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2012]艮齋(간재)선생시-次權松巢十五絶(차권송소15절)
송소(松巢-소나무 집)
간재艮齋 전우田愚
乾坤一草屋 건곤일초옥
천지간에 한 채 초옥을 짓고
俯仰心悠哉 부앙심유재
굽어보고 쳐다보며 마음 흐뭇하네
窻外茂松樹 창외무송수
창 밖에는 소나무 무성하고
溪雲閑往來 계운한왕래
시냇가 구름은 한가이 왕래하네
원문=간재집 제1권 / 시(詩)
次權松巢十五絶
松巢
乾坤一草屋。俯仰心悠哉。窻外茂松樹。溪雲閑往來。
朢淸臺
小堂通天北。雲間削玉峯。何緣駕飛鶴。能使俗慮空。
參同契
萬古荒唐說。無人判得知。若有金丹驗。誰爲烟火匙。
理學通錄
蒐集開來世。非關化雲仙。小子生已晩。對卷坐窮年。
晦菴詩集
雲谷古絃絶。千載播遺音。詠歌多遠趣。明月照孤襟。
壽親養老書
何人著此書。有親子盡職。嗟我獨撫卷。哀哀悲短日。
柳蘇詩集
唐宋柳與蘇。絶代風流手。餘韻世無賡。寂寞千載久。
藥銚
誰能作此巧。百藥煉成湯。主人爲汝歎。何時淸眼光。
藥罏 以上齋中所有
罏與銚相依。俱爲病時助。朝朝撥炭紅。香烟飛處處。
戴雪松
階下一株松。堂上人相對。取看雪滿枝。苦節長不改。
菊墩
空墩蔓草長。此間誰與伴。擬待明年種。秋霜花錦爛。
秋聲樹
櫟樹生巖底。亭亭秀林荊。茅齋秋月下。蕭蕭風雨聲。
巖不逕
荊門不掩關。小逕巖臺不。幸有素心人。時時命行駕。
石上松
石上松幾年。石上生不大。臃腫且堅貞。雪霜終無奈。
邀月臺 以上。齋下所有。
秋月東山上。孤光四海同。臺中人倚劍。壯氣决雲蒙。
간재집 제1권 / 시(詩)
간재집 제1권 / 시(詩)
권송소의 절구 15수에 차운하다〔次權松巢十五絶〕
송소(松巢)
천지간에 한 채 초옥을 짓고 / 乾坤一草屋
굽어보고 쳐다보며 마음 흐뭇하였네 / 俯仰心悠哉
창 밖에는 소나무 무성하고 / 窻外茂松樹
시냇가 구름은 한가로이 왕래하네 / 溪雲閑往來
망청대(望淸臺)
작은 집 하늘 북쪽으로 이어졌고 / 小堂通天北
구름 사이에 옥 봉우리 우뚝하네 / 雲間削玉峯
무슨 인연으로 나는 학을 타고 / 何緣駕飛鶴
속세의 생각 가실 수 있었던가 / 能使俗慮空
《참동계(參同契)》
만고에 황당한 이야기를 / 萬古荒唐說
분명하게 아는 사람이 없네 / 無人判得知
만약 금단에 효험이 있다면 / 若有金丹驗
누가 밥 지어 먹는 것을 만들었으랴 / 誰爲烟火匙
《이학통록(理學通錄)》
수집하여 후세 위해 열었으니 / 蒐集開來世
구름 속 신선과는 무관하다네 / 非關化雲仙
소자 늦은 시대에 태어났기에 / 小子生已晩
해가 다하도록 앉아서 이 책을 대하네 / 對卷坐窮年
《회암시집(晦菴詩集)》
운곡의 옛 거문고 줄 끊어졌으나 / 雲谷古絃絶
천년토록 여운이 전해져 온다네 / 千載播遺音
시 읊으니 원대한 정취가 많아 / 詠歌多遠趣
밝은 달이 흉금을 비추는 듯하네 / 明月照孤襟
《수친양로서(壽親養老書)》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지었나 / 何人著此書
어버이 둔 자식의 직분 다하였네 / 有親子盡職
아, 내 홀로 책을 어루만지며 / 嗟我獨撫卷
봉양할 날이 짧았던 것을 슬퍼하네 / 哀哀悲短日
유소 시집(柳蘇詩集)
당송 시대 유종원과 소식은 / 唐宋柳與蘇
절세의 풍류를 드날린 문인 / 絶代風流手
남은 운치 세상에서 잇지 못한 지 / 餘韻世無賡
적막하게 천 년이나 오래되었네 / 寂寞千載久
약 냄비〔藥銚〕
누가 이처럼 공교하게 만들었나 / 誰能作此巧
온갖 약을 달여 탕약을 만드네 / 百藥煉成湯
주인은 너를 위해 탄식하는데 / 主人爲汝歎
어느 때에 맑은 눈이 밝아질지 / 何時淸眼光
약 화로〔藥罏〕
이상은 재실 가운데 있는 것이다.
화로와 냄비가 서로 의지해 / 罏與銚相依
모두 병들었을 때 도움을 주네 / 俱爲病時助
아침마다 붉은 숯불을 피우니 / 朝朝撥炭紅
향기로운 연기 곳곳에 피어오르네 / 香烟飛處處
눈 덮인 소나무〔戴雪松〕
섬돌 아래 한 그루 소나무 / 階下一株松
마루 위의 사람과 마주했네 / 堂上人相對
눈 가득한 가지를 보니 / 取看雪滿枝
굳센 절조 길이 바꾸지 않네 / 苦節長不改
국화 돈대〔菊墩〕
빈 돈대에 덩굴 풀이 자랐으니 / 空墩蔓草長
이 사이에 어느 누가 짝을 하랴 / 此間誰與伴
내년에 씨 뿌리기를 기다린다면 / 擬待明年種
가을 서리에 꽃이 비단처럼 찬란하리 / 秋霜花錦爛
가을 소리 내는 나무〔秋聲樹〕
상수리나무 바위 밑에서 자라나 / 櫟樹生巖底
우뚝이 가시나무 숲에 빼어났네 / 亭亭秀林荊
가을 달 아래 초가에 / 茅齋秋月下
비바람 소리 스산하게 들리네 / 蕭蕭風雨聲
벼랑아래 오솔길〔巖下逕〕
사립문은 열려진 채로 있고 / 荊門不掩關
바위 아래로 오솔길이 났네 / 小逕巖臺下
다행히 본심 간직한 사람 있어 / 幸有素心人
때때로 수레 타고 찾아간다네 / 時時命行駕
바위 위의 소나무〔石上松〕
바위 위에 소나무 몇 년이나 되었나 / 石上松幾年
바위 위에 자라느라 크지를 못하네 / 石上生不大
오종종하면서도 굳고 곧으니 / 臃腫且堅貞
눈서리도 끝내 어쩔 수 없었네 / 雪霜終無奈
요월대〔邀月臺〕
이상은 재실 아래에 있는 것이다.
가을 달이 동산 위에 오르니 / 秋月東山上
외로운 빛 온 천하에 다 비추네 / 孤光四海同
요월대 안에 검을 짚고 서 있는 사람 / 臺中人倚劍
장대한 기운 덮인 구름을 가르네 / 壯氣决雲蒙
[주-D001] 권송소(權松巢) : 권우(權宇, 1552~1590)로, 송소(松巢)는 그의 호이며,
이계(伊溪)라는 호를 쓰기도 한다.
이황의 문인으로 1589년(선조22) 왕자[광해군(光海君)]의 사부로 제수되었으나
그다음 해에 죽었다. 저서로는 《송소집(松巢集)》이 있다.
[주-D002] 참동계(參同契) : 《주역》의 효상(爻象)을 차용하여 도가(道家)의
연단양생법(鍊丹養生法)을 논한 책으로, 후한(後漢)의 위백양(魏伯陽)이 지었다.
[주-D003] 이학통록(理學通錄) :
이황이 지은 《송계원명이학통록(宋季元明理學通錄)》으로,
남송 시대에서 명대까지의 성리학자들의 이론과 행적을 분류하여 엮은 책이다
.[주-D004] 운곡(雲谷)의 …… 끊어졌으나 : 운곡은 주희(朱熹)가
회암초당(晦庵草堂)을 짓고 글을 읽던 곳으로, 주희를 일컫는 말이다.
거문고 줄이 끊어졌다는 말은 친한 벗의 죽음을 일컫는 말인데
여기서는 주희의 죽음을 말한다. 춘추 시대 때 금(琴)을 잘 탔던
백아(伯牙)가 지음(知音)의 벗 종자기(鍾子期)가 죽자
금 소리를 들을 사람이 없다 하여 금의 현(絃)을 모두 끊고
다시는 금을 타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列子 湯問》
[주-D005] 유소 시집(柳蘇詩集) : 당(唐)나라의 유종원(柳宗元)과
송(宋)나라의 소식(蘇軾)의 시집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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