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병 '통풍'의 원인과 증상, 예방법
중학교 교사인 45세의 ㄱ씨(남)는 몸이 피곤하거나, 날씨가 흐려지면 이유 없이 발가락이 찌릿하게 아프다. 특별히 부딪힌 것도 아닌데 발가락이 붓고, 원인 모를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엄지발가락 아래 관절이 멍든 것처럼 시커멓게 변하면서 심하게 부어올라 병원을 찾았다. 병명은 '통풍'.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여름철에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인 '통풍'에 대해 알아보자.
# 왜 생기나
우리가 우리의 몸을 유지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핵산(DNA)이라는 물질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음식으로 섭취되거나 몸에서 생성된 핵산은 요산으로 대사되며, 신장 혹은 장으로 배설되고, 일정량의 요산은 혈액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한다.
이때 어떠한 원인에 의해 생성되는 요산의 양이 증가하거나 신장으로 배설이 잘 되지 못해 혈액 내의 요산 농도가 증가하게 되면 과다한 요산이 결정(크리스털) 형태로 조직에 침착해 심한 통증을 유발하게 되는 데 이러한 상태를 '통풍'이라고 한다.
통풍의 발병은 성별, 인종, 환경 등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대개 통풍은 남성에서 잘 발생한다. 전체 통풍 환자 중 남성의 비율은 95%를 넘는다. 통풍이 남성에서 잘 발생하는 이유는 남성호르몬이 신장에서 요산의 재흡수를 촉진시켜 요산의 배설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성호르몬은 신장에서 요산의 재흡수를 억제하여 요산의 배설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있기 때문에 여성에서는 여성호르몬의 효과가 소실되는 폐경기 이후에 주로 발생한다. 여성에서는 전체 통풍 환자의 5%미만에서 발생하고 이중 90%가 폐경기 이후에 발생한다. 25세 이전에 발생하는 조기발생 통풍은 통풍 환자의 3~6%에 해당되며 대개 80% 정도에서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 장기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에서도 통풍이 자주 발생한다. 요산의 수치가 정상이면서도, 통풍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통풍 관절염이 발생 시에 혈액 내 요산은 정상이지만 만성적으로는 고요산혈증 이었던 경우가 많다.
통풍은 '왕의 병' 혹은 '귀족병'으로 불리고 있듯이 고칼로리 및 육식 위주의 식사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앙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원 교수는 "20년 전까지만 해도 통풍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질환이었지만, 우리나라도 식습관이 서구화 되면서 류마티스 내과 외래 환자의 약 10~20% 가량은 통풍환자라 할 정도로 증가추세에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비만 인구가 늘면서 20~30대 남자에서의 발생이 크게 늘고 있다.
통풍 환자의 약 10%는 요산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원인이 된다. 핵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의 섭취가 주된 이유인데, 특히 붉은 살 육류나 해산물을 주로 섭취하는 경우 통풍의 발생이 약 40% 가량 높아진다. 또한 비만이나 과도한 운동, 과음도 요산의 농도를 올리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통풍 환자의 90%는 요산 배설의 장애가 그 원인인데,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 잘 발생하며, 고혈압, 갑상선 이상, 임신중독증 등에서도 요산의 배설이 줄어들게 된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요산의 생성이 촉진됨과 동시에 요산의 배설이 저해되는 작용이 동시에 나타나므로 평소 과음하는 사람은 통풍에 걸리기 쉬우며, 여름철 자주 마시게 되는 맥주의 경우, 특히 같은 양의 알코올을 함유한 술 종류 중에서 핵산의 함유량이 가장 많아 통풍 발작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 증상은
통풍 발작은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특징으로 건강하게 지내던 중년 남성이 갑자기 새벽에 엄지발가락이 부어오르면서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그 전형적인 예다. 이러한 증세는 3~10일 사이에 자연히 소실되지만, 대부분 통증이 심해 약물을 투여하게 된다.
이런 증상은 해가 갈수록 빈도가 잦아지게 되어 전형적인 발가락관절 이외에 무릎 및 손가락에도 나타나게 되고, 심하면 요산덩어리가 피부 밑에 만져지는 통풍 결절을 형성하기도 한다.
통풍은 장기간 방치하면 류마티스 관절염처럼 여러 관절의 변형을 초래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만성기로 접어들면 만성염증이 쉽게 조절되지 않고 관절에 손상을 주어 관절 변형을 일으킨다.
통풍이 잘 생기는 관절은 엄지발가락, 발목관절, 무릎 등 하지에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만성으로 가면 손가락과 팔꿈치관절에도 발생하며 부은 관절에서 하얀 액체가 나오기도 한다.
이는 요산 결정체가 응집되어 있는 형태로 만성기임을 시사한다. 또 요산 결정체가 피하조직에 침착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며 귓바퀴에서 종종 발견된다. 이 결정체는 신체 어느 부위도 침착할 수 있다. 또한 통풍을 오랜 기간 치료하지 않으면 요산 결정체가 콩팥에 침착하여 요로 결석 등을 일으켜 신장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
통풍 환자의 약 10%에서 신부전으로 진행되어 사망할 수 있으며, 고혈압이나 당뇨, 비만, 허혈성 심장질환이 빈번하게 동반되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검사와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 효과적인 치료는
통풍 치료의 목적은 통풍 발작에 의한 통증 및 염증을 없애고, 재발을 예방하며, 콩팥의 기능을 보호하는 것이다. 통풍의 급성 발작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콜키친, 부신피질 호르몬 등이 사용된다. 대부분 약물을 복용하면 약 2~3일 내에 통증이 소실되지만, 장기간 반복된 통풍 발작의 경우에는 효과가 늦게 나타나기도 한다.
1년에 2차례 이상 반복적인 통풍 발작이 발생하는 경우 예방적인 약물 투여가 요구되는데, 콜키친과 요산강하제의 사용이 필요하다. 요산강하제에는 요산 생성을 억제하는 알로퓨리놀과 요산 배설을 촉진시키는 벤즈브로마론이 있다.
급성 통풍 발작 시 요산강하제를 복용하던 환자는 계속 복용해야 하고, 요산강하제를 복용하지 않던 환자는 통풍 발작이 완전히 소실된 다음에 복용을 시작해야 한다.
한편, 6개월 이상 혈중 요산 농도가 낮게 유지되고, 통풍 발작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는 예방적 약물을 중단할 수 있다. 통풍 치료와 관련된 약물들은 대부분 효과가 우수한 편이지만, 복용 시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환자본인이 자신이 복용하는 약물이 무엇이고,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부작용이 있을 시에는 곧바로 담당의사의 조치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준규 경향신문 의학전문기자ㆍ보건학박사
통풍 예방을 위한 상식
1 적절한 운동과 체중 관리는 통풍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과도한 운동이나 급격한 체중감소는 통풍 발작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피하도록 한다.
2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다면 이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3 반복적인 통풍 발작이 있거나 신장 이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 혈중 요산을 증가시키는 동물의 간, 콩팥, 뇌, 내장, 농축된 육수 등의 섭취를 줄이고, 꽁치, 고등어 등을 과다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한다.
4 핵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콩, 버섯, 시금치, 컬리플라워 등의 야채, 커피나 차 종류 등은 통풍 발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5 과음을 삼가도록 한다. 특히 같은 알코올 함량의 경우 맥주와 독주가 가장 좋지 않다. (적포도주의 경우 일주일에 1~2잔을 마실 경우 통풍 발생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나 포도주도 많이 마실 경우에는 통풍 발작을 초래할 수 있다.)
6 물은 하루에 10잔 이상 충분히 마신다.
7 요구르트와 같은 유제품은 통풍 발작의 빈도를 감소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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