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 소재 반환 미군기지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정문. 박홍기기자
의정부시에 소재한 반환 미군기지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내 도로가 70년 만에 시민들에게 개방되면서 지역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의정부시는 약 1㎞ 구간의 CRC 통과도로를 개통했다고 밝혔다. 시는 시민들이 미군 부대 내 전경을 조망할 수 있도록 도로 옆 울타리를 투명 또는 개방형으로 설치하고, CRC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구간의 왕복 2차로 도로를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CRC는 과거 미 2사단 사령부가 위치했던 반환 미군기지로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1953년 7월 27일 설치됐다가 2019년 미군 병력이 완전철수한 뒤 2022년 반환됐다.
실제 기자가 찾은 11일 오후에는 CRC 통과도로의 교통량이 상당했다. 가능동 쪽에서 CRC 정문으로 들어오는 차량보다는 녹양동 종합운동장 쪽 후문에서 들어오는 차량이 많았다.
이날 의정부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되면서 많은 비가 내렸지만, 우산을 쓰고 걸어가며 막혀있는 울타리 너머로 미군이 사용하던 숙소와 식당 등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시민들의 모습도 종종 보였다.
의정부시는 도로개통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부지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CRC는 당초 물류센터 및 아파트 단지 등으로 계획됐으나, 지난해 취임한 김동근 시장은 부대 내 건축물의 상징적 의미를 감안해 해당 사업을 백지화하고 디자인 클러스터로 조성할 방침이다.
캠프 레드 클라우드 내 통과도로를 지나다 보면 울타리 너머로 미군이 사용하던 숙소와 식당 등을 볼 수 있다. 박홍기기자
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디자인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물류단지 조성’으로 돼 있는 상위계획 변경과, 토양 오염 정화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올해 신청한 변경안은 행정안전부로 전달돼 검토 중이고, 토양 오염 정화의 경우 용산 어린이정원처럼 위해성 평가로 대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방부 소유인 부지는 토양오염보전법에 따라 일정한 토양 오염 정화 작업을 거쳐야 지자체에 매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지에 있는 건축물을 모두 철거한 뒤 토양을 갈아엎어 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해당 절차대로 진행하면 현재 건축물을 존치한 상태로 디자인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김 시장의 취지에 어긋난다. 이에 앞선 용산 어린이정원 사례처럼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 인체 위해도가 판명된 지점에 저감 조치를 시행하는 등의 방식을 활용하는 위해성 평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가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하려면 결국 부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자체 예산으로 턱없이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풀어야할 숙제 중 하나다.
시 관계자는 "앞서 설명한대로 문화공원을 조성하게 되면 매입비용의 70% 정도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며 "나머지 30%는 공모 사업이나 도비, 장기분할상환제도 등으로 충당하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