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佛선 와인-獨 고기 소비 줄여”… EU 마이너스성장, 6개국→9개국 늘어
“프랑스에서 와인을, 스페인에서 올리브오일을, 독일에서 육류와 우유 소비를 줄인다.”
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소비자들은 올 초부터 지난 수십 년간 경험해 보지 못한 경제 둔화와 고물가에 이처럼 소비를 줄이고 있다.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을 뒷받침하듯 이날 유럽연합(EU) 통계 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통계가 취합된 23개국 중 9개국의 올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역(逆)성장을 기록했다. 그리스 크로아티아 룩셈부르크 몰타를 제외한 23개국 GDP 증가율은 1.3%였지만 에스토니아(―3.0%) 스웨덴(―2.4%) 헝가리(―2.3%) 네덜란드(―0.3%) 독일(―0.1%) 등 9개국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낸 것이다. EU 회원국 중 역성장 국가는 지난해 3분기(7∼9월) 1개국에서 4분기(10∼12월) 5개국, 그리고 올 1분기(1∼3월) 6개국으로 계속 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은 지난해부터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흑해 곡물 수출 항구를 봉쇄해 곡물 가격이 치솟았고,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선다며 유럽으로 흐르는 가스관을 잠그면서 자원을 무기화하자 에너지 가격도 급등해 인플레이션을 불렀다.
고물가가 유럽 지역 생산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도 부진해졌다. EU 주요 교역국인 중국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완화된 이후에도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더딘 점도 수출 부진에 일조했다.
특히 올 1분기(―0.3%)보다 감소율이 둔화되긴 했지만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은 수출 부진 탓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물가 억제를 위한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 릴레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루도빅 수브란 알리안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억누르려는 ECB의 결의는 경기 침체 두려움으로 흐려질 것”이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다만 향후 GDP 증가율 전망치를 고려하면 유럽 국가들의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라는 시각도 있다. 미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영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OE)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GDP는 올 2개 분기 연속 부진 후 완만하게 확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