門 前 成 市
門 : 문 문
前 : 앞 전
成 : 이를 성
市 : 저자 시
(문앞에 시장이 선듯하다 / 권세가에 사람이 몰림)
전한(前漢)의 황제 애제(哀帝)는 무능한 군주였다.
애제가 즉위하자 실권은 황실 일족에서 외척 가문으로 넘어갔다.
또 당시 20세인 애제는 동현이라는 미동(美童)과 동성애에 빠져 나랏일을 돌보지 않았다.
정숭이라는 충신이 애제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폐하, 이 나라 백성을 굽어살펴주시옵소서.”
하지만 충언은 애제의 분노만 살 뿐이었다.
당시 조정에는 조창이라는 상서령(장관급 직책)이 있었다.
그는 전형적인 아첨배로, 황실과 인척지간인 정숭을 모함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조창이 애제에게 고했다.
“폐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정숭의 집 문 앞이 저자(시장)를 이루고 있사옵니다(門前成市).
이는 심상치 않은 일이오니 엄중히 문초하소서.”
애제가 정숭을 불러 물었다.
“내 듣자하니, 그대의 문전은 저자와 같다 하던데 그게 사실이오?”
정숭이 답했다.
“폐하, 그렇습니다. 저희 집 앞은 사람들로 저자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의 마음은 물처럼 맑으니 황공하오나 한 번만 더 살펴주소서.”
하지만 무능한 군주 애제는 그의 간청을 묵살하고 옥에 가뒀다.
그 뒤 사례라는 신하가 상소해 조창의 무고를 따지고 정숭을 변호했으나
애제는 그마저 직책을 빼앗고 서인으로 내쳤다.
결국 정숭은 옥에서 생을 마쳤다.
문전성시(門前成市)는 부자나 권세가의 집이 들락거리는 사람들로 북적댄다는 뜻이다.
음식점 등에 손님이 몰리는 경우에도 쓰인다.
‘정승집 개가 죽어도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표현은 권세나 돈만을 쫓는 인심의 가벼움을 꼬집는다.
미치광이가 동쪽으로 달려가면 그를 쫓는 자들 또한 동쪽으로 달려간다.
동쪽으로 간 것은 같지만 동쪽으로 달려간 까닭은 다르다.
그러니 일이 같더라도 속내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한비자의 말이다.
이익만을 좇으면 내가 나를 잃어간다.
사람이 왜 줄을 서는지, 문전성시도 그 속내를 살펴야 한다.
출처 : 한서(漢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