소르델로가 저 아래 고귀한 망령들에게 가서 얘기를 나눠보자고 합니다.
아래 편에 이르렀을 때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망령 하나가 있었습니다.
우골리노 백작의 장인. 궬피파 수장인 니노였습니다. 그가 지옥에 있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는 다정한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그가 정죄산 기슭까지 올라온 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슬픈 곳을 지나 오늘 아침에 이곳에 왔소.
나는 아직 첫 번째 삶에 있지만
이 길을 따르면서 다른 삶을 얻으려 하고 있소.
단테의 대답에 니노와 소르델로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 깜짝 놀랐습니다.
니노는 나를 보며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베푸신 은총의 이름으로 당신이 저 세상으로 가면 나의 딸 조반나에게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해 주라며 부탁을 했습니다.
나의 눈은 별들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하늘에 고정되었습니다.
길잡이가 입을 열었다. “아들아! 무얼 그렇게 바라보느냐?”
“저 타오르는 세 개의 불꽃이
이곳 남극을 온통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네가 보았던
네 개의 밝은 별들이 이제 산 아래로 저물고,
저 별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여 떠올랐구나.
밤에 어울리는 관조적인 생활을 이끄는 세 개의 별은 믿음, 소망, 사랑의 신학적인 세 덕성을 상징하고, 아침으로 상징되는 활동적인 생활에 맞는 네 개의 별은 신중, 정의, 강인, 절제를 상징하는 네 개의 덕성들입니다.
그러나 소르델로는 선생님의 팔을 끌며 “저기 우리의 원수를 보십시오.” 하며 손가락을 들어 우리가 볼 것을 가리켰습니다.
작은 계곡을 따라 열린 곳에 뱀 한 마리가 있었고 그놈은 풀과 꽃 사이로 흉측한 긴 끈처럼 기어 왔습니다. 천사들의 날개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에 뱀은 줄 행랑을 쳤고 천사들도 자기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니노가 불러와서 그 곁에 있던 망령은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는 코라도 말라스피나(페데리고 1세의 아들)였습니다. 그는 마그라 계곡이나 그 주변의 새로운 소식을 안다면 말해 주라며 나는 이곳에서 나의 가문에 대한 사랑을 깨끗이 다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혹시 마르라 계곡이나 그 주변의
새로운 소식을 안다면 말해 주시오.
난 그 지역에서 한 때 제법 힘이 있었던 사람이오.
나는 코라도 말라스피나라고 합니다.
옛사람이 아니라 그의 후손이며, 이곳에서
나의 사랑을 깨끗이 가다듬고 있소.“
마그라 강변 루니지아나 들판 농로를 따라 걸으면 드문드문 서 있는 밤나무 사이 공간은 피크닉 하기 좋은 장소였습니다. (토스카나 지역) 이곳에서 선사시대에는 부족들이 모여 잔치를 벌였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곳이 마그라계곡입니다. 빌라프랑카에 있는 개천은 마그라 강으로 흘러듭니다.
빌라프랑카에 있는 마그라계곡은 로마지배를 거쳐 중세 이후에는 말라스피나(Malaspina) 가문이 대대로 봉건 영주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공중 폭격으로 성과 성당 모두 파괴되어 복구하지 못한 채 성당은 1968년에 철거했고 종탑만 남았습니다.
그 철거된 성당 터 옆에 단테의 대리석 조형물이 있습니다. 단테는 정치적 망명 중 1306년 봉건영주 코라도 말라스피나 가문의 초청으로 이곳에 머물렀습니다.
단테는 만프레드 말라스피나의 후원을 받았고 그의 아들 모로엘로 말라스피나가 친구입니다.
단테는 난 당신이 살던 지역에 가 본적이 없지만 유럽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곳을 알겁니다.
"당신 가문의 빛난 명성이
영주들과 영토를 큰 소리로 찬양하니,
그곳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도 잘 알고 있는 얘기요.
당신께 맹세하건대, 내가 저 위로 올라가면,
당신의 위대한 사람들은 재물과 칼의
명예를 변함없이 잘 보존할 것이오.
당신 혈통의 관습과 덕은 아주 훌륭해서
악마의 머리가 세상을 흔들어도
악의 길을 물리치고 홀로 걸어갈 것이오."
단테는 망명 중에 은혜를 베푼 말라스피나 가문에 대해 칭찬을 합니다.
코라도 말라스피나는 7년이 지나기 전에 단테가 말한 코라도 말라스피나 가문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틀리지 않았음이 확인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