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를 찾아가는 뱃길은 남해바다의 작지만 아름다운 섬들 사이로 미끄러져 가는 재미를 더불어 선사하는 여정이다. 땅끝에서 뱃길을 열어 1시간을 가면 노화도를 거쳐 보길도에 이른다. 이 섬은 이미 세간에 고산 윤선도와 더불어 남도 여정의 절정을 새겨 넣은 유명세를 타는 섬이다. 그러나 고산의 명성에 아름다운 섬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산을 빼놓고는 보길도를 말할 수 없다. 수려한 섬과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선지자가 하나가 되어 세간에 각인되는섬이 거의 없는 만큼, 고산을 들먹이지 않고는 보길도를 입에 올릴 재간이 없는 것이다.
땅끝 갈두리선착장에서 보길도로 출발한 배는 흑일도, 백일도, 죽굴도, 넙도 등 주변의 아기자기한 섬들을 지나며 가슴속까지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상큼함을 안겨 준다.
[부용동 원림]
고산이 "산들이 둘러 있어 바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 말고 소쇄하며 물과 돌이 절승하니 물외의 가경이다"라고 찬탄했던 보길도. 고산이 나이 51세에 섬 안쪽으로 거처를 마련하고 20여년에 걸쳐 5,000여평에 이르는 세연정 주변을 비롯해 부용동 정원을 가꾸었다. 부용동 정원은 담양의 소쇄원과 함께 자연을 끌어들여 만든 조선 원림 문화의 정수로 손꼽힌다. 그리고 세상을 뜨기까지 몇 번을 제외하고는 부용동 정원에서 마음껏 풍류를 즐기면서 '오우가'와 '어부사시사' 등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세연정]
청별항에서 오른쪽 해안도로를 따라 600m 가면 왼쪽으로 갈림 길이 나온다. 왼쪽 길로 15분쯤 가면 부용동정원이 시작되는 부황마을이다. 동백숲이 유난히 우거진 곳으로 들어가면 호방하게 사방으로 방문을 열고 서있는 정자가 나타난다. 이 정저가 바로 새연정이다.
세연지 전경과 그 곳에 핀 수련꽃, 세연지 위에 떨어진 동백꽃, 햇살을 받는 애송리 바다, 중통리 해안의 소나무 숲, 애송리 해변의 뗏마와 미역을 말리는 곳 그리고 깻돌(청환석) 등이 소재로 좋을 듯 싶다.
<가는 길>
완도에서 보길도까지는 완도 페리호가 8회, 대진호가 4회 운항되며 1시간 30분 소요에 요금은 6,100원이다. 땅끝에서 보길도까지는 금영 페리호가 4회(넙도, 노화도 경유) 운항되며 1시간 10분에 요금은 4,500원.
완도항(061-555-1010) 땅끝 갈두리 선착장(061-553-6419)
<볼거리>
노화도 석중리에 가면 윤선도의 간척지 사업으로 생긴 간척지가 있다. 지금은 평화염전이 들어서 있어 염전 구경도 할 수 있다.예송리앞에 있는 예작도는 섬안의 섬이다. 아담한 예송초등학교와 감탕나무 군락지가 볼 만하다.
<먹거리와 숙박>
추자도가 가까운 곳이라 멸치가 유명하다. 보옥리에 가면 주민들이 직접 잡은 멸치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예송리 미역과 돌김 등이 있다.
청별선착장 일대는 여관과 민박집이 많고 예송리, 중통리 등에도 민박집이 여럿 있다. 조용한 곳을 찾는 이라면 세연정에서 동천석실 쪽으로 5분쯤 걷다가 오른쪽으로 보이는 울창한 상록수림 속의 백록당민박집(061-553-6321)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잘 정돈된 정원과 깔끔한 한옥인 이 집은 향토사학자이기도 한 주인으로부터 보길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