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121. 우리 집 도우미 Milla. (1)
Milla는 내가 처음 이사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집 일을 하고 있는 도우미다. 나이가 마흔 둘이다.
남편 Hermy와의 사이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드물게 일찌감치 가족 계획을 한 것 같다.
이제 큰 아들 Mark와 큰 딸 하이디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
아직 뚜렷한 직장은 잡지 못했지만 방학에 한국의 아이들이 어학 연수를 올 때마다 학원에 스카웃 되어 튜터로 일을 한다.
처음 Milla와 만났을 때는 참 힘들었다.
상냥하지 않은 그녀의 말투와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고 항시 골 난 것 같은 그녀의 표정이 내 마음도 어둡게 했다.
한국 음식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밀라를 데리고 일일히 공책에 적게 하며 한 가지 두 가지씩 가르쳤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면 알아들은 줄 알고 지나갔는데 번번히 음식은 망쳐버리고 나는 지치고 화나고 그녀 또한 힘들었다.
더구나 그녀의 영어 실력이 때론 나보다도 엉망이니 그것 역시 마이너스 요인이다.
예를 들면 Milla에겐 I 다음엔 언제나 습관적으로 will 이 붙어온다.
"Yes, I will clean the room this afternoon." 그럴 때 나는 안심하고 외출을 나간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다. " Mam, yesterday I will clean the room.already." 처음엔 헛갈렸는데 이제 나는 그녀와 소통이 잘 된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두 가지를 다짐했다.
첫째는 정직할 것이며 두 번째는 advance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요구하고 싶은 게 더 많지만 이 두가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advance는 노력하면 되겠지만 정직이란 덕목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품성이자 자질이다.
그런 면에서 3년 가까이 함께 지내오는 사이, 나는 그녀가 보물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녀는 참으로 정직하다. 노력이 아니라 그녀의 관념 속에 배어 있는 품성인 것 같다.
모두가 가난하다보니 주변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기 들리기도 한다. 그런 걸 보면 Milla는 이곳에서 정말 드물게 바른 여자이다.
얼마 전 나는 주머니에 돈을 넣어둔 채 깜빡 잊고 빨래를 내 놓았다. 그리고 무심히 사흘인가 지나갔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밀라에게 물어보았다. 그녀가 웃지도 않고 대답한다.
" I will give to Sir. already." Already가 붙은 것으로 보아, 이제 주겠다는 게 아니라 벌써 주었다는 뜻일 게다.
내가 없을 때 남편이 젖은 돈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 그렇지. 우리 밀라!'
나는 언제나 방문을 잠그지 않고 외출한다. 그녀가 골고루 청소를 할 수 있도록.
그리고 내가 그녀를 온전히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다.
첫댓글 남의 사람을 쓰면서
신로를 우선으로 할 수 있다는 것
정말 중요하고 고마운 일이죠?
남의 조력을
받는 것은 일거양득이다
식구들 처럼 서로 믿고
함께 가사일을 한다는게
그것도 임금을 주며 …
함께 산다는게 ….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어떤. 때는
누가 주인이고 고용인 인지 모르게
거꾸로 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어라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