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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간 중앙 아시아 여행기 4
"침블락 스키장과 오제로 호수"(카자흐스탄 알마티 근처) <오늘 여행기에 나오는 메데우 침불락 그리고 오제로 호수>
[위 지도 참조] 오늘 여행기는 2016년 9월 25일과 26일에 있었던 이야기다. 알마티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약 15키로 떨어진 곳에 있는 계곡을 말라야 알마팅카 계곡이라고 부르는데, 스케이트장과 스키장이 있다. 거기에서 알마티 시내로 다시 나와 남쪽으로 조금 가면 볼샤야 알마팅가 계곡이 있다. 계곡 중간 부분에 있는 호텔에서 1박하고, 그 다음 날 자동차로 더 올라가 계곡의 깊은 곳에 있는 오제로 호수를 구경했다. 오늘 여행기는 이 두 곳에 관한 이야기다. |
<스키장 아래 케이블카 승강장 벽에 있는 안내판>
2011년 동계 아시아 경기가 열렸던 곳이 마다야 알마팅카 계곡이다. 이 계곡의 아래 쪽에서 케이블카가 출발하는데, 이곳을 메데우라고 부른다. 이 케이블카가 도착하는 곳이 칩블락이다. 침블락에는 스키 리조트가 있다. 이곳에서 201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
입구에서 케이블카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차례가 와서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케이블카를 탔다. 그러더니 다시 내려 그 케이블카를 올려보내고 다음 케이블카를 탔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그 다음 내 차례가 되어서 케이블카를 탔다. 나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앞 사람이 왜 내렸다가 다시 탔을까, 생각을 했다. 그때 내려오는 케이블카를 보니 가끔 유리창에 수 많은 점이 찍혀있는 케이블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왜 검은 점을 찍어서 안에서 밖을 볼 수 없게 만들었을까?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비록 유리창에 수 많은 점을 찍어 놓았어도 안에서는 밖이 잘 보인다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에 선팅을 하면,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지만, 안쪽에서는 밖이 잘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
<출발 지점 아래에 있는 계곡.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다. > <스케이트 장> <무슨 일인지 사람들이 모여 기념식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스케이트 장 위에 둑이 보이는데, 계곡 위에서 내려오는 산사태, 눈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서 보는 계곡의 경치는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왼쪽에는 잔디밭에 바위가 듬성듬성 놓여있었으며, 점을 찍어 놓은 듯 나무 군락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었다. 오른쪽 가파른 산에는 원시림으로 덮여 있었다. 앞에는 저 멀리 희미하게 흰 산이 꿈처럼 아련히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춤을 추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 보면,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점으로 보였고, 그들이 걷는 길은 S 자를 그리며 위로 또 위로 이어져 있었다. |
잠시 후, 침블락에 도착하였다. 아래와는 온도 차가 꽤나 되는 듯 쌀쌀함을 느꼈다. 시설이 잘 갖춰진 식당 및 카페가 몇 개 있었다. 그 중의 한 식당의 야외에는 곰털인지 양털인지 모르지만 부드러운 방석 겸 등받이가 달린 의자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러나 날이 추워서 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털 의자에 앉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 커피를 마시거나 음식을 주문해 먹었다. |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 현재 온도 12도라고 나와있다.>
다시 케이블 카를 타고 올라가는 초입에는 초원에 눈꽃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다. 케이블카의 길이가 길어서 안전 문제인지 모르지만, 중간에 내려 정상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바꿔 탄다. 바꿔 타는 1-2분 사이에 찬 바람이 소매 속을 파고든다. |
드디어 능선에 도착하여 케이블카에서 내린다. 해발 3180미터. 능선 양쪽으로 스키장이 건설되어 있다. 케이블카가 있는 반대쪽, 즉 케이블카에 내려 올라온 반대 쪽을 바라보면 바로 앞에 거대한 산이 떡 버티고 있다. 그 산은 머리에는 눈을 뒤집어 썼으며 안개에 가려 있어 희미하게 보인다. 바람이 불었다, 멎었다, 눈이 왔다, 또 멎었다, 몇 분 간격을 두고 시시각각으로 날씨가 변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자 사진을 찍었고, 어떤 사람들은 좀더 가면 더 나은 경치를 희망하며 숨을 몰아 쉬며 산을 올랐다. 어떤 연인은 감격에 겨워 키스를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그 추위에 덜덜 떨면서 무엇인가를 먹고 있었다. |
잠시 후 검은 새떼의 비상이 시작되었다. 새들은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이리 훨, 저리 훨, 마치 삶이 더 이상 즐거울 수 없다는 듯 휘돌아 하늘로 치솟았다. 순간 눈에 휩싸이기도 하고, 바람에 날려가기도 하면서 오락가락, 마치 수 많은 물고기가 입질할 때 낚시찌처럼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타났다. 자유로운 영혼, 미련 없이, 속세의 걱정 없이, 모든 것 버리고 영하의 찬 바람을 받으며 오르내리는 그대. 그 목적이 무엇이든, 한 없는 부러움으로 잠시 그들을 지켜본다. |
<다시 아래로 내려오니 아이들이 밧줄을 타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 <어느 식당 옆의 장작 장식> <한진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사공이 많아서 일까, 아니면 카자흐스탄에서 한진이 망할 것을 예견한 걸까? > <돈을 내고 독수리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 ------------------------------------------------------------------------------------------------------------------------------------------------------------------------------------------------------------------------------------------
사실 스키를 타지 않는 사람들이 스키장에 와서 할 일은 걷거나, 먹거나, 사진 찍거나 그런 것 이외에는 할 일이 별로 없다. 식당 안에서 간단히 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때웠다. 이런 곳에 김밥이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점심을 먹은 후, 곧바로 케이블카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오제르 호수를 향해 출발했다. |
<우리가 묵은 숙소: 알피스카야 로사(Alpiyskaya Roza: Alpine Rose) Hotel
몇 번의 검문을 거치고 난 후, 우리 버스는 산골짜기로 접어들었다. 마침 일요일이기 때문인지, 계곡을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먹고 즐기거나 아니면 이제 알마티로 돌아가려는 것으로 보였다. 노인들은 거의 없었고, 대학생 나이 정도로 보이는 남녀가 대부분이었다. 젊은이들이 행복해하는 나라를 보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내심 마음이 흡족했다. 솔직히 말하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노인들은 즐거워도 즐거운지 잘 모르고, 조금 불만족스러우면 우선 불평부터 하는 버릇이 있다. 노인은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온 것과 다른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거기에 적응하기 보다는 그런 환경에 우선 불평을 하고, 무엇보다 안전을 찾고, 그 환경이 자기에 맞춰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노인이 항상 하는 말은 "요새 것들은 너무나 버르장머리가 없다"이다. 젊은이들이여, 노인의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쇠뿔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말이 생겨 났는지도 모른다. 노인은 젊은이의 말을 들어야 한다. 역사는 항상 젊은이 손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이것은 내가 이미 노인 나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잘 알고 또 느끼고 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이 여행기에 왜 쓰는지 모르겠다. 한 가지 덧붙인다. 노인은 잔소리를 좋아하듯, 쓸데 없는 글도 자주 늘어 놓는다. |
우리가 오늘 묵을 알피스카야 로사 호텔에 도착한 것은 해가 산 너머로 기웃기웃 할 때 쯤이었다. 방을 배정받고 뒷산으로 숨을 헐떡이며 올라갔다. 조금 걸어가도 숨이 찬 것은 경험적으로 여기가 상당히 고지대임을 말해준다. 계곡의 한쪽에는 파란 하늘에 구름이 방사형으로 뻗어서 청명한 한국의 가을 날씨와 같았다. 계곡의 다른 쪽에는 구름이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수시로 설산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마치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무희(舞姬)들이 자신의 나신(裸身)을 순간 가렸다가 순간 보여주는 것과 같이. |
그날 저녁 음식도 양꼬치였다. 여기 양꼬치가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곳보다 훨씬 더 큰 덩어리를 쇠꼬챙이에 꿰어 나무 장작 불 위에 구웠다는 것이다. 역시 고기는 작게 썰어서 구운 것보다는 굵고 크게 썰어 구운 고기가 맛이 있다. 풍물 시장에 가면 거대한 돼지 한 마리를 큰 쇠 막대기에 붙들어 매고 빙빙 돌려가며 구워서 썩썩 썰어주는 고기가 맛있는 이치와 마찬가지리라. 하여튼 그날 고산지대의 상쾌한 산소와 더불어 도체에 존재하는 울창한 숲에서 나오는 무한한 "피톤치드"를 곁들여, 가슴을 싸늘하게 적시는 맥주가 몇 순배 돌았다는 것만은 기억한다. |
다음 날 역시 구름과 파란 하늘이 경쟁이라도 하듯 서로 빼앗고 뺏기는 숨막히는 경쟁을 벌이더니, 결국은 구름이 하늘을 점령하고 말았다. 우리 버스는 좁은 길을 굉음을 내며 올라가면서 몇 번이나 마주 오는 버스와 부딪칠 뻔 하였다. 사람이 몸이 좌우로, 그리고 앞으로 휘청거렸다. |
아, 여기가 그 유명한 청록색의 호수, 오제로 호수란 말인가? 조그만 계곡 속에, 마치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그렇게 앙증맞게 똬리를 틀 듯 다소곳이 앉아 있는 수줍은 소녀! 저 멀리 보이는 설산의 눈녹은 물을 가슴 속 깊이 묻어두고 보여주기 싫어서 일까? 반투명의 유리에 얼어붙은 눈이 녹아 내리는 처절한 실험!. 바람불면 날아갈세라 고개 숙여 두 손으로 살며시 잡은 여인의 푸른 적삼! 호수 물 속에 비친 반투명의 설산, 그리고 그 위에 서릿발처럼 솟은 흰 구름과 듬성듬성 물감에 길을 내준 하늘! |
첫 눈에 호수의 매력에 눈 멀고 귀 먹은 사람들, 어떤 사람은 무작정 걷고, 어떤 사람은 산으로 올라가고, 어떤 사람은 실성이라도 한 듯 비명을 질렀다. 어떤 사람은 하늘로 날아 호숫물에 빠져들겠다고 방방 뛰었다.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고 나도 빡세게 한번 군기가 든 신병처럼 이를 악물고 허공을 향해 날아 보았다. |
그때 어디에서 갑자기 나타난 알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은 오직 "빠스뽀르트"라는 말만을 하며 우리를 겁박하였다. 이 이야기는 이 글의 끝 부분 "에피소드"에서 자세히 묘사된다. |
차를 타고 산 모퉁이를 돌아 좀더 올라가 다시 호수를 바라본다. 과연 명당 중의 명당에 자리잡은 호수다. 멀리 보이는 반쯤 눈 덮인 산과, 가까이 보이는 검고 낮은 산이 조화를 이루어 한 방울 물도 새지 않게 두 손으로 꼬옥 감싸고 있다! 과연 어떤 말이 이 호수를 묘사하는 적절한 것일까? 호수 주위에 듬성듬성 늘어서 있는 타박한 질감의 마른 풀이 호수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
물끄러미 호수를 바라보던 두 여인이 마법에 끌려 호숫가로 자석처럼 빨려갔어요. 까만 눈을 가진 두 여인은 호숫물에 물들어 두 눈이 청록으로 변해 버렸어요. 여인의 눈은 구월의 청록이 묻어 있었고, 그 눈으로 물에 비친 자신을 한 동안 응시했어요. 두 여인은 물을 가르고 하늘을 헤치며 산너머로 사라졌어요. 발 없는 말(言)이 천리 가듯, 그렇게 사라졌어요. |
☆ 오제르 호수(Ozero Bolshoe Almatinskoe=큰 알마티 호수): 해발 2500미터에 위치한 길이 1.6km의 호수로 청록색이다. 오월 철새 이동시에는 새 관찰하기에 알맞다. 서쪽으로 해발 2750미터에 천산 천문대가 있다. <로운리 플래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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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로 호수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었으나 일 부분은 철조망이 끊겨서 수 많은 사람들이 들어갔다 나왔다 했는지 마치 대로처럼 길이 나 있었다.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그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서 아름다운 호수의 매력에 빠져 넋을 놓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좀더 안쪽으로 가본다고 시야에서 사라진 뒤의 일이다.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두 사람은 총을 가지고 있었고, 한 사람은 장부를 들고, 계속 "빠스뽀르트"라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그들의 복장은 경찰이기에는 약간 허술하게 보였지만, 러시아 말로 적혀있는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계속 "빠스뽀르트"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것으로 보아 경찰임에는 틀림없는 듯 했다. 그들이 아는 단어는 단지 "빠스뽀르트"뿐이 없는 듯,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러시아말을 하는 L님에게 그들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물으니, "여권을 내놓으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여기는 출입 금지 구역이라고 했다. 이 물은 식수로 사용하므로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무장한 경찰로부터 여권을 내놓으라는 일은 처음 당해보는 것이어서 두렵기도 하고, 기분 나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하여튼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든 얼떨결에 여권을 그들에게 건네주었다. 아차, 건네주고 나서 순간적으로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해외 여행을 갔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가 돈이고, 두 번째가 여권이라는, 기본 중의 기본을 망각했던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여권을 건네주고 나서부터 우리는 완전히 그들의 "꼬봉"이자 "봉",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저 멀리 보이는 초소에 가서 서류를 작성하고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들은 앞장서서 갔다. 그들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어떻게 뇌물로라도 처리해서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 나라에 오면 경찰이 트집을 잡아 돈을 뜯는다는 말을 들었으므로, 재수없게 걸렸다는 마음이 들면서 혹시나 끌려가서 굴욕적인 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
우리의 버스 운전수가 중개자가 되어 협상에 들어갔다. 한 마디로 호수 둑에서 대낮에 밀고 당기는 갑과 을의 흥정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협상 대표로 우리 팀에서 두 사람을 남기고 모두다 멀리 밖으로 나왔다. 나를 비롯한 몇 사람은 멀리 떨어진 철제 난간 사이로 중재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중재에 들어간 버스 운전수가 자동차 엔진 피스톤 왕복하듯 한국인과 카자흐스탄 경찰 사이를 뻔질나게 왔다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영원"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아주 긴 시간이 지난 뒤에 여권을 가지고 보무 당당히 돌아오는 우리의 협상대표 L님이 보였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얼마에 쇼부봤어요?" "아이구, 내참. 2만원으로 시작하여 점점 올라가서 결국 5만원 조금 더 내고 끝냈어요." L님의 씁쓸한 대답이었다. 모두들 한 마디씩 말 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여요." "저 놈들, 하루에 도대체 몇 탕씩 해 먹을까?" "아이구, 덫을 놓고 걸릴 것을 기다리고 있었구먼." "이거 열받기 시작하네." |
<뇌물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운데 젊은이가 운전수 겸 협상자>
그런데, 그들을 멀리하고, 막 입구에 다다른 순간 어디서 군복에 총을 들고, 무시무시한 개를 데리고, 그 이름도 당당한 카자흐스탄 군인 세 명이 또 나타났다. 또 "빠스뽀르트, 빠스뽀르트"를 외치는 것이 아닌가? 과연 "빠스뽀르트"가 전가의 보도구나!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들이 써먹는 방법이었어. 한번 당한 우리는 험상궂은 개는 무서웠지만, 총 든 사람은 무섭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뇌물을 건넸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각 한 마디씩 외쳤다. "야, 돈 이미 냈다구!" "몇 번씩 후려치는 거야?" "저기 재들한테 가서 같이 나눠 먹어!" 물론 한국말로 소리쳤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좀더 앙을앙을 버티던 그들은 서로 신호를 보내더니, 호수 둑을 향하여 전리품을 나눠 갖기 위해 힘차게, 희망에 차서, 뒤도 보지 않고, 전진하고 있었다. |
마음을 진정시키고 밖으로 나와 입구에 서 있는 안내표지판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알아야 면장을 하지. 역시 모르면 용감하다고, 오늘 일이 후회도 되고, 우습기도 하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온갖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리 속을 맴돌았다. |
<Photoshop의 위력. L님의 한 마디: "이거 씁쓸하구먼!">
돌아오는 버스 속, 오늘 일을 생각하면 모두들 기가 막히기도 했지만, 일면 즐겁기도 했다. "모두들, 한국에 돌아가면 아무도 이런 얘기하지 말아요. 우리만 당할 수는 없잖아요. 다른 사람도 좀 당해보라고 해야지." 한 바탕 웃음이 버스 속을 휩쓴 뒤, S님이 한 마디 농담을 했다. 그 농담으로 오늘 여행기를 끝 맺는다. 어느 동사무소에 신입 공무원이 들어와 일을 보는 첫 날이었다. 민원인이 찾아와 그에게 다가갔다. 민원인: 저, 사망신고 하러 왔는데요. 신입 공무원: (자신이 없는 듯, 머리를 긁으며) 본인이세요? 민원인: (뭔가 이상하다는 듯) 꼭 본인이 와야 해요? ------------------------------------------------------------------- 신입 공무원: 글쎄요. 과장님께 여쭈어 보고 올게요. 신입 공무원: (과장에게): 사망 신고 꼭 본인이 와야해요? 과장: (한심하다는 듯) 이 자식 혼이 비정상이네. 이래가지고 어디 우주가 널 도와주겠나? 쩟쩟, 얀마, 니가 알아서 햔마! 신입 공무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민원인에게) 아무래도 요즘 감사가 심해서 본인이 와야겠는데요. 민원인: (이상하다는 듯 돌아서며) 환장하겄네. 죽은 사람을 무슨 수로 데려온댜? 내가 이럴려고 사망신고하러 왔나? (후반부: 필자의 상상력으로 첨가) |
(끝) |
첫댓글 형님 후기는 책을 읽는듯 정보와 현실감이 살아 있습니다.
건강 하시고 더 많은 여행 후기 기대 합니다~~^^0
안녕하시죠. 아이구, 뭐, 대충 쓰는 겁니다. 그래도 힘들기는 힘드네요. 생각이 안나서.
"빠스뽀르트, 빠스뽀르트"...... 그래도 설산아래 오제로 호수는 아름다웠습니다. 지금은 호수가 두껍게 얼었겠지요?
마지막 사진 재미있게 만드셨습니다.
빠스뽀르트! 빠스뽀르트!
엇!!저의 씁쓸한 뒷모습이 많이 등장하네요^^그럼에도 오제로는 너무나 아름다웠지요!
저랑 산싱령님은 안쪽으로 깊이 들러가서 나오니까 상황죵료...
작은 돈으로 좋은 경험이었는데 씁씁한 마음은 어쩔수 없네요...ㅠㅠ
제가 중국을 수없이 갔었어도 뇌물을 준적은 없는데요..ㅎㅎㅎ
유려한 문장과 전문가다운 사진들에 반해 즐겁게 읽고 있는 중입니다./KC 와 함께 여러번 여행하다가내년에 이곳을 동창들과 KC와 함게 하고 싶어 그들에게 정보를 전하고자스크랩하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