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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십승지와구곡을찾아 원문보기 글쓴이: mt주왕
도문대작 교산 허균
우리 집은 가난하기는 했지만 선친이 생존해 계실 적에는 사방에서 나는 별미를 예물로 바치는 자가 많아서 나는 어릴 때 온갖 진귀한 음식을 고루 먹을 수 있었다. 커서는 잘사는 집에 장가들어서 산해진미를 다 맛볼 수 있었다. 임진왜란 때 병화를 피해 북쪽으로 갔다가 강릉으로 돌아왔는데,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기이한 해산물을 골고루 맛보았고 벼슬길에 나선 뒤로는 남북으로 전전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나는 별미를 모두 먹어볼 수 있었다. 먹는 것과 성욕은 사람의 본성이다. 더구나 먹는 것은 생명에 관계되는 것이다. 선현들이, 먹는 것을 바치는 자를 천하게 여겼지만, 그것은 먹는 것만을 탐하고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를 지적한 것이지 어떻게 먹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것이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팔진미의 등급을 《예경(禮經)》에 기록했으며, 맹자가 생선과 웅장(熊掌)의 구분을 했겠는가. 내 일찍이 하씨(何氏)의 《식경(食經)》과 서공(舒公)의 《식단(食單)》을 보았는데, 두 사람은 모두 천하의 진미를 빠짐없이 기록하여 그 종류가 만(萬)을 헤아리도록 많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것은 좋은 이름만 기록하여 눈만 현란하게 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외진 곳에 있기는 하지만 바다로 둘러싸였고 높은 산이 솟아 물산이 풍부하다. 만일 하씨(何氏)나 위씨(韋氏) 두 사람의 예(例)를 따라 명칭을 바꾸어 구분한다면, 아마 역시 만(萬)의 수는 될 것이다. 내가 죄를 짓고 바닷가로 유배되었을 적에 쌀겨마저도 부족하여 밥상에 오르는 것은 상한 생선이나 감자■들 미나리 등이었고 그것도 끼니마다 먹지 못하여 굶주린 배로 밤을 지새울 때면 언제나 지난날 산해진미도 물리도록 먹어 싫어하던 때를 생각하고 침을 삼키곤 하였다. 다시 한 번 먹어보고 싶었지만, 하늘나라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처럼 까마득하니, 천도복숭아를 훔쳐 먹은 동방삭(東方朔)이 아닌 바에야 어떻게 훔쳐 먹을 수 있겠는가. 마침내 종류별로 나열하여 기록해 놓고 가끔 보면서 한 점의 고기로 여기기로 하였다. 쓰기를 마치고 나서 《도문대작(屠門大嚼) : 푸줏간 앞을 지나가면서 입맛을 다신다. 이는 실제로 먹지는 못하고 먹고 싶어서 먹는 흉내만을 내는 것으로 자족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라 하여 먹는 것에 너무 사치하고 절약할 줄 모르는 세속의 현달한 자들에게 부귀영화는 이처럼 무상할 뿐이라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다. 1611년(광해군 3) 4월 21일 성성거사(惺惺居士, 許筠)는 쓴다.
도문대작 [屠門大嚼] 1611년(광해군 3) 허균(許筠:1569~1618)이 전국 8도의 식품과 명산지에 관하여 적은 책.
[餠餌之類] 074_369c |
防風粥。余外家江陵。土多產防風。二月。土人乘露曉摘其初芽。令不見日。精舂稻米。煮爲弼편001。半熟投之。候其沸。移盛于冷瓷碗。半溫而食之。甘香滿口。三日不衰。眞俗間上品醍醐也。余後在遼山。試作之。不及江弼遠甚。
방풍죽(防風粥) : 나의 외가는 강릉(江陵)이다. 그곳에는 방풍이 많이 난다. 2월이면 그곳 사람들은 해가 뜨기 전에 이슬을 맞으며 처음 돋아난 싹을 딴다. 곱게 찧은 쌀로 죽을 끓이는데, 반쯤 익었을 때 방풍 싹을 넣는다. 다 끓으면 찬사기 그릇에 담아 뜨뜻할 때 먹는데 달콤한 향기가 입에 가득하여 3일 동안은 가시지 않는다. 세속에서는 참으로 상품의 진미이다. 나는 뒤에 요산(遼山, 수안군(遂安郡)을 가리킴)에 있을 때 시험 삼아 한 번 끓여 먹어 보았더니 강릉에서 먹던 맛과는 어림도 없었다.
石茸餠。余游楓岳。宿表訓寺。主僧設蒲供有餠一器。乃細舂瞿麥。以篩篩之百帀。然後調蜜水幷雜石茸。蒸之於鍮甑。其味甚佳。雖瓊糕糯柹餠。遠不逮焉。
석용병(石茸?) : 내가 풍악(楓岳 가을 금강산의 별칭)에 구경 가서 표훈사(表訓寺)에서 자게 되었는데 그 절의 주지가 저녁상을 차려 왔다. 상에 떡 한 그릇이 있었는데 이것은 구맥(瞿麥 귀리)을 빻아 체로 여러 번 쳐서 곱게 한 뒤에 꿀물을 넣어서 석용(石茸)과 반죽하여 놋쇠시루에 찐 것인데, 맛이 매우 좋아 찹쌀떡이나 감떡[?餠]보다도 훨씬 낫다.
白散子。俗名薄散。唯全州造之。
茶食。安東人造之。味甚好。
栗茶食。唯密陽尙州人能造之。他邑造之。則輒辛不可食。
叉手。驪州人極喜造。白而柔細。味甚甘軟。
飴。開城府爲上品。全州次之。近來京中松針
橋亦能造。
大饅頭。義州人能造如中國人。而他皆不好。
豆腐。藏義門外人善造。軟滑不可名狀。
熊脂正果。淮陽最好。他邑皆不及。
㐙粥。只產於甲山,北靑。味最合於正果蒲桃。
백산자(白散子) : 속명은 박산(薄散)인데, 전주(全州) 지방에서만 만든다.
다식(茶食) : 안동(安東) 사람들이 만든 것이 맛이 매우 좋다.
밤다식[栗茶食] : 밀양(密陽)과 상주(尙州) 사람들만이 잘 만드는데 다른 고을에서 만든 것은 매워서 먹을 수가 없다.
차수(叉手) : 여주(驪州) 사람들이 매우 잘 만든다. 희고 부드러워서 맛이 매우 달고 연하다.
엿[飴] : 개성(開城)의 것이 상품이고 전주(全州) 것이 그 다음이다. 근래에는 서울 송침교(松針橋) 부근에서도 잘 만든다.
대만두(大饅頭) : 의주(義州)의 사람들이 중국 사람처럼 잘 만든다. 그 밖에는 모두 별로 좋지 않다.
두부(豆腐) : 장의문(藏義門) 밖 사람들이 잘 만든다. 말할 수 없이 연하다.
웅지정과(熊脂正果) : 회양(淮陽)의 것이 가장 좋고 다른 곳의 것은 모두 이만 못하다.
둘죽(?粥 들쭉으로 끓인 죽) : 갑산(甲山)과 북청(北靑)에서만 나는데 맛은 정과(正果)와 같다. 다음에 나오는 포도(蒲桃) 이하는 모두 이만 못하다.
이상은 떡 종류이다.
[果實之類] 074_370a |
하늘 배[天賜梨] : 성화(成化 명 헌종(明憲宗)의 연호(1465~1487) 우리나라 성종 연간) 연간에 강릉에 사는 진사(進士) 김영(金瑛)의 집에 갑자기 배나무 한 그루가 돋아났는데 열매가 사발만 하였다. 지금은 많이 퍼졌는데 맛이 달고 연하다.
금색배[金色梨] : 정선군(旌善郡)에 많다.
검은배[玄梨] : 평안도(平安道)의 산 고을에 있다. 검푸른 색인데 물이 많고 꿀맛이다.
붉은배[紅梨] : 석왕사(釋王寺)에서 난다. 붉고 큰데 맛이 산뜻하다.
대숙배[大熟梨] : 속칭 부리(腐梨)라고 한다. 산중에 많은데 곡산(谷山)과 이천(伊川)의 것이 매우 크고 맛도 제일이다.
금귤(金橘) : 제주(濟州)에서 나는데 맛이 시다.
감귤(甘橘) : 제주에서 나는데 금귤보다는 조금 크고 달다.
청귤(靑橘) : 제주에서 나는데 껍질이 푸르고 달다.
유감(柚柑) : 제주에서 나는데 감자(柑子 귤의 일종)보다는 작지만 매우 달다.
감자(柑子) : 제주에서 난다.
유자(柚子) : 제주와 경상도 전라도 남쪽 해변에서 난다.
감류(甘榴) : 영암(靈巖)과 함평(咸平)에서 나는 것이 제일 좋고 그 밖에는 그만 못하다.
조홍시(早紅?) : 온양(溫陽)에서 나는 것이 붉고 달고 물기가 많다. 그 밖에는 모두 이만 못하다.
각시(角?) : 남양(南陽)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다.
오시(烏? 먹감) : 지리산(智異山)에서 난다. 검푸른 색에 둥글고 끝이 뾰족하다. 맛은 그런대로 좋으나 물기가 적다. 꼬챙이에 꿰어 말려 곶감으로 만들어 먹으면 더욱 좋다.
밤[栗] : 상주(尙州)에서 나는 밤은 작은데 껍질이 저절로 벗겨져 속칭 겉밤이라고 한다. 그 다음은 밀양(密陽)에서 나는 밤이 크고 맛이 가장 좋고, 지리산에서도 주먹만 한 큰 밤이 난다고 한다.
죽실(竹實) : 지리산에서 많이 난다. 내가 낭주(浪州)에 있을 때 노사(老師 스님)인 선수(善修)가 제자들을 시켜 보내 왔는데, 감과 밤의 가루와 섞어서 만든 것이었다. 몇 숟갈을 먹었는데 종일 든든했다. 참으로 신선들이 먹는 음식이다.
대추[大棗] : 보은(報恩)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다. 크고 씨가 적다. 붉고 물기가 많아 달다. 그 밖에는 모두 이만 못하다.
앵두[櫻桃] : 저자도(楮子島)에서 나는 것이 작은 밤만큼이나 크고 맛이 달다. 흰 앵두는 영동(嶺東) 지방에서 많이 나는데, 맛이 붉은 앵두만은 못하다.
살구[唐杏] : 서교(西郊)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다.
자두[紫桃] : 삼척(三陟)과 울진(蔚珍)에서 많이 나는데 주먹만큼이나 크고 물기가 많다.
황도(黃桃) : 춘천(春川)과 홍천(洪川)에서 많이 난다.
녹이(綠李 오얏) : 서울에서 많이 나는데 서교(西郊)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다. 자황도(紫黃桃)는 모두 작아 외지(外地)에서 나는 것보다 못하다.
반도(盤桃) : 금양(衿陽 시흥의 고호)과 과천(果川) 두 곳에서 많이 났었는데 지금은 없다. 내가 어렸을 때 친척이 안양에 살았는데 냇가에 많이 심어 따 보내주곤 하였다. 맛이 매우 좋았는데 지금은 얻을 수가 없어 안타깝다.
승도(僧桃) : 전주(全州) 부근은 모두 승도가 난다. 크고 달다.
포도(蒲桃) : 마유(馬乳)에서 나는 것은 드물고 신천(信川) 윤대련(尹大連)의 집에 한 그루 있는데 맛이 매우 좋아 중국에서 나는 것에 뒤지지 않는다.
수박[西瓜] : 고려 때 홍다구(洪茶丘)가 처음 개성(開城)에다 심었다. 연대를 따져보면 아마 홍호(洪皓)가 강남(江南)에서 들여온 것보다 먼저일 것이다. 충주에서 나는 것이 상품인데 모양이 동과(冬瓜 동아)처럼 생긴 것이 좋다. 원주(原州) 것이 그 다음이다.
참외[甛瓜] : 의주(義州)에서 나는 것이 좋다. 작으면서도 씨가 작은데 매우 달다.
모과[木瓜] : 예천(醴泉)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다. 맛이 배같고 물기가 있다.
달복분(達覆盆) : 갑산부(甲山府)에서만 나는데, 맛이 앵두와 같아 매우 달고 향기롭다.
이상은 과실 종류이다.
[飛走之類] 074_371b |
웅장(熊掌) : 산골에는 모두 있다. 요리를 잘하지 않으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 회양(淮陽)의 요리가 가장 좋고, 의주■희천(熙川)이 그 다음이다.
표태(豹胎 표범의 태) : 양양(襄陽)에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 맛이 매우 좋다. 다른 곳에서 만든 것은 불결하여 먹을 수가 없다.
녹설(鹿舌 사슴의 혀) : 회양 사람들이 요리한 것이 매우 맛있다.
녹미(鹿尾 사슴의 꼬리) : 부안(扶安)에서 그늘에 말린 것이 가장 좋고, 제주도의 것이 그 다음이다.
고치(膏雉 꿩) : 황해도 산골에서 나는데, 양덕(陽德)과 맹산(孟山)의 것이 가장 좋다.
거위[鵝] : 의주(義州) 사람들이 잘 굽는다. 중국의 요리와 같다.
대체로 토산인 돼지■노루■꿩■닭 등은 어느 곳이나 있기 때문에 번잡하게 다 기록할 필요가 없다. 다만 특산물이거나 요리 솜씨가 특별한 경우만을 기록하여 구별하였다.
이상은 새와 짐승의 고기 종류이다.
[海水族之類] 074_371c |
숭어[水魚] : 서해에는 어느 곳이나 있지만 한강의 것이 가장 좋다. 나주(羅州)에서 잡은 것이 매우 크고 평양에서 잡은 냉동된 것이 맛있다.
붕어[?魚] : 어느 곳에나 있지만 강릉의 경포(鏡浦)가 바닷물과 통하기 때문에 흙냄새가 안 나고 가장 맛있다.
웅어[葦魚] : 이는 준치를 말한다. 한강의 것이 가장 좋다. 호남에는 2월이면 잡히고, 관서(關西) 지방에서는 5월에야 잡히는데 모두 맛이 좋다.
뱅어[白魚] : 얼음이 언 때 한강에서 잡은 것이 가장 좋다. 임한(林韓)■임피(臨陂) 지방에서는 1~2월에 잡는데 국수처럼 희고 가늘어 맛이 매우 좋다.
노란조기[黃石魚] : 서해에는 어디에나 있으며, 아산(牙山)의 것이 가장 좋은데 삶으면 비린내가 안 난다.
오징어[烏賊魚] : 서해에서는 일부 지방에서만 잡히는데 흥덕(興德)과 부안(扶安)에서 잡히는 것이 가장 좋다.
해양(海?) : 인천(仁川)과 남양(南陽) 등지에서 잡힌다. 소의 지라맛과 같은데 두 지방 사람들이 요리를 잘한다.
죽합(竹蛤) : 경기(京畿)와 해서(海西) 지방에서 많이 난다.
소라(小螺) : 서해에서 많이 나는데 옹진(瓮津)의 것이 가장 좋다.
청어(靑魚) : 네 종류가 있다. 북도에서 나는 것은 크고 배가 희고, 경상도에서 잡히는 것은 등이 검고 배가 붉다. 호남에서 잡히는 것은 조금 작고 해주(海州)에서는 2월에 잡히는데 매우 맛이 좋다. 옛날에는 매우 흔했으나 고려 말에는 쌀 한 되에 40마리밖에 주지 않았으므로, 목로(牧老 목은 이색을 가리킴)가 시를 지어 그를 한탄하였으니 즉, 난리가 나고 나라가 황폐해져서 모든 물건이 부족하기 때문에 청어도 귀해진 것을 탄식한 것이다. 명종 이전만 해도 쌀 한 말에 50마리였는데 지금은 전혀 잡히지 않으니 괴이하다.
큰전복[大鰒魚] : 제주에서 나는 것이 가장 크다. 맛은 작은 것보다는 못하지만 중국 사람들이 매우 귀히 여긴다.
꽃전복[花鰒] : 경상북도 해변 사람들은 전복을 따서 꽃 모양으로 썰어서 상을 장식하는데 이를 화복이라 한다.
또 큰 것은 얇게 썰어 만두를 만드는데, 역시 좋다.
홍합(紅蛤) : 중국인들은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 한다. 동해■남해에 모두 있는데 남해의 것이 조금 크다.
또 해삼(海蔘)이 있는데, 이는 옛날에 이(泥)라고 하던 것이다. 중국인들이 좋아한다.
은어[銀口魚] : 영남에서 나는 것은 크고 강원도에서 나는 것은 작다. 해주에도 있다.
여항어(餘項魚) : 산골에는 어느 곳이나 있는데, 강릉의 것이 가장 크고 맛도 좋다.
금린어(錦鱗魚) : 산골에는 어디에나 있는데 양근(楊根)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다. 처음 이름은 천자어(天子魚)였는데 동규봉(董圭峯)이 먹고는 맛이 좋아 이름을 물으니 통역관이 얼떨결에 금린어라고 하였는데 모두 좋다고 하여 금린어가 되었다.
누치[訥魚] : 산골에는 어디에나 있는데 평안도 강변의 것이 가장 크다.
궐어(?魚) : 서울 동■서쪽에서 많이 나는데 속칭 염만어(廉鰻魚)라고 한다.
복어[河豚] : 한강에서 나는 것이 맛이 좋은데 독이 있어 사람이 많이 죽는다. 영동(嶺東) 지방에서 나는 것은 맛이 조금 떨어지지만 독은 없다.
방어(?魚) : 동해에서 많이 나지만 독이 있어 임금께는 올리지 않는다.
연어(?魚) : 동해에서 나는데 알젓이 좋다.
송어(松魚) : 함경도와 강원도에서 많이 나는데 바다에서 잡은 것은 좋지 않다. 알은 연어만 못하다.
황어(黃魚) : 2월에 동해에서 난다.
가자미[?魚] : 동해에서 많이 난다. 옛날 ‘비목(比目)’이라고 한 것이 이것이다.
광어(廣魚) : 동해에서 많이 나는데 가을에 말린 것이 끈끈하지 않아 좋다.
대구[大口魚] : 동■남■서해에서 모두 나는데 북쪽에서 나는 것이 가장 크고 누른색이며 두껍다. 동해에서 나는 것은 붉고 작은데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 서해에서 나는 것은 더욱 작다.
문어[八帶魚] : 문어(文魚)인데 동해에서 난다. 중국인들이 좋아한다.
정어(丁魚) : 강문(江門)에서 나는데 곧 소수어(小水魚)이다.
은어(銀魚) : 동해에서 난다. 처음 이름은 목어(木魚)였는데 고려 때 좋아하는 임금이 있어 은어라고 고쳤다가 많이 먹어 싫증이 나자 다시 목어라고 고쳤다 하여 환목어(還木魚 도로목)라 한다.
고등어[古刀魚] : 동해에서 나는데 내장으로 젓을 담근 것이 가장 좋다.
또 미어(微魚)라는 것이 있는데 가늘고 짧지만 기름져서 먹을 만하다.
제곡(齊穀) : 작은 조개로 껍질이 자색(紫色)이다. 경포(鏡浦)에 있는데 흉년에는 이것을 먹으면 굶주림을 면할 수 있기 때문에 곡식과 같다는 뜻에서 제곡이라 한 것이다.
살조개[江瑤柱] : 북청(北靑)과 홍원(洪原)에서 많이 난다. 크고 살이 연하여 맛이 좋다. 고려 때에는 원(元) 나라의 요구에 따라 모두 바쳐서 국내에서는 먹을 수 없었다.
자합(紫蛤) : 동해에서 난다. 크고 살이 희며 맛이 달다.
게[蟹] : 삼척에서 나는 것은 크기가 강아지만하여 그 다리가 큰 대[竹]만하다. 맛이 달고 포(脯)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동해(凍蟹) : 안악(安岳)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다.
석화(石花 굴) : 고원(高原)과 문천(文川)에서 나는 것이 크지만 맛은 서해(西海)에서 나는 작은 것만은 못하다.
윤화(輪花) : 동해에서 나는데 석화와 같은 것으로 큰 것이다. 맛이 달다.
왕새우[大蝦] : 서해에서 난다.
평안도에서 나는 새우알로 젓을 담그면 매우 좋다.
곤쟁이새우[紫蝦] : 서해에서 난다. 옹강(瓮康)의 것은 짜고, 통인(通仁)의 것은 달고, 호서(湖西)의 것은 매우면서 크다. 의주(義州)에서 나는 것은 가늘고 달다.
도하(桃蝦) : 부안(扶安)과 옥구(沃溝) 등지에서 난다. 색이 복숭아꽃 같은데 맛이 매우 좋다.
물고기 중에서 흔한 것은 민어(民魚)■조기[石首魚]■밴댕이[蘇魚]■낙지[絡締]■준치[眞魚] 등으로서 서해 곳곳에서 나는데 모두 맛이 좋아 다 기재하지 않았고, 병어(甁魚)와 변종(變宗) 등의 고기는 맛이 좋은 것도 있고 좋지 못한 것도 있어 별도로 쓰지 않았다.
이상은 수산물(水産物) 종류이다.
[蔬菜之類] 074_373b |
죽순절임[竹筍?] : 호남(湖南) 노령(蘆嶺) 이하에서 잘 담그는데 맛이 썩 좋다.
황화채(黃花菜) : 원추리[萱草]이다. 의주(義州) 사람들이 중국 사람에게 배워 잘 요리를 하는데 매우 맛있다.
순채[蓴] : 호남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고 해서(海西) 것이 그 다음이다.
석전(石?) : 영동지방에서 많이 나는데 가장 좋다.
무[蘿?] : 나주(羅州)에서 나는 것이 매우 좋다. 맛이 배와 같고 물기가 많다.
거요목[??] : 원주(原州)에서 나는 것이 줄기가 희고 매우 맛있다.
고사리■아욱■콩잎■부추■미나리■배추■송이■참 버섯 등은 어디 것이든 모두 맛이 좋으므로 구별하여 쓰지 않았다.
표고(?古) : 제주에서 나는 것이 좋다. 오대산(五臺山)과 태백산(太白山)에도 있다.
홍채(?菜) : 경기도 해포(海浦)에서 나는 것이 매우 좋다.
황각(黃角) : 해서(海西)에서 나는 것이 매우 좋다.
청각(靑角) : 서해에는 모두 나는데, 해주(海州)와 옹진(瓮津)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다.
참가사리[細毛] : 서해에는 모두 나는데 해서(海西)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다.
또 우무[牛毛]라는 것이 있는데 열을 가하면 녹는다.
초시(椒?) : 황주(黃州)에서 만든 것이 매우 좋다.
삼포(蔘脯) : 영평(永平)과 철원(鐵原) 사람들이 잘 만든다. 모양이 우포(牛脯)와 같다.
여뀌[蓼] : 이태원(利泰院)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다.
동과(冬瓜 동아) : 충주에서 나는 것이 역시 좋다.
가지■외■호박■무 등은 어디서나 나며 맛도 좋다.
산개자[山芥菹] : 함경남도와 회양■평강 등지에서 모두 나는데 맵고도 산뜻하다.
다시마[昆布] : 북해(北海)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고 다시마[多士麻 다시마의 한자(漢子) 표기인데 저자의 착오인 듯함]■미역이 그 다음이다.
올미역[早藿] : 삼척에서 정월에 딴 것이 좋다.
김[甘苔] : 호남에서 나는데 함평■무안■나주에서 나는 것이 썩 맛이 좋아 엿처럼 달다.
해의(海衣) : 남해에서 나는데, 동해 사람들이 주먹으로 짜서 말린 것이 가장 좋다.
토란[芋] : 호남과 영남 지방 것이 모두 좋아 아주 크다. 서울 지방에서 나는 것은 맛은 좋은데 작다.
생강[薑] : 전주에서 나는 것이 좋고 담양과 창평의 것이 다음이다
겨자[芥] : 해서에서 나는 것이 가장 맵다.
파[蔥] : 삭녕(朔寧)에서 나는 것이 썩 좋은데, 부추■작은마늘■고수[?] 등도 모두 좋다.
마늘[蒜] : 영월(寧越)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다. 먹어도 냄새가 안 난다.
이상은 채소 종류이다.
[其他] 074_374a |
차[茶] : 순천(順天)에서 나는 작설(雀舌)이 가장 좋고 변산(邊山)의 것이 다음이다.
술[酒] : 개성부에서 빚는 태상주(太常酒)가 가장 좋은데 자주(煮酒)는 더욱 좋다. 그 다음은 삭주(朔州) 것이 역시 좋다.
꿀[蜂蜜] : 평창(平昌)에서 나는 석청(石淸)이 가장 좋고 곡산(谷山)■수안(遂安)의 것도 좋다.
기름[油] : 중화부(中和府)에서 짠 기름은 벌레독[?毒]에 바르면 제독이 되고 도서(圖書)에 인주로 사용하면 오래될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약밥[藥飯] : 경주에서는 보름날 까마귀에게 먹이는 풍습이 있다. 중국인들이 좋아해서 배워서 해 먹는데 고려반(高麗飯)이라 부른다.
서울에서 철따라 먹는 음식으로는 봄에는 쑥떡■송편■괴엽병(槐葉餠)■두견화전(杜鵑花煎)■이화전(梨花煎)이 있고, 여름에는 장미전(薔薇煎)■수단(水團)■쌍화(雙花)■만두(饅頭)가 있고, 가을에는 경고(瓊?)■국화병(菊花餠)■감과 밤을 섞어 만든 찰떡[?餠]이 있으며, 겨울에는 탕병(湯餠)이 있는데 자병(煮餠)■증병(蒸餠)■절병(節餠)■월병(月餠)■삼병(蔘餠)■송고유(松膏油)■밀병(蜜餠)■설병(舌餠) 등은 사시 내내 만들어 먹는다.
밀병(蜜餠)은약과(藥果)■대계(大桂)■중박계(中朴桂)■홍산자■백산자■빙과(氷果)■과과(瓜果)■봉접과(蜂蝶果)■만두과(饅頭果) 등으로 이는 모두 제사나 손님 접대에 사용한다. 실국수[絲?]는 오동(吳同)이란 사람이 잘 만들어 지금까지 전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