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5) 온 유종호 평론가님의 엽서.
크루즈여행기
*이미 크루즈여행을 한 분들에게는 싱거운 이야기이므로 짧게, 짧게 쓰려 한다.
1월 5일 상해에서는 중국의 힘을 새롭게 느낄 수가 있었다. 우람한 고층빌딩과 홍구공원 군데군데 모여서 운동하고 노래하는 활발한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며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재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탕신일품(湯臣一品)이라는 아파트는 평당 1억4천만 원으로, 180평이 2백억이라는데 매물이 없어 구입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한다.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기 때문에 아파트 한 층 모두 문을 잠글 필요가 없다고―.
1월 8일 일본 첫 개항지인 나가사키에서는 부산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없어 나가사키짬뽕 맛은 못 보았고, 나가사키카스테라만 몇 개 구입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냉장고 마그네트를 몇 개 구입했다.
1월 9일 오키나와는 거의 열대성 기후라 파인애플, 사탕수수, 망고 같은 식물이 그냥 노지에서 자라고 있었다. 옥수수인줄 알았는데 그게 모두 사탕수수였다. 유명한 동키호테 마트에서 에의 그 동전파스와 감기 초기 진압 특수약과 양갱을 좀 구입했다. 집안에 잡귀가 못 들어오게 한다는 도깨비 마그네트도 좀 사고―.
옆에만 서도, 입만 벌려도 소위 트럼프가 말하는 그 Shithole[언론에서는 <거지소굴>로 번역했지만 사실은 최악의 더러운 곳을 뜻하는 욕임] 같은 악취를 풍기는 3천 명이 넘는 중국인들과100명이 채 안 되는 한국인과 몇 십 명밖에 안 되는 백인들이 뒤섞여 하는 크루즈여행 내내 나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만포장으로 나오는 음식과 과일이 산더미처럼 남아 쓰레기로 쳐리되는 것을 보며, 흙과 밀가루를 섞어 끼니를 떼운다는 아프리카 아이들과 북한 아이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또 중국인들은 너무나도 시끄럽기 째문에 일본 크루즈는 중국인들을 받지 않는다고 하며, 가격도 약 두배인 400만 원대라고 한다. 16층 아파트와도 같았고, 신세계백화점 몇 개, 파라다이스호텔과 카지노 몇 개를 합쳐 놓은 듯한 크기의 이번 크루즈쉽은 <Quantum of the Seas(皇家量子)>호[전 세계바다의 총체라는 뜻을 가짐]로서 본사는 미국이나 배 주인은 중국인인데, 선적이 작은 섬으로 돼 있는 페이퍼 컴퍼니로서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양식, 중식, 일식, 이태리식 식당과 부페가 시간대별로 무료, 유료로 개방되고, 커피는 전 시간 무료로 제공되는 배 안에는 경찰도, 판사도, 유치장도, 병원도, 약국도 있어 작은 도시와도 같았으며, 각 층마다 12개의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널찍한 계단도 있었다. 선내 쇼핑 거래가 깨끗한 사람들은 하선할 때 11달러를 세뱃돈으로 받기도―..
라스베가스처럼 화려했던 극장 무대도, 카지노도, 명품 숍도 모두 허투루가 아닌 진정한 모습 이었던 크루즈ㅡ그건 분명 별유천지(別有天地)였고, 한바탕의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지만, 큰 보람은 망망한 바다와 파도의 본질(entity)을 만날 수 있었고, 멀리서먼 접했던 룸메이트의 인격을 적나라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밤에 별 보기를 그토록 염원했기에, 자다가도 일어나 발코니로 나가 바다를 보고 또 보고 했으나 별도, 물고기 한 마리도 보들 못했다.다만 갈매기 한 마리를 보았고, 날이 계속 흐려 오키나와에서 상해로 돌아가는 밤하늘에서 겨우 샛별을 볼 수 있었다.
크루즈여행보다는 영월여행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으로 17만 톤이나 되지만 부평초처럼 파도에 흔들리는 선상에서 김동길 박사님께서 하신 강의 중 한마디만 첨부하고자 한다.
“우리는 지금 공동 운명체다, 배 사고가 나서 죽으면 다 같이 죽는다. 그러나 우리는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다. 또 누가 욕을 해도 비난을 해도 결코 대척하지 말라. 얼마 있으면 다 사라질 운명인데 그런 욕과 비난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런 욕과 비난에 대척하는 것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는 역사 위의 한 점으로 남을 뿐인 것이다!”
Quantum of the Seas호(17만 톤, 17층 빌딩 높이)
김동길 박사님, 김남조 시인과 함께 김포공항에서 상해로 꺼나기 전.
유종호 평론가, 최금녀 시인, 신달자 시인, 김철(만찬회장에서)
김남조 선생님과(선내 레스토랑에서)
선미에서 타이타닉 흉내를!
구명정 아래로 부서져 흩어지는 파도가 마치 인생과도 같구나!
첫댓글 선생님 좋은 여행 하고 오셨군요.부럽습니다
김동길 박사님과 김남조 시인 그리고 유종호 선생님 신달자 선생님 최금녀 선생님
보기 좋습니다
선생님의 여정이 힐링에 크게 도움이 되었을것 같습니다
앉아서 보는 저희들도 즐겁고 싱그럽습니다
건안하시길 빕니다
김철 선생님, 여행 다녀 오셨습니다.
아, 저 분들. 이제 거동이 불편하시군요.
걸을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다녀야겠습니다.
타이타닉 흉내도 내면서...ㅎ
김철 선생님, 요약한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제가 크루즈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거든요.
저는 별을 실컷 보려고 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평안하십시오.
뜻 깊은 여행을 다녀오셨군요
선명한 기억으로 담으십시요
동행하신 분들께도
존경을 드립니다
선생님! 즐거운 여행을 하셨군요,
추억의 한장 또 남기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