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룡의 조상 파충류에겐 부리-발톱 있었다
파충류 일반적 모습과 달라
위협적인 육식 공룡과 유사
“생존 위한 치열한 진화 증거”
익룡의 조상 격인 파충류 '라게르페티드' 복원도. Caio Fantini 제공
익룡의 조상 격인 고대 파충류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파충류의 특징과 달리 부리와 두드러진 발톱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 생태계를 살아가던 생물들은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알렉산더 켈너와 스텔링 네스비트 미국 버지니아공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약 2억3000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살았던 파충류 ‘라게르페티드’가 육식 공룡처럼 위협적인 발톱과 부리를 지니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1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복원된 라게르페티드의 모습은 가장 위험한 공룡 중 하나로 알려진 벨로키랍토르와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라게르페티드는 2억4000만∼2억1000만 년 전 지구에서 서식한 고양이 크기의 파충류다. 공룡과 함께 중생대를 지배했던 익룡의 근연종(생물 분류가 가까운 종)이다. 영국 버밍엄대 연구팀은 익룡의 초기 근연종인 ‘스클레로모클루스’라는 파충류가 해부학적으로 라게르페티드에 더 가깝다는 분석을 지난해 내놨다. 단, 라게르페티드는 익룡처럼 하늘을 날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익룡의 조상이지만 비행은 하지 않았던 라게르페티드의 자세한 생활상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라게르페티드가 살아가던 방식을 추측하기 위해 당시 모습을 복원하는 데 집중했다. 부위별로 흩어져 있던 라게르페티드의 뼈 화석을 섬세하게 짜 맞췄다. 이번 연구에선 브라질 북부에서 발견된 라게르페티드의 화석이 사용됐다.
복원된 라게르페티드는 날카로운 부리와 두드러진 발톱을 가진 맹금류와 같은 모습이었다. 연구팀은 구부러진 모양의 발톱은 먹이를 잡아채거나 나무, 돌산지대를 오르는 데 유용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또 앞발 역할을 하는 발톱은 이 파충류가 사족보행이 아닌 이족보행을 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라게르페티드가 가진 부리의 역할도 다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먹이를 먹는 기관을 넘어 성적인 표현, 의사소통을 위한 울음소리, 체온 조절과 같은 기능이 부리를 통해 이뤄졌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확인한 라게르페티드의 모습은 중생대에 살았던 생물종의 다양성과 함께 생존을 위한 치열한 진화를 보여준다”며 “익룡과 공룡으로 양분된 시대가 찾아오기 전에 생물종들은 생존을 위해 각자 독특한 형태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실제 라게르페티드는 작은 체구를 가진 파충류였지만 날카로운 부리와 위협적인 갈고리 모양의 발톱을 갖추면서 사냥을 할 수 있게 됐다. 동시대에 살았던 다른 육식 공룡의 발톱만큼이나 위협적인 사냥도구를 갖게 되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라게르페티드와 관련해 풀어야 할 수수께끼는 아직 많이 남았다. 부리의 경우 다양한 기능을 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러한 기능들이 갖는 진화적 이점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부리가 어떻게 생존과 직결되는 역할을 수행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라게르페티드가 익룡과 익룡을 포함한 다른 종으로 진화한 과정을 알아내는 것도 연구 대상이다. 현재 라게르페티드는 4종류의 파충류의 조상이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이 진화한 과정을 살피면 중생대 다양한 생물종의 생활상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