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 오거리
- 원 두 용
친구 엄마를 찿아 왔어요
숨막히는 자궁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구멍으로 고개를 내밀자
곪고 곪아 피어난 회색 꽃밭에서
누나들의 파란 젖가슴이 까만 연기속에서 피어나고 있어요
인력사무소 앞에서 우린 차례를 기다리며
숨길 수 없는 노랠 부르다
봉고차에 매달린 채 엄마를 보았어요
가리봉 오거리 막걸리집에서 찢어진 치마를 입고
떼굴떼굴 잘도 굴러가는 엄마 가랑이 사이로
무쇠솥이 망치질 할 때마다
벚꽃들은 하얀 피를 토하며
가리봉 오거리에 우리의 씨앗을 뿌립니다
카페 게시글
시인 창작의 방
가리봉 오거리
원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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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1
08.10.20 14:0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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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회 비판의 내용이 심오합니다, 현실적이네요.. 슬퍼집니다.
솔직히 전 서울의 환상을 처음 느낀 곳이 이곳입니다. 지금 저는 이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 아픔이 떠날 수 없는 그곳에서 난 지금도 그 곳에 살고 있습니다.
원도령님, 반갑습니다!^^ 가리봉동...산업의 역사가 생생한 그곳...지금은 얼마나 달라졌나요? 글속에서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촛불행진이라도 하는 듯 하네요. 글...읽고 갑니다. 좋은 가을이 길.
부끄러운 몸짓으로 난 피상적으로만 이 곳을 지나쳐 왔고 지금 그곳에서 눈물만 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