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에서 누구나 이런 장면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28일(현지시간)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유도 남자 66kg급 16강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누랄리 에모말리(타지키스탄)가 패자인 이스라엘 선수 바루크 슈마일로프가 내민 손을 못 본 척했다. 경기 뒤 으레껏 손을 맞잡는 것이 통례인데 이에 응하지 않고 매트를 떠나 버렸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아홉 달 넘게 지속되면서 올림픽에까지 그 어두움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엑스(X, 옛 트위터) 이용자들은 에모말리가 매트에서 내려오기 전에 "알라후 아크바르"(Allahu Akbar,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도의 상징으로 흔히 쓰이는, "타우히드(Tawheed)의 손가락"을 해보였는데 검지를 치켜드는 제스처다.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있을 수 없고 모하메드는 그의 선지자"란 이슬람 믿음을 뜻한다.
그 뒤 곧바로 치러진 8강전에서 에모말리는 일본 대표 아베 히푸미와 맞붙었는데 다소 잔인한 패배로 귀결됐다. 경기 막판 아베 히푸미가 에모말리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에모말리는 왼쪽 어깨를 바닥 쪽으로 갖다댔는데 힘이 빠진 데다 아베의 무게에 짓눌려 그의 어깨가 꺾여 탈구가 되고 말았다.
에모말리는 부상 수위가 심각하다 싶어 조직위원회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현지 매체 이용자들은 앞선 경기의 패자 손을 맞잡아 주지 않은 비신사적 행동에 대한 응보라고 지적했다. 친이스라엘 시민단체 '스탠드위드어스'(StandWithUs)의 마이클 딕킨슨 사무총장은 "에모말리의 나쁜 스포츠가 어깨 탈구로 끝나 그는 매트 위에서 울었다. 올림픽 수준의 카르마(karma)"라고 고소해 했다.
역시 친이스라엘 성향의 인플루언서 에밀리 슈레이더는 "카르마는 우~ 하는 야유"라고 단정지었다.
같은 날 유도 종목에서 이스라엘 선수와 맞대결을 앞뒀던 알제리 선수가 “정치적인 이유로 경기를 포기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남자 73kg급에 출전하기로 했던 메사우드 르두안 드리스(알제리)는 토하르 붓불(이스라엘)과 경기 직전 진행된 계체에서 기준 체중을 초과해 실격 처리됐다. 이스라엘 측은 성명을 내고 “드리스가 고의로 경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제리 유도 선수 페티 누린은 3년 전 2020 도쿄올림픽에서 붓불과의 경기를 포기한 뒤 국제유도연맹으로부터 10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스라엘 선수와 대결을 피하라는 지시를 받은 뒤 이 사실을 폭로하고 귀화해버린 선수도 있었다. 이란 대표였던 사이에드 몰라레이는 2019년 세계유도선수권 남자 81kg급 결승에서 이스라엘 사기 무키를 만날 가능성이 생기자 준결승에서 일부러 졌다. 몰라레이는 나중에 이란올림픽위원회로부터 일부러 질 것을 강요 받았다고 폭로한 뒤 몽골로 망명했다.
한편 아베 히푸미는 금메달을 기어이 목에 걸었고, 도쿄올림픽에서 남매 동반 금메달로 화제를 모아 이번 대회 동반 2연패를 노렸던 여동생 아베 우타는 이날 2회전에서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