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운 성공… ‘글로벌 B2C’ 개척
에이컴메이트코리아
“지금 한국 시장은 포화상태이므로 내수에만 의존하면 안 됩니다. 해외판로 개척에 힘써야 할 때입니다.”
김익용 에이컴메이트코리아 부사장은 지난해 한 온라인마케팅 포털 업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중국 온라인 시장이 2018년에는 지금보다 최대10배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4년 사이 중국 인터넷 사용 인구는 약 6억3000명으로 50% 가까이 늘어났고 이중 온라인 쇼핑 인구도 2배 넘게 증가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어 좋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이라면 중국 어디서든지 통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컴메이트코리아(이하 에이컴메이트)는 해외 소비자들의 한국 상품 온라인 쇼핑을 뜻하는 이른바 ‘역직구’ 전문업체이다. 에이컴메이트의 2015년 수출액은 약 5000만 달러로 2014년(900만 달러)보다 5배 이상 급증했다. 에이컴메이트 상하이법인의 비즈니스 일부분이 세무 상의 이유로 한국 법인에 적용됐다고는 하지만, 엄청 빠른 증가세다.
실패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성공의 자양분
에이컴메이트는 2015년 17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달성하면서 소위 ‘대박’을 쳤다. 이는 2008년 설립 이후 역대 최고 규모일 뿐만 아니라 국내 ‘국경 간 전자상거래(cross border trading)’ 업체 중 가장 많은 액수다. 설립 이후 8년 동안 사업이 확장되면서 7개의 국내외 법인과 450여 명의 직원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렇다고 에이컴메이트가 ‘꽃길’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에이컴메이트의 이 같은 성공은 역설적으로 실패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주 중 한 명인 강철용 에이컴메이트 대표는 2005년 중국에서 어학연수 도중 중국의 아이디어 상품을 저렴하게 국내로 가져와 지마켓 등 오픈마켓에서 팔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무역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2007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수입한 ‘디자인 시계’ 200개는 완판이 됐지만, 100개가 반품됐다. 당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해골 팔찌’는 1000개를 들여왔지만, 정확히 1개만 팔렸다. 나머지 999개는 고물상에 1만5000원을 ‘주고’ 버려야 했다. 이같은 실패는 강 대표와 에이컴메이트에 ‘약’이 됐다. 실패의 경험은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상품 선정 등에 있어 큰 경험이 됐다.
이후 강 대표는 2007년 ‘제이미(JAMY)’라는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구매대행 B2B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한국 옷을 팔기 시작했다. 당시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해 환율이 1위안 당 220원까지 치솟았다. 중국에 있으면서 한국 업체로부터 옷을 조달할 때 환율 차이로 인해 1000만 원의 대금을 결제할 것을 700만 원만 결제하면 돼 강 대표에게는 큰 이점이 됐다. 이어 2009년엔 ‘고포유(Gou4U)’라는 구매대행 B2C사이트를 오픈했고 그와 비슷한 시점에 개인 간 판매가 이뤄지는 오픈마켓 ‘타오바오(Taobao) 한국관’ 운영 서비스를 시작하며 점차 사업을 확대했다. 현재는 티몰(Tmall)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관을 운영하고 티몰에 입점한 한국업체들의 운영대행 서비스도 하고 있다. ‘홍콩국제티몰(Tmall.hk)’에서는 해외 브랜드관을 운영하고 있다.
비결은 ‘현지시장 이해·빠른 의사결정’
또 다른 수출성공 비결은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와 빠른 의사결정에 있다. 에이컴메이트는 중국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것에 대응해 상품을 소비자에게 먼저 선보이며 사업의 진행유무를 결정했다. 중국 시장이 워낙 거대하고 소비자 성향도 각각 달라 일단 시도부터 해보자는 것이다. 중국 시장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분석하지 않고 오직 시장 상황에만 맞춰서 대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2015년에 많이 팔렸던 색조 화장품이 2016년 4월 중국 당국의 세제 개편으로 인해 타격을 받자 상품을 온라인에서 바로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에이컴메이트가 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간단히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게 장점이다. 에이컴메이트는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 현지 자사의 온라인 채널을 통해 상품 판매를 대행해주고 있다. 즉 국내 업체와 중국 현지 플랫폼 사이에서 ‘교두보’ 역할을 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업체가 해외로 진출할 때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에 대해 상담을 해주고, 해외 진출 준비가 된 국내 업체의 경우 에이트컴메이트가 직접 나서 실질적으로 해외 플랫폼에 입점을 시켜 매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티몰 글로벌’에 국내 수출 초보 기업을 입점시키고 상품기획, 사이트운영, 마케팅, 배송, 고객 상담 등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 눈길을 끈다. 중국 비즈니스에서 현지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 한 국내 초보 수출기업에게 있어 이와 같은 서비스가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에이컴메이트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초보 기업을 대상으로 ‘시장테스트-시장진입-시장확장-시장정착-시장전환’으로 이어지는 5단계 시스템을 구축했다. 먼저 에이컴메이트가 직접 운영하는 구매대행 B2C사이트인 고포유를 통해 소수 상품을 소량으로 판매해 상품의 시장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는 일종의 ‘테스트’ 단계를 거친다. 이후 상품이 대량 판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면 ‘시장진입’ 단계로 돌입, 구매대행 B2B 서비스 사이트인 제이미와 티몰 내 입점한 티몰 글로벌 등을 통해 개별 상품을 B2B 중심으로 판매한다.
이어 ‘상품확장’ 단계에서는 운영하는 전체 사이트몰 내에 단일 브랜드 코너를 신설하여 종합몰 진출에 발판을 마련한다. ‘안정화’ 단계에서는 자사가 운영하는 채널 외 타사가 운영하는 플랫폼까지 운영대행 서비스를 진행하며, 이후 중국 시장 외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기 위해 ‘G2G(Global to Global Trading Platform)’ 서비스를 활용, ‘시장전환’ 단계에 진입한다.
중국 온라인 전자상거래 운영 까다로워
에이컴메이트는 중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업체에게 적어도 ‘수출이 가능한 환경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가령 중국 측에서 요구하는 생산 물량이 기존 한국에서 생산하던 물량보다 10배가량 많다면 국내 업체가 이를 맞출 수 있냐는 것이다. 지적 재산권, 상표권 등도 문제로 꼽혔다. 제품이 좋아 막상 중국 시장으로 진출해도 저작권, 상표권 문제로 발목 잡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또 현지 쇼핑몰 운영의 경험과 노하우 부족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한국과 달리 중국 온라인 전자상거래 운영이 매우 까다롭기에 입점 된 기업이 현지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검색에서 불이익을 받을뿐더러 심하면 온라인 상점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2014년 이마트, 롯데마트, 지마켓 등과 같은 대기업이 에이컴메이트에게 따로 운영대행 의뢰를 보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끝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중국을 한 국가로 보지 말고 시장단위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도시마다 소비자의 구매성향이 달라 브랜드 선호, 마케팅 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중국이라는 큰 나라 안에 다양한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에이컴메이트는 향후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국경 간 전자상거래 업체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지화 운영체계 수립, 마케팅 역량강화, 고객 서비스 고도화 등 3대 전략과제를 도출하고 국경 간 전자상거래에 최적화된 개발 프레임워크 구축 등 차별화된 IT 역량으로 성장 기반을 확보한다는 의지다. 이밖에 위챗, 웨이보 등 SNS 상에서 선보인 이벤트 위주의 마케팅에서 나아가 사진, 영상, 홍보 기사 등의 콘텐츠를 제작해 마케팅 강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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