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6년제 시행에 따른 약사배출 2년 공백문제는 여전히 미결과제로 남아 있다. 약학교육 중단부터 병원 및 제약, 근무약사 인력수급 부족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약사배출 2년 공백은 약대 대학원 교육의 부실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돼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서영거 서울약대 교수는 "(약사배출 2년 공백은)약대 대학원 운영에 치명적이다"라며 "많은 교수들이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중 서울약대 교수도 "약대 졸업생이 없으면 대학원에 들어올 학생도 없기 때문에 대학원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많은 교수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고심 중이다"라고 말했다.
현행대로 약대 6년제가 시행될 경우 약대들은 2009년과 2010년 신입생을 선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약대들은 오는 2013년과 2014년 2년간 졸업생을 배출할 수 없게 된다.
약대 대학원의 위축은 단순히 약사배출 2년 공백 때문만은 아니다. 임상약학을 강화한 교육과정과 2+4학제 형식의 학제운영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약대 6년제 교육과정이 임상약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돼 산업약학의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데다 2+4학제 운영으로 `늙은' 학생이 약대에 입학할 것으로 예상돼 대학원 진학률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약대 6년제 표준교육과정 연구에 참여한 정규혁 성균관약대 교수는 "6년제 교육과정이 환자중심의 임상약학이 강화하되보니 산업약학의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따라서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임상약학과 산업약학 양쪽을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도 산업약학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며 "일본은 4년제와 6년제를 병행 실시하고 있으며, 유럽은 트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문제는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목적지향적으로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이다"라며 "이 문제는 사회적 보수가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가 결정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약대 대학원의 위축은 약제학, 약품화학 등 약학과 관련이 깊은 전공에서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약품화학실을 운영하고 있는 서영거 교수는 "우리 연구실은 약대 졸업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약대 졸업생이 배출되지 않을 경우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리학을 전공한 오우택 서울약대 교수는 "연구실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우리 연구실은 약대 졸업생이 20% 정도 밖에 안돼 크게 걱정은 하고 있지 않다"며 "약학과 관련성이 깊은 전공의 경우 약대생들의 비중이 높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약대 대학원의 위축에 대한 해결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원 교육은 연구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연구의 내실화에 힘쓰면 타학과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현택 숙명약대 교수는 "약대 졸업생이 없더라도 생물학과 등 관련 학과 학생들을 유치하면 얼마든지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연구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대학원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중 교수도 "약에 대한 지식이 없는 학생이 약대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라며 "하지만 과거에 타학과 학생들이 대학원에 들어와 굉장히 잘 해내는 모습을 지켜본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