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문학상 수상자 발표-------------------------------------------------------------------------------------------------------------
정라진 바다는 사랑을 앓고 그리움을 낳는다
박종화
바다하고 부르면 정-라-진하고 답한다
명치끝으로 파도가 파고들면
아린 상처 더 도지고
바위 주위로 맴도는 보고픔 풀어놓지도 못한다
그대 그리워 편지를 쓴다
노을 적셔 흐느적이는 애련
가다가 가다가 되돌아오지 않을 긴긴 편지
머언 수평선, 보고 싶은 그대 그림자 아리아리 춤출 때
못 다한 푸른 그리운 사연 밤새도록 쓰다 지우고
바다가 노래하는 애틋한 심정
그때도 그랬듯이 오늘도 바닷가에 나섰다
온몸으로 아리게 파고드는 파도 그대로인데
그대만 없다
몸과 맘 낮추어 뼛속 깊이 퍼지는 상처만 싸맨다
정라진 바다, 사랑을 앓고 그리움 낳는 바다, 다
고정古情
새벽 일찍 바다 일 서둘러 나가시는
아버지는 황금빛이셨다. 문 열고
출렁이는 파도 따라 바다로 머언 바다로
힘차게 노저으시며
하루 온종일 물에서 손 못 놓으시는
어머니는 늘 깨어있는 우물물
집안 구석구석 가슴앓이도 품 안으시는
둥근 두레박이셨다
엄청 고만고만한 들꽃들
삼삼 품안고 뭉실뭉실 잔웃음으로
촉촉 다독이는 선연한 누이는
하이얀 박꽃이었다
대나무숲 살아 바람가리고
죽죽 곧은 그리움으로 눈 홀김없이
나울거리는 깊고 넉넉한 모두의
호롱불이셨다.
마음 든든한 할머니
은밀한 흔적
그리움은 세월도 그 흔적을 지우지 못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속에서도
당신을 향한 설레임이 덮개로 포개지면
그 시절로 달려간다
환한 눈빛으로 나눈 대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답던
당신과의 인연 이처럼 떨리는데
어쩌란 말인가 오늘도 비는 내리고
말랑하고 따슨 핏줄 세세 틈틈
언약의 가슴 꽃으로 하나하나 다시 살려 내리라
처음처럼 용기 내어 그대 곁에 달려간다
이 목숨 다할 때까지 오지게 우리 사랑 지키리라
잊지 못할 은밀한 흔적 지워지지 않도록
비는 그리움 되어 층층 두께로 한결 쌓여만 간다
풀꽃 편지
그냥 주면 다 되는 줄 알았습니다
마냥 기다리면 쉬 오는 줄 알았습니다
가만있으면 모두 다 원하는 대로
술술 풀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눈빛만으로도 진하게 통하는 첫정입니다
마음으로 마음으로만 자잘한 아픔도
깊게 나누었습니다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에 용기를 품었답니다.
가는 세월 아쉽지만 내일을 향합니다
서럽고 안타까운 염원 점점 키웁니다
짜증도 보챔도 변함없는 사랑입니다
그럭그럭 덧없이 나이만 늘었습니다
아직도 사랑하는 그대 있어 행복합니다
누구에게나 말 못할 진한 사연 있다
가슴 깊은 곳 아주 낮은 곳에 고이 간직하며
소리 없이 졸졸 졸이며 하루를 온전히 살기 바라지만
어둔 밤 지나 찬란한 아침 해 떠오르듯이
잔잔한 바다 밀려오는 온통 고기떼로 흔들리듯이
그렁그렁 고여 흐르는 잊지 못할 찡한 나눔
온몸으로 파고드는 당신의 보드라운 살결
이 밤이 다하기 전에 절절 품 깊이 파고들자
칼날처럼 언 땅 봄이면 젓갈 곰삭듯이 그래그래
괜찮아. 괜찮아 다독이는 바닷바람 연비하자
누구에게나 말 못할 사연 그
진한 슬픔 품어가듯이
봉황산에서
오늘도 눈부신 당신 만났습니다
빈손으로 올랐다가 애씀으로
잊지 못할 은혜 받았습니다
눈비바람으로 꽃 피고지고 언제나
저 강과 바다는 따슨 손 마주잡고
괜찮아 사모한다 속삭입니다
넉넉하고 튼실한 당신 확연히 품었습니다
쓴 이별과 큰 슬픔도 배웠습니다
천천히 내려올 때 살그머니 말줍니다
그리움은 눈물의 질긴 끈과 힘이라는 것
인터뷰 -----------------------------------------------------------------------------------------------------------------
강동수 _ 삼척문인협회 회장
박종화 _ 삼척문학상 대상 수상자
강. 안녕하세요. 삼척문학상 대상 수상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문단 데뷔년도와 문학지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박. 1990년 월간 『문학세계』로 등단했습니다.
강. 문학 활동을 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입니까?
박.
『두타문학』에 계시는 지역 선배님들이 제가 공무원이면서 글을 쓰는 것을 아시고 입회를 권유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을 하게 되었지요.
강.
선생님은 공무원으로 계시면서 문학 활동을 병행하셨는데 그에 따른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박.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일단 초창기에는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문학 활동을 할 수 형편이었고, 시대가 그러니까 일반적인 시를 쓰기보다는 고향이라든가 꽃에 대한 글을 써서 발표하고 활동하고 그랬지요.
강.
선생님의 시를 보면 사랑 시를 많이 쓰시고 발표하셨는데 특별히 이유가 있으신지요?
박.
결국 사람이 사는 것은 사랑을 모토로 살아가는 것이기에, 어떠한 사물을 의인화해서 시를 쓰려면 사랑이라는 정서를 넣고 쓸 때 좋은 시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사랑을 이야기 안 할 수 없었지요. 시의 정서는 사랑으로 귀결돼야 된다고 생각하기에 사랑시를 많이 썼습니다.
강.
삼척이라는 지역에서 문학 활동을 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지역문학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박.
지역에서 문학 활동을 한다는 것은 일단 시야가 좁을 수 있고 대외적으로 활동을 하려고 하면 교통비라든가 시간을 할애해야 중앙문단에 가서 교류를 할 수 있는데 지방에 살면 그런 면에서 어려움이 있지요. 또 중앙문단의 문예지들이 쉽게 지역 문인들에게 지면을 제공해주지 않아요.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지요. 그런 면에서 힘이 들고, 중앙문단의 정통성이라는 것이 조류에 따라서 이합집산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지방에서는 그 흐름을 알 수 없으니 어떤 것이 정당한 문학의 주류인지 지방에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해요.
강. 좋아하는 시인이나 문학인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요.
박.
청마 유치환 시인을 좋아하고 현대시인으로는 류시화 시인을 좋아합니다.
강. 특별히 애송하시는 시가 있다면?
박. 유치환의 「행복」을 좋아합니다.
강.
선생님이 평소 시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
시는 관심이고 애정이지요. 남녀 관계도 마찬가지이지만 관심이 없으면 의미가 없지요. 무생물에도 생명을 부여하면 의미가 부여되듯이 시도 관심을 주고 애정을 주면 훌륭한 시가 된다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강.
선생님께서는 지역에서 오랜 시간 문학 강좌를 통해 많은 제자들을 배출하셨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박.
20년 후학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겪었던 경험들을 떠올려 후배들은 자유롭고 쉽게 글을 쓸 수 있도록 앞에서 이끌었다는 것이 보람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강의를 들어 주신 분들께 고마울 따름이고요.
강.
시집을 12권 내셨는데 특별이 애착이 가는 시집은 어떤 시집이신지요?
박.
5시집 『사랑멀리』라는 시집에 가장 애착을 느낍니다. 애정을 많이 쏟고 아끼는 시들을 모아서 출간한 기억이 있습니다.
강.
오랜 시간 시작 활동을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점이나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박.
아무래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시를 쓰고 활동을 하고 시집을 출간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전업 작가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직장이라는 조직 내에서 작품 활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으로 부터 30년 전이라,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시간을 내어서 작품을 창작해야하는데 그런면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강. 선생님에게 시적으로 영감을 준 시인이 있으십니까?
박.
김소월 시인의 시를 좋아하면서 습작시절부터 시어라든가 시의 운율, 정서 같은 것을 많이 참고 했습니다.
강. 앞으로 시집 출간 계획은 있으신지요?
박.
올해 열세 번째 시집을 출간합니다. 출판사와 발간 시기를 의논 중에 있습니다. 이번 시집을 마지막으로 시선집을 출간하는 것이 소원입니다.
강.
다시 한 번 삼척문학상 대상을 축하드리며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상 소감 -----------------------------------------------------------------------------------------------------
따듯하게 살겠습니다
박종화(삼척문학상 대상 수상자)
작은 인연들이 모여 아름답습니다.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사위원들과 관계자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뭉클”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큰 감동이 가슴에 복받치는 듯한 느낌이 자꾸 듭니다. 한 번뿐인 인생! 시 쓰는 일에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일출의 다짐과 일몰의 겸손을 배웁니다. 오늘도 쓰며, 배우며. 나누며. 시의 삶을 사랑하겠습니다. 따뜻하게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