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년도에 개봉한 영화이니 무려 20년 전의 영화다
오션스 일레븐 이 영화를 이번 주 EBS 토요명화 시간에 만났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맷 데이먼, 캐시 애플렉을 한 영화에서 만나다니...
거기에 더 좋았던 점은
오래된 영화여서 이 배우들의 한참 젊었을 때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다
특히 조지 클루니의 젊었을 때의 모습은 다른 누구보다 눈길이 간다
나이 든 지금의 조지 클루니도 정말 멋지게 나이 들었다고 느껴지던데
이때의 모습이란 정말 멋짐 폭발이다
오션스 시리즈로 나온 그 후의 영화는 본 적이 있는데
원조격인 오션스 일레븐을 지금에서야 만났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11명의 도적들이 부자의 돈을 훔치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이야기의 구성과 치밀한 작전이 우리 머리를 이리저리 휘젓는다
주인공 오션 역을 맡은 조지 클루니가 모은 10 명의 동업자들은
사회 밑바닥 생활을 하는 그야말로 양아치나 똘마니들인 셈인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들은 어느덧 똘마니가 아닌 긴밀하고 민첩한 요원으로 변해간다
한 사람 한사람의 재능이 모아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영리한 두뇌집단이 만들어졌다
무모해 보이던 전략이 분명한데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스토리를 만들어가니
이 도둑들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분명히 도둑을 응원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내가 왜 이 도적질이 성공하길 바라고 있지?
라스베이거스의 거부 베네딕트의 금고를 똑같이 만든 세트장까지 만들어
돈을 담는 장면을 미리 촬영해 속이는 치밀함
내 금고에 들어와 내 돈을 훔쳐가겠다고?
들어올 수는 있었겠지만 무사히 돈을 갖고 나갈 수는 없을걸?
하면서 도둑들의 협박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요구를 받아주는 척하며 뒷 퉁수를 칠 생각이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엔 꼭 나는 놈이 있기 마련
금고 세트장까지 만들어 영상을 해킹할 수 있는 이들이 못할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의 두뇌싸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하 참으로 기발하네~
이제 정녕 실패하는 겐가?
하고 생각할 때쯤 눈속임이었음이 드러나고
아, 이들의 운도 여기까지 인가 보군
할 때쯤엔 반전이 일어난다
깜짝깜짝 놀라는 걸 보면
나의 머리로는 이들과 함께 일하긴 틀렸다
아 이 거사가 성공으로 끝나고
벨라지오 호텔 앞의 분수쇼를 관람하고 있는 이 도둑들
그런데
이때 흐르는 음악이 드뷔시의 '달빛' 이라니
처음엔
으응?
지금 이 장면과 드뷔시의 음악이 어울린다고?
그런데 분수대의 물줄기가 우아하게 춤을 추면서
마치 달빛을 받으며 춤을 추는 무희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묘하게 어울린다
내가 그곳에 서 있었던 순간이 소환되며
이 장소가 더더욱 특별해진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야간투어를 하며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배우들만 젊은 게 아니다
나도 지금보다 젊었다
이 영화를,
내가 이곳에 가기 전에 봤었다면
이 분수쇼를 보면서 드뷔시의 '달빛'을 떠올렸을 것이다
아니, 내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가 이어폰으로 들으며 이 분수쇼를 즐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치밀함이 내게 있었던가?
이 11명의 도적들한테 한수 배웠다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