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com/watch?v=14c--_fQaUY&si=29ypw6DlpHcaZ-uH
인생의 굴곡은 높고 낮음으로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굴곡을 타고 살아간다. 어떤 이는 완만한 언덕을 지나고, 어떤 이는 깊은 골짜기를 건넌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자신의 삶만은 조금 낮고, 조금 잔잔하기를 바란다. 상처도 견딜 만하고, 고통도 지나갈 수 있을 만큼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일갑자 다섯이 된 어느 날,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은 굴곡의 높낮이만이 아니라, 그 굴곡을 덮고 있는 표면의 거칠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같은 내리막을 내려가더라도 누군가는 흙길을 걷고, 누군가는 날카로운 자갈 위를 맨살로 끌려간다. 멀리서 보면 둘 다 그저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몸에는 보이지 않는 상처가 겹겹이 남는다.
고통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거친 표면이 사람을 한 번 상하게 하고, 그 거칠음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다시 사람을 상하게 한다. 타인의 눈동자에는 보이지 않는 상처. 말로 꺼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는 아픔. 어쩌면 인간을 두 번 죽이는 것은 바로 그런 보이지 않음인지도 모른다.
그날 밤,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빗소리는 제각기 높낮이가 달랐고, 가로등 아래로 떨어진 빗방울은 대지에 부딪혀 수없이 잘게 부서졌다. 같은 하늘에서 내려온 빗방울인데도 부딪히는 곳에 따라 소리가 달랐고, 흩어지는 모양도 달랐다.
그 파편을 바라보다 문득 사람의 삶도 저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떨어지는 높이보다 어디에 부딪히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같은 비를 맞고도 누군가는 젖기만 하고, 누군가는 부서진다. 그러나 멀리서 보는 사람은 그저 비가 내린다고만 생각한다.
그 밤, 가로등 아래에서 산산이 흩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알 것 같았다.
인생의 굴곡은 모두에게 있지만, 그 굴곡의 표면까지 같은 것은 아니라고. 그리고 사람의 진짜 아픔은 대개 높낮이가 아니라, 아무도 보지 못한 그 거친 표면 속에 남아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