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건강보험 적용이후 가격 낮아지자 환자 최대 20% 늘어 한의사 80%가 진료 필수교육 듣고 전문강의 수강도 2배 급증
지난 14일 오후 7시 반,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있는 한 추나 전문 한의원에 한의사 20여 명이 모여들었다. 현재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거나 곧 개원하려는 이들이 한 손엔 김밥, 한 손엔 펜을 들고 입시 강의 듣듯 열심히 '추나 치료' 강의를 메모했다.
이날 강의는 조성형(45) 대한통증진단학회장이 진행했다. 그는 "2013년부터 강의를 했는데, 최근에는 강의 수강생이 2배가량 증가한 것 같다"며 "올해 처음으로 평일 강의도 개설했다"고 했다. 비슷한 교육을 진행하는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역시 강의생 수가 지난해 239명에서 올해 360명으로 1.5배 늘었다고 밝혔다.
추나 치료는 척추 관절 질환이나 근육통을 치료하는 한방 요법이다. 지난달 8일부터 추나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추나 치료 강의의 인기에 불이 붙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 적용 이후 병원마다 평균 추나 환자가 10~20%씩 증가했다"면서 "비용이 저렴해졌을 뿐 아니라, 건강보험 적용이 되면서 추나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된 덕분"이라고 했다. 그동안 추나를 다루지 않던 한의원도 서둘러 추나 치료를 시작하거나, 기존에 진료를 하던 한의사들도 실력을 더 키우고자 돈을 내고 학회에서 강의를 듣는 일이 잦아졌다.
한의협은 추나 건강보험 적용을 앞두고 지난해 1월부터 건강보험 청구 요령, 안전 교육 등을 담은 15시간 분량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해왔다. 이걸 들어야 건강보험 신청을 할 수 있다. 지난달까지 약 1만6000여 명이 이수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한의사(2만여 명) 열 명 중 여덟 명이 추나 치료를 하려고 한다는 얘기"라고 했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허리 아플 때 한의원에서 해주는 건 추나 치료, 정형외과에서 해주는 건 도수 치료다. 둘 다 손으로 하는 치료지만, 추나 치료는 한의사가 직접 하고, 도수 치료는 정형외과 의사가 엑스레이 보고 진단·처방하면 대개 물리치료사가 그에 맞춰 실시한다. 미국 등에서 많이 하는 카이로프랙틱은 국내에서는 비의료인이 하면 불법이다.
올 초까지 추나 치료 비용은 회당 8100 ~20만원, 도수 치료는 3000~50만원이었다. 둘 다 병원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해 소비자 불만이 많았는데, 추나 치료가 건보 적용 대상이 되면서 추나 치료 가격이 떨어지고 투명해졌다. 반면 도수 치료는 지금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현재 간단한 치료(단순 추나)는 1만700~1만1000원, 만성질환 치료(복잡 추나)는 1만8000~1만8800원이다. 단순 추나와 복잡 추나의 차이에 대해 한의협 관계자는 "쉽게 말해 치료할 때 '우두둑' 소리가 나면 복잡 추나, 아니면 단순 추나"라고 했다.
환자들은 반기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박하늘(29)씨는 "예전엔 몸이 불편해도 추나 치료가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한의원 가기가 꺼려졌는데, 건강보험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의원을 찾게 됐다"며 "이 정도 가격이면 동네 마사지 가게보다 저렴해 큰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계 반응은 갈린다. 한의학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날 강의에는 서울 은평구에서 한의원을 하는 박정훈(43) 원장도 왔다. 그는 "추나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치료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다"며 "4년 전 강의를 들었지만, 최근 치료법이나 바뀐 이론 등을 배우러 왔다"고 했다. 지난 2월 한의대를 졸업한 김민정(24)씨는 "추나가 몸을 쓰는 진료 방식이다 보니 병원에서 한의사를 뽑을 때 남자를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며 "강의를 들어두면 아무래도 병원 지원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왔다"고 했다.
반면 정형외과의사회는 반발하고 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이 도수 치료 등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자칫 도수 치료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효과도 떨어진다는 오해를 나을 수 있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도수 치료의 경우 실태를 조사해보니 전체 치료의 60~70% 정도가 치료보다는 건강 관리 성격이 강했다"며 "확실하게 질환이 있는 환자에 한해 급여화하는 방안도 과거에 검토했지만, MRI 등 건보를 적용해야 할 다른 큰 사안이 많아 우선순위에서 빠졌다"고 했다.
☞추나(推拏)요법
한의사가 손이나 신체 일부분을 이용해 관절·근육·인대 등을 교정하고 치료하는 한방 수기(手技)요법. 허리디스크 등 척추 관절 질환과 스트레스성 근육통 등을 치료하는 데 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