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의 해골물 얘기는 어려서 학교다닐 때 처음 접했던 얘기인데 그때부터 머리에 각인이 됐었다.
후에 고승열전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다시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같이 당나라 유학을 가다가 하룻밤 산속에서 자는 도중 원효는 목이 말라 손을 더듬어 바가지에 담긴 물을 마셨는데 그때 그 물이 아주 맛있었다 한다.
아침에 깨어보니 그건 해골에 담겨있던 오물?이었는데..
이 상황이 되면 대부분 사람들이 구역질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겠으나, 그러면서도 원효는 여기서 큰 깨달음을 얻얻다고 한다.
밤에 모르고 마셨을땐 아주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해 줬는데 아침에 일어나 그 물의 정체를 알고나니 더럽다는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이치를 이해한 것이다.
간밤에 먹었던 물과 지금 보고 있는 물의 차이는 없으나 해골물이란걸 알고 마셨을 때와 모르고 마셨을 때 사람이 분별짓는 마음의 차이를 알아차린 것으로,
똑 같은 것이라도 사람 마음이 상황에 따라 받아들임이 다르다면 그 마음은 고정돼 있지 않은 것이며, 고정돼 있지 않다면 마음이란 비어 있는 것이고,
그래서 결국 사람 마음은 존재치 않는 "무"임을 깨우친 것이라고 그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마음공부에 아주 중요한 대목으로 분명 사람 마음은 스스로 지지고 볶을 뿐 존재치 않는다.
흔히 일반사람들도 마음을 비우려 간혹 애쓰기도 하지만, 이런 마음의 실체를 모르고는 있는 마음으로 있는 마음을 완전히 비우기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후 원효는 당나라 갈 필요성을 못느끼고 다시 돌아와 만행을 하며 살아가고, 의상은 그대로 당나라로 가서 법화경을 공부했다 한다.
원효대사의 그때 상태를 공부차원에서 좀 짚어보자면 마음자리를 체득한 초견성 상태쯤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불교에서 얘기하는 성불이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큰 산이 두개나 남아 있는 것이며, 그때까지의 이런 저런 체험과 이해의 깨달음은 완전 견성과 성불로 가는 하나하나의 과정이다.
첫댓글 좋은글 잘 읽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