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이후 열 차례 미국 대선 중 아홉 차례의 결과를 맞혀 '대선 족집게'란 평판을 들어 온 미국의 역사학자가 오는 11월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을 수 있는 것으로 점쳤다.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학 역사학과 석좌교수가 고안한 '백악관으로 가는 13개 열쇠' 모델을 통해 내놓은 예측인데 해리스가 6개를 차지, 3개에 그친 트럼프에 우세한 것으로 봤다고 폭스 뉴스는 보도했다. 나머지 4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아 다음달 말쯤 최종 예측을 내놓기로 했다는 것이 폭스 뉴스 보도다.
그런데 릭트먼의 예측을 놓고 일간 USA 투데이는 해리스가 8개, 트럼프가 5개를 차지한 것으로 봤다고 다르게 보도해 눈길을 끈다. 물론 이 신문도 다음달 릭트먼이 최종 예측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예측의 일관성을 뒤집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언론은 연합뉴스가 USA 투데이 보도를 중심으로 전한 영향으로 대체로 8-5 예측 위주로 전했다.
릭트먼은 1860년 이후 미국 대선의 추세를 역사적으로 분석해 개발한 틀로 대선 결과를 예측해 왔다. 그가 제시하는 13개 열쇠는 ① 집권당의 입지 ② 대선 경선 ③ 후보의 현직 여부 ④ 제3 후보 ⑤ 단기 경제성과 ⑥ 장기 경제성과 ⑦ 정책 변화 ⑧ 사회 불안 ⑨ 스캔들 ⑩ 외교·군사 실패 ⑪ 외교·군사 성공 ⑫ 현직자의 카리스마 ⑬ 도전자의 카리스마다. 이 중 집권당이 8개 이상에서 유리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판단되고, 반대로 집권당이 6개 이상 변수에서 불리하면 패배한다는 판정을 내린다.
USA 투데이 보도를 중심으로 한 연합뉴스 보도 골자다.
이번 릭트먼 교수의 예측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13개 열쇠 중 8개에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선 민주당에 해리스 부통령에 맞설 만한 다른 후보가 없고, 그가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점이 꼽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집권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제3 후보가 없다는 점도 유리한 변수로 해석됐다. 현재 무소속 대선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있지만, 그의 존재가 영향을 미치려면 오는 11월 직전 여론조사 지지율이 10%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 릭트먼 교수의 분석이다. 하지만 그는 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 경제 성과와 장기 경제 성과도 해리스 부통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로서는 올해 경기 침체가 발표된 바가 없고,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8%로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를 상회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이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는 점과 현재 산발적인 시위를 제외한 사회적 불안이 없는 상태라는 점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한 변수로 전망됐다.
반면 민주당이 지난 2022년 중간선거에서 2018년 중간선거보다 더 많은 하원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점,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는 점 등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울러 가자지구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결되지 않은 점도 민주당에 불리한 변수로 판단됐다.
이 밖에도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당을 초월해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변수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불리한 것으로 예측됐다.
릭트먼 교수는 1984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재선을 예측한 후 모두 10차례에 걸쳐 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까지 대부분의 당선 결과를 정확하게 맞혔다. 특히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의 당선을 유력하게 보는 여론조사가 쏟아졌지만, 그는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예상했다.
그의 예측이 빗나간 것은 조지 W 부시가 재검표 논란 끝에 앨 고어에게 패배를 안긴 2000년 대선이 유일하다.
릭트먼 교수는 이번 예비 분석결과를 재검토해 다음달 정식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 기사에 첨부된 그래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붉은 색과 푸른 색이 한 색이 아니라 농도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릭트먼이 그렇게 표현해야 했는지에 대해 위 기사는 어떤 설명이 없다. 유보적이거나 미세 조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 것 같은데 이에 관심을 쏟지 않았다.
따라서 USA 투데이 기사와 다른 폭스 뉴스의 대목을 살펴보려 한다.
릭트먼의 예측에 따르면 해리스가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은 13개 열쇠 가운데 6개를 갖고 있다. 이들 열쇠는 대선 경선, 단기 경제성과, 장기 경제성과, 정책 변화, 스캔들, 도전자의 카리스마 등이다.
공화당은 3개의 열쇠를 갖고 있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를 차지한 점. 현직 대통령이 재임을 추구하지 않는 점, 현직자의 카리스마가 부족한 점 등이다.
4개의 열쇠는 아직도 어느 쪽으로 넘어갈지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 열쇠는 제3의 후보 변수 등인데 릭트먼은 무소속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대선 레이스에서 어떤 위치에 놓일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밖에 허공에 떠 있는 열쇠들은 사회불안이 없는지, 외교군사 실패와 외교군사 성공이다.
민주당이 위 3개 열쇠를 잃는다면 패자로 예측될 것이다.
2024 대선 레이스 최종 예측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릭트먼은 뉴스 네이션에 "해리스가 패배하려면 많은 것들이 잘못 돼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2016년을, 바이든이 2020년을 승리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다. 이 역사학자는 민주당이 다음달 민주당전당대회(DNC)에서 후보 지명을 확정하면 최종 예측을 내놓을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