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부뉴엘 특별전.
멕시코에서 버스타기(승천).
고등학교 때부터 즐겨 찾았던 동성아트홀에 오래간만에 가게 되었다. 동성아트홀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지난달이었으니까 꼬박 한 달 만이다.
영상예술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의 과제로 ‘멕시코에서 버스 타기 (승천)’ 이라는 작품을 보았다. 사실 크게 기대를 한 것도 아니었고, 루이스 부뉴엘 특별전이라고 하는 데에 크게 관심이 가지도 않았다. 아마 과제가 아니었으면 발걸음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과제를 하기 위해서 보고 싶었던 영화로는 ‘이상한 정열’ 이나 ‘범죄에 대한 수필’을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멕시코에서 버스타기’ 라는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면, 먼저 멕시코영화였고 흑백영화였다. 자막처리가 화면의 오른편에 세로로 쓰일 만큼 오래된 영화였다. (자막이 세로로 쓰이는 것은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최근에 본 외국영화는 거의가 자막이 가로로 처리되었던 것 같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영화를 보면서 졸았다. 하지만 내용자체를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컬러시대에 익숙해져있어서 흑백화면에 지루함을 느끼고 가로가 아닌 세로 자막에 지루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옛날 영화다 보니 음향적인 부분도 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더빙인지 아닌지 헷갈리기 까지 했다. 그리고 묘하게 채플린의 영화가 겹쳐졌다.
멕시코영화인 ‘멕시코에서 버스 타기’ 는 임종을 앞둔 노모의 막내아들을 주로 그리고 있다. 영화의 도입부에는 그 막내아들의 결혼식 장면이 나오는데, 멕시코의 관습이 보인다. 결혼식 후에 신부 측 어머니의 허락을 받는다던가, 아무도 없는 무인도로 신혼여행을 간다던가 하는 관습들 말이다. 막내아들이 신혼여행을 가는 도중에 큰 아들이 찾아와 어머니의 임종이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임종을 앞두고 노모는 수도원을 조카에게 줄 것이라는 유언을 하려고 하지만 법적인 절차를 밟을 공증인이 필요했고, 막내아들이 그 공증인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버스가 시골마을로 가는 동안 또 그곳에서 오는 동안 참 많은 일이 일어나는 이야기 이다. 말 그대로 버스를 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인 것이다. 아이가 죽기도 하고, 신혼인 남자주인공이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고 아이가 새로 태어나기도 한다. 또, 버스기사가 자신의 어머니의 생일이라며 버스를 두고 가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시골까지 다녀왔는데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두 형은 노모의 유산에만 관심이 집중된다. 시골마을에 가서 공증인을 데려오는 데는 실패했지만 유언을 법적으로 효력 있게 할 방법을 알아온 막내아들은 두 형들 뜻대로 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영화는 끝이 난다. 결말을 어느 정도 내놓은 상태에서 뒷이야기를 상상하게끔 하는 그런 구조를 가진 영화이다.
내가 본 이 영화는 그저 작은 일상을 그린 영화이다. 다만 유산분배라는 갈등적인 요소를 집어넣음으로서 좀 더 영화스럽고 극 스러운 느낌을 준 것이다. 이 영화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크게는 ‘효’이다.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뜻을 이어 효도하려는 마음. 당연한 것이라 여기면서 그 뜻을 이행하려는 마음. 한국인의 정서에 그런 부분은 맞지 않았나 싶다. 비록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일상을 다루어 크게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소소한 것들을 돌아볼 수 있게끔 했던 것 같다. 또 50년대에 만들어진 이 영화를 2008년에 돌아봄으로써 현대의 우리사회와는 어떤 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이의 탄생과, 단순한 욕정으로 인한 불륜관계, 부모님의 유산을 놓고 벌이는 유산분배문제 등, 어느것 하나 50년이 지난 지금의 시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아이의 탄생을 기뻐하는 부모의 모습과 같은 따듯한 모습에서는 여전히 훈훈하다고 생각이 되었으니, 그 반대의 색깔인 어두운 부분의 일상의 모습이 50년동안 나아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어쩐지 좀 씁쓸해지기도 했다.
영화는 사회를 대변하는 최고의 사회혁명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과제가 아니었다면 찾지 않았을 영화, 멕시코에서 버스타기(승천). 크게 내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개를 긍정적인 의미로 고개를 끄덕거릴 영화였다.
남들은 잘 하지 않을 특별한 경험을 하게끔 한 이 과목을 수강하기로 결정한 것이 잘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