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축구나 야구같은 전통스포츠 보다 산악자전거, 파도타기, 암벽등반등 극한의
위험과 스릴을 즐기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투기도 복싱이나 레슬링등 전통종목 보다는 모든 싸움기술을 동원하는 종합격투기인
UFC의 인기가 더 높은듯하다.
등산에 있어서도 익스트림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필자의 생각으로 이는 아마 2000년대
이후의 새로운 트랜드라고 할 인터넷동호인이 생겨나고 부터가 아닌가 한다.
산에 다닌지 거의 40년 가까이 된 경험에 의하면 인터넷동호인이란게 있기 전에는
주로 가까운 사이나 잘아는 사람들과 어울려 산행을 하든지 아니면 단독산행이었다.
여럿이 갈때는 각자의 산행능력은 불문하고 평이한 산행코스를 정하게 된다.
그러다 인터넷공간이 나타나자 체력이나 정신력,산에 대한 열정이 넘치던 일부 사람들끼리
의기가 투합하는 동호회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그 무렵 때마침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물을 나누는 분수령을 기준으로 분류한 신경준의 옛지리서
산경표가 재조명되더니 백두대간과 9正脈종주가 마치 산악인들의 통과의례 코스처럼 되었다.
요즈음은 9정맥의 가지에 해당하는 무려 120개에 달하는 支脈까지 생겨 좁은 땅덩어리지만
이래저래 산행거리는 풍부해진 셈이다.
근래에 한창 익스트림산행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날리는 J3클럽이나 감마로드클럽도
그런 과정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이 분들은 걸핏하면 100km,200km짜리 산줄기를
식은죽 먹듯 무박으로 해치우며 가끔 우리들의 기를 팍팍 죽여 놓는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서울근교의 산행코스도 종전의 북한산이나 도봉산 하나만 오르는게 아니라
강북5산(불암수락사패도봉북한산을 잇는 44km)이니 강남7산(광교백운바라청계우면관악삼성산의
45km)이니 또는 강남7산에 인능대모구룡산을 더하여 60km에 달하는 강남10산이니 하는
종주코스도 생겨났다.
홀로산행 카페 산행계획란에 강남10산종주 계획이 올랐으나 신청자가 별로 없다.
그 바람에 제안자인 캐이님과 둘만의 오붓한 산행을 하게 되었다.
2월15일 금요일 저녁 20시 정각 수원의 경기대 후문에서 강남10산 종주를 시작한다.
오늘 서울지역의 예상 최저기온 영하 6도이나 바람은 거칠다는 예보다.
지난번에 내린 눈이 그대로 남아 있으나 주등로는 반들반들하게 다져져 있고 일부에는 녹았다
다시 얼어 아예 얼음판으로 변했다.
암봉인 형제봉을 넘어 첫번째봉 광교산(582m.21시37분)을 속보로 오르느라 어느새
셔츠는 땀이 흥건하니 매서운 겨울바람이 오히려 시원한 느낌을 준다.
휘황한 도시의 불빛이 거대한 꽃밭을 이룬 야경을 내려보는 밤길 걷기란 언제나 큰 즐거움이다.
백운산 가기전에 자리한 노루목대피소에서 찬막걸리 한잔씩을 들이키며 잠시 쉬어간다.
군시설물 때문에 주위를 대낯처럼 밝혀 놓은 철조망 지대를 지나 백운산(562m.22시13분)의
커다란 정상석에서 인증사진도 찍어본다.
3번째 봉우리 바라산을 향해 어둠속을 달려 내린다. 몇차례 작은 오르내림을 지나면
정상에 멋진 노송이 서있는 바라산(428m.22시46분))이다.전에 없던 나무데크를 설치하였고
가파른 내림길에는 계단도 만들어 놓았다.바라산에서 하오고개 가기전의 영심봉까지는
급한 굴곡이 없는 순하면서도 긴코스라 지날때 마다 지루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중간의 이름없던 무명봉에는 우담봉(425m)이라는 표지를 세워 놓았다.고만고만한 능선을
넘고넘어 영심봉을 지나 통신용 철구조물에서 급내리막 길을 타고 내리면 광교산과 청계산을
가르는 하오고개(23시47분)다.
예전엔 여기를 지날때마다 왕복 6차선 너른 차도를 질주하는 차량이 없는 틈을 보아 재빨리 철난간을
넘어 건너곤 하였는데 지금은 동물이동통로가 생겨 한결 수월하게 지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청계산 구역의 첫봉우리 국사봉까지 고도 약 300m를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남사면인 오름길은 눈이 녹았다 다시 얼면서 완전히 빙판이 되어 아이젠을 차고도
미끄러지기 일쑤다. 앞서 가는 캐이님은 씩씩하게 잘도 오른다.
30여분간 준족 캐이님의 속도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무리를 하였던 모양이다.
국사봉(542m.0시25분)을 지나고 이수봉(545m.0시54분)을 거쳐 군부대가 있는 청계산(618m)정상을
우회하는 철조망지대의 진폭 큰 오르내림을 거침없이 달려가는 캐이님을 따라 잡기에 힘이 부친다.
내가 약간 처지면 잠시 기다렸다 같이 진행하는 배려 덕분에 일반인들에게
청계산 정상 노릇을 하는 네번째봉 매봉(582m.01시43분)에 힘겹게 도착한다.
여기서 10분간 북진하다가 헬기장에서 우회전하여 청계산 등산로 입구인 옛골로 내려 서는
내내 몸이 힘들다는 느낌이 온다. 이제 겨우 6시간째 산행인데.평소 10시간 이상을
걸어도 별로 피곤함을 몰랐는데 이상한 노릇이다.
옛골의 24시간 편의점(02시44분)에서 컵라면과 김밥을 먹으며 약40분간 휴식을 가지니
몸이 가뿐해진다.아까 국사봉 오름길에서 무리하였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동행인 캐이님(56년생)은 건설회사 다니다 요즘 쉬고 있다는데 한달에 산행기 올리는
횟수만 13-15회다.집 뒷산인 불암,도봉산 가서 서너시간씩 한 것을 빼고도 작년 한해
누적 산행시간이 1,300시간이란다.
1,300시간을 하자면 13시간 짜리 산행을 매주 2회씩 해서 연간 100번을 채워야 한다.
이렇듯 거의 야생마 수준인 준족과 보조를 맞추려니 무리가 따를 수 밖에.
1,300시간 동안 산행거리를 따져보면 시간당 3.5km를 간다고 치면 1,300 * 3.5=4,550km다.
북한도봉산의 몇시간 짜리를 제외한 제대로 된 산행 거리만으로 연간 4,500여 km.
몸에 무리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펄펄 나는 모습을 보면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야심한 시각 한적한 시골의 편의점에 왠 등산객 하나가 불쑥 들어 서는데 가만히 보니
낯익은 얼굴이다.바람부리(59년생)라는 멋진 닉을 쓰는 건장한 체격의 산꾼이다.
아니 하필 이시간에 여기에 웬 일로 이사람이 나타났을까 궁금해하니 실은 자기도 산행계획을
알았는데 출발시간을 맞출 수 없어 댓글을 달지 않고 우리보다 늦은 21시15분에
혼자 시작하였단다.우리와 만난 시각이 새벽 3시경인데 어떻게 그리도 빨리 뒤쫒아 왔느냐고
물으니 자기는 이수봉에서 빠져 바로 옛골로 내려 왔단다.그러면 진행 속도가 우리와 얼추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겠다.
편의점에서 나와 건너편의 인능산을 어둠속에서 어찌어찌해서 찾아 오른다.
귀밝은 동네개 한마리가 짖으니 금새 온동네 개들의 합창소리가 밤하늘 가른다.
비교적 완만한 능선을 오르내리다 넓은 공터로 된 다섯째 인능산(326m. 4시24분))에 서니
건너편에 우리가 가야할 대모구룡능선이 검은 실루엣을 그리며 서있다.
인능산에서 대모산 가는 길이 아리송한 곳인데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둔 캐이님은
능숙하게 길을 찾아 진행한다.
세곡동 보금자리 아파트 옆길로 오르면 오른쪽으로 산길 들어서는 입구에 대모산 1.9km의
이정표가 서있다.지루한 오름길 끝의 제6산인 대모산(291m.5시54분)에 올라서니 서울의 심장부,
화려한 강남이 마치 신기루인양 발아래 펼쳐진다.
다시 부지런히 발길을 옮겨 제7산 구룡산(306m.6시32분)을 오르면 어느새 동녁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고있다.
이제 양재동으로 내려가면 따끈한 식당에서 뜨거운 국밥으로 언몸도 녹이고 한참 쉴시간도
가진다는 기대감으로 발길이 한결 가벼워진다.
양재사거리 지나 허름한 함바식당(7시29분)을 찾아서 마가목주를 소주와 섞어 마시며
휴식을 취한 다음 양재천을 건너자 다시 우면산을 향한 오름질이 시작된다.
제8봉인 우면산 소망탑(9시00분)지나 군부대를 우회하는 산허리를 길게 돌아 남태령까지는
완만하고 부드러운 산책로다.
남태령(10시7분)에서 관악산 오르는 들머리가 참으로 기묘하다.양쪽으로 수방사 건물이 즐비한
가운데를 헤집고 철조망 따라 얼마동안 오르면 정확하게 마루금인 용마능선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부터 관악산 정상까지가 오늘의 최대 난코스다.가파른 바위능선을 두시간 이상
올라쳐야 정상에 닿는다.
중간에 막걸리와 간식을 먹어가며 힘을 보충하고는 제9봉인 관악산(632m.12시32분)에
올라서고 나니 이제 10산 완주는 바로 눈앞에 다가온 느낌이다.
날씨가 맑아 저멀리 남쪽의 광교산부터 청계를 넘고 인능,구룔,대모 그리고 우면에서
남태령까지 우리가 밤새 걸어온 여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과일과 물로 목을 축이고 건너편 삼성산을 향하여 다시 진군이다.
학봉코스의 암릉을 지나 무너미고개(13시25분)에서 다시 한번 간식과 막걸리로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가파른 바위길을 쉬지않고 올라 마침내 마지막 제10봉인 삼성산(481m.14시10분)에
도달하였다.이제 힘든 오르막 없이 가벼운 업다운 몇차례를 지나 내려가기만 하면 될일이다.
장군봉방향으로 가다 샘터를 지나고 호압사 갈림길에서 석수역코스를 버리고 우회전하여
바위길 따라 북진하면 급경사 내리막길 끝나는 지점에 호압사가 있다.여기서 부터 길은 신작로
수준이고 경사도 완만한데 독산고교까지 야트막한 야산길 4km정도를 다시 오르내려야 한다.
누가 이코스를 날머리로 정했는지 하여튼 주택가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길게 이어지는
능선산책로 마지막에 독산고(16시20분)가 자리잡고 있다.
20시간 20분간 고락을 같이한 우리 3명은 독산고 바로 앞의 조그만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짬뽕을 안주로 소맥잔을 부딪치며 10산종주를 자축하였다.
첫댓글 산행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선배님들의 노익장에 더욱 힘을 내야 겠습니다. 수고라는 말보다 즐겼다는 말이 맞겠군요.^^
노익장
세분이서 어울려서 즐겁게 마치셨네요.축하드립니다.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면,같이 걷지는 못해도 중간에 꿀물이나 막걸리라도 보충해드릴텐데~~~다시 한번 더 축하드립니다.
도전정닌 의지 지구력 건강함에 짝짝 박수를 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세분께!!!!!!!
바람부리님이 합류하셨군요.
대단들 하십니다.
무사히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들 하셨습니다
3분이 재미있게 산행 하셨네요. 이제 강북 30산으로 go~~
아주 죽여주세유
수고하셨구요, 완주를 드립니다^^
헬기장에서 우회전...
그렇네요 매봉 아래 헬기장에서 우회전 수정했습니다.
시간을 맞출수 없어서 댓글 안달고 가기는 했지만 혹시나 중포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읍니다.
마지막까지 순항할수 있었던것은 편의점에서 선배님들 만난 덕분이지요.
두분께 감사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대단항 열정과 체력이십니다.
권 선배님! 아적도 예전 체력 그대로 이신것 같습니다. 캐이님과 바람부리님 세분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