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양모육(與羊謨肉)
양에게 양고기를 내어 놓으라고 꾀다는 뜻으로,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與 : 줄 여(𦥑/7)
羊 : 양 양(羊/0)
謨 : 꾀 모(言/11)
肉 : 고기 육(肉/0)
(유의어)
與狐謀皮여호모피
與狐謨皮여호모피
與虎謀皮여호모피
與虎謨皮여호모피
한자 양(羊)과 관련된 성어(成語)를 살펴보니 희생양(犧牲羊)이란 말이 주는 이미지처럼 성어 속의 한자 양은 그 쓰임새가 억울하게 이용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양두구육(羊頭狗肉)이다. 양의 머리를 내걸고 실제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과 속이 다른 속임수를 꼬집는 말이다.
양질호피(羊質虎皮)도 비슷한 어감을 준다. 양의 몸에 호랑이 가죽을 걸친다는 뜻으로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빈약한 경우다.
한(漢)나라 때 양웅(揚雄)이 지은 법언(法言)에 나온다. '양은 그 몸에 호랑이 가죽을 씌어 놓아도 풀을 보면 좋아라 뜯어 먹고 승냥이를 만나면 두려워 떨며 자신이 호랑이 가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羊質而虎皮 見草而說 見豺而戰 忘其皮之虎矣.
양이 호랑이 가죽을 쓰고 있어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내적으론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지 못했음을 일컫는 이야기다.
우리 속담의 '빛 좋은 개살구'라 할까.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변화가 없음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양입호군(羊入虎群)도 양에게 제 실력을 알라는 외침이다. 아무리 용감한 양이라도 호랑이 무리 속으로 들어가서는 살 수 없다. 만용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진정한 용기란 정작 용기를 내야 할 때 내는 것임을 일러준다.
다기망양(多岐亡羊)은 길이 여러 갈래로 갈려 있어 양을 잃는다는 의미로, 학문의 길 또한 많아 진리를 찾기 어려움을 가리키는 말이다.
세세한 것을 따지다 근본을 놓치는 망양지탄(亡羊之歎)의 우(愚)를 범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보다는 양을 잃고 나서라도 우리를 고치는 망양보뢰(亡羊補牢)의 정신이 더 필요할 듯하다.
최근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외친다. 실현 가능성에 논란이 많다. 여양모육(與羊謨肉)이란 말이 떠오른다. 양에게 양고기를 내놓으라고 꾄다는 뜻으로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국민에게 더 많은 복지를 주기 위해선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고 이 재원은 결국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일 아닌가.
복지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 설사 양장구곡(羊腸九曲)처럼 꼬불꼬불하고 험하기 이를 데 없어도 국민과의 진정한 대화를 통해 동의를 얻는 길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 與(더불 여/줄 여)는 ❶형성문자로 与(여)는 통자(通字), 与(여)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절구구변(臼; 절구)部와 八(팔)을 제외한 글자 (여)와 사람이 더불어 정을 주고 받는다는 나머지 글자의 뜻이 합(合)하여 더불다, 주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與자는 ‘주다’나 ‘더불다’, ‘같이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與자는 舁(마주들 여)자와 与(어조사 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與자의 금문을 보면 코끼리 상아를 서로 붙잡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상아를 건네주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與자의 본래 의미는 ‘주다’였다. 그러나 지금의 與자는 물건을 서로 맞잡고 있다 하여 ‘더불다’나 ‘같이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與(여)는 ①더불다(둘 이상의 사람이 함께하다) ②같이하다 ③참여하다, 참여하다 ④주다, 베풀어주다 ⑤허락하다, 인정하다 ⑥간여하다, 간섭하다 ⑦돕다, 협조하다 ⑧기리다, 찬양하다 ⑨기뻐하다 ⑩기록하다, 등재하다 ⑪쫓다, 따르다 ⑫친하다 ⑬의심하다 ⑭만일, 가령 ⑮미리, 앞서 ⑯위하여 ⑰및 ⑱~보다는 ⑲어조사 ⑳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동아리(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한패를 이룬 무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함께 구(俱), 함께 해(偕), 참여할 참(參),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받을 수(受), 들 야(野)이다. 용례로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을 여부(與否),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여 이것에 편을 드는 정당을 여당(與黨), 여당과 야당을 여야(與野), 주어진 조건을 여건(與件), 금융기관에서 거래하는 상대방에게 신용을 주는 일 곧 돈을 빌려주는 일을 여신(與信), 주고 받음을 여수(與受), 결과가 나타나려 할 때에 힘을 주어 결과를 나타내도록 하는 것을 여과(與果), 동맹을 맺은 나라를 여국(與國), 참여하여 들음을 여문(與聞), 함께 의논함을 여의(與議), 주는 일과 빼앗는 일을 여탈(與奪), 계책을 짜는 데에 참여함을 여모(與謀), 참가하여 관계함을 참여(參與), 도움이 되는 구실을 하는 것을 기여(寄與), 관계하여 참여하는 것을 관여(關與), 지니거나 갖도록 해 줌을 부여(附與), 재산을 무상으로 타인에게 물려 주는 행위를 증여(贈與), 지니거나 갖도록 해 줌을 부여(賦與), 간섭하여 참여함을 간여(干與), 상장이나 상품 등을 줌을 수여(授與), 팔아 넘김을 매여(賣與), 세상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함을 여세추이(與世推移), 양에게 양고기를 내어 놓으라고 꾀다는 뜻으로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르는 말을 여양모육(與羊謨肉), 덕으로써 이웃한다는 뜻으로 덕이 있으면 모두가 친할 수 있다는 말을 여덕위린(與德爲隣), 다른 사람과 서로 약속함을 여인상약(與人相約), 다른 것과 저절로 다름을 여타자별(與他自別), 별로 다른 데가 없이 보통 사람과 같음을 여범인동(與凡人同), 온 세상의 귀착점이 같은 일을 여세동귀(與世同歸), 장물을 주는 이나 받는 이나 둘 다 죄가 같음을 여수동죄(與受同罪),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함께 즐김을 여인동락(與人同樂) 등에 쓰인다.
▶ 羊(양 양)은 상형문자로 양의 머리를 본뜬 글자이다. 양의 머리 모양을 도형화한 것이며 牛(우; 소)자와 비슷하다. 아주 옛날에 양은 신에게 바치는 희생의 짐승 중에서도 특히 존중된 것이었다. 그래서 羊(양)은 (1)면양(綿羊) (2)의지(依支)가 없이 약하다는 뜻에서 신자(信者)를 비유하는 말 (3)성질(性質)이 퍽 온순(溫純)한 사람의 비유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양(羊: 솟과의 동물) ②상서(祥瑞)롭다 ③배회(徘徊)하다 ④바라보다 ⑤자세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양의 털을 양모(羊毛), 양의 젖을 양유(羊乳), 양의 가죽을 양피(羊皮), 양털로 촉을 만든 붓을 양호(羊毫), 양의 무리를 양군(羊群), 양고기를 양육(羊肉), 양 뿔을 양각(羊角), 양가죽으로 만든 옷을 양구(羊裘), 양의 머리를 양두(羊頭), 양을 가두어 기르는 우리를 양사(羊舍), 털빛이 흰 양을 백양(白羊), 털빛이 검은 양을 흑양(黑羊), 소와 양을 우양(牛羊), 개와 양을 견양(犬羊), 양을 기름을 목양(牧羊), 양의 수컷을 저양(羝羊), 양의 암컷을 빈양(牝羊), 우리 안에 갇힌 양이란 뜻으로 자유롭지 못함을 함양(檻羊),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한 것을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창자처럼 구불구불 휘고 좁은 길이라는 뜻으로 대학 입시나 입사 시험 등의 합격의 어려움을 양장소경(羊腸小徑), 속은 양이고 거죽은 호랑이라는 뜻으로 거죽은 훌륭하나 실속이 없음을 양질호피(羊質虎皮), 양을 잃고서 그 우리를 고친다는 뜻으로 실패한 후에 일을 대비함을 망양보뢰(亡羊補牢), 달아난 양을 찾다가 여러 갈래 길에 이르러 길을 잃었다는 뜻으로 학문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 진리를 찾기 어려움을 다기망양(多岐亡羊) 등에 쓰인다.
▶ 謨(꾀 모)는 형성문자로 谟(모)와 譕(모)는 간자(古字), 謩(모)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莫(모)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謨(모)는 ①꾀, 계책(計策) ②그릇의 이름 ③꾀하다, 계획(計劃)하다 ④속이다 ⑤없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일을 꾀하여 계획함 또는 그 계획을 모획(謨畫), 일반으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뛰어난 계략을 귀모(鬼謨), 조상 대대로 전하여 내려오는 가르침을 선모(先謨), 국가의 정사에 관한 계책을 정모(政謨), 커다란 계책을 광모(廣謨), 치밀하게 세워진 계책을 노모(老謨), 주장이 되어 어떤 일을 꾀함을 수모(首謨), 잔꾀가 많은 사람을 다모객(多謨客), 주모자 가운데의 우두머리를 수모자(首謨者), 양에게 양고기를 내어 놓으라고 꾀다는 뜻으로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르는 말을 여양모육(與羊謨肉) 등에 쓰인다.
▶ 肉(고기 육, 둘레 유)은 ❶상형문자로 宍(육)은 고자(古字)이다. 신에게 바치는 동물의 고기의 썬 조각, 俎(조) 따위의 글자에 포함되는 夕(석) 비슷한 모양은 肉(육)의 옛 자형(字形)이지만 나중에 月(월)로 쓰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것을 日月(일월)의 月(월; 달)과 구별하여 月(육달월)部라 부른다. 육이란 음은 부드럽다의 뜻과 관계가 있는 듯하다. ❷상형문자로 肉자는 ‘고기’나 ‘살’, ‘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肉자는 고깃덩어리에 칼집을 낸 모양을 그린 것으로 ‘고기’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러나 肉자는 단독으로 쓰일 때만 고기를 뜻하고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주로 사람의 신체와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肉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달’을 뜻하는 月(달 월)자로 바뀌게 된다는 점이다. 본래 肉자의 부수자로는 ⺼(고기 육)자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편의상 月자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을 뜻하는 月(달 월)자와 혼동이 생길 수 있지만 月(달 월)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期(기약할 기)자처럼 우측 변에 위치하고 ⺼(육달 월)자일 경우에는 肝(간 간)자처럼 좌측이나 하단, 상단에 위치하게 되니 구분할 수 있기는 하다. 이렇게 肉자가 月자로 쓰일 때는 ‘육달 월’이라고 읽는다. 그래서 肉(육, 유)은 (1)짐승의 고기 (2)살 등의 뜻으로 ①고기 ②살 ③몸 ④혈연(血緣) 그리고 ⓐ둘레(유) ⓑ저울추(유)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고기의 맛을 육미(肉味), 육체에 대하여 과하는 형벌을 육형(肉刑), 육체에서 풍기는 느낌을 육감(肉感), 고기가 많이 있는 호사한 모양을 육림(肉林), 적진에 돌진 육박하는 일을 육탄(肉彈), 식용할 목적으로 사육하는 소를 육우(肉牛), 구체적인 물체로서의 인간의 몸뚱이를 육체(肉體), 육질로 되어 단단하지 않은 몸을 육신(肉身), 높거나 대단한 기준이나 수치에 거의 가깝게 다가가는 것 또는 공격하기 위해 몸으로 돌진하는 것을 육박(肉薄), 식육의 고기 종류를 육류(肉類), 남녀의 교접을 육교(肉交), 적에게 몸으로 다가감을 육박(肉迫), 쇠고기를 얇게 저미어 만든 포를 육포(肉脯), 고기가 산을 이루고 말린 고기가 수풀을 이룬다는 육산포림(肉山脯林), 웃옷 한쪽을 벗고 가시 나무를 짐 곧 잘못을 크게 뉘우침이라는 육단부형(肉袒負荊), 살이 썩어 벌레가 꾄다는 뜻으로 모든 일은 근본이 잘못되면 그 폐해가 계속하여 발생함을 육부출충(肉腐出蟲), 살이 많고 뼈가 적음을 육다골소(肉多骨少), 고기와 술이 많음을 형용하여 이르는 말을 육산주해(肉山酒海), 몸이 몹시 여위어 뼈만 남도록 마름을 육탈골립(肉脫骨立)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