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헝다, 파산 신청… 美 주담대금리 폭등… G2發 경제위기 비상
아시아 주요 증시 동반 하락세
중국 부동산발 위기와 미국 추가 긴축 우려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대기업 헝다그룹이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한 가운데 미국에서는 고금리 장기화로 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 2개국(G2)발 악재에 18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17일(현지 시간) 중국 부동산업계 ‘도미노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의 진원지인 부동산 대기업 헝다그룹이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파산보호법 15조에 따라 3300억 달러(약 442조 원)가 넘는 채무 구조조정을 위한 파산 신청이다. 최근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와 맞물려 ‘중국판 리먼 사태’ 경고음을 키우고 있다.
경기 과열론이 제기된 미국은 ‘국채 쇼크’ 상태다. 고금리 장기화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받아들여지며 장기 금리가 치솟았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장 중 연 4.3%를 찍는 등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41%까지 올라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3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도 7%를 돌파해 21년 만에 가장 높았다.
G2발 금융 불안이 확산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18일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5.35포인트(0.61%) 하락한 2,504.50에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코스닥 지수(―0.98%),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55%), 상하이종합지수(―1.0%), 홍콩H지수(―2.31%)도 일제히 하락했다. 영국 FTSE 100(―0.79%), 독일 DAX30(―0.61%)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이날 오후 8시 기준 하락세다.
강달러 여파로 최근 상승세였던 원-달러 환율은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날보다 3.7원 내린 1,338.3원에 마감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달러당 0.0070위안 오른 7.2006위안으로 고시했다. 시장 추정 환율(7.3047위안)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여서 런민은행이 위안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中 경제 신뢰 산산조각”… 외국인투자가들 8조5000억원 뺐다
국유 부동산업체 절반 상반기 손실
외국인들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
美 ‘국채쇼크’ 겹쳐 글로벌 시장 발목
강달러에 위안화가치 16년만에 최저
중국 헝다그룹이 17일(현지 시간) 결국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것은 2021년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으로 중국 부동산 시장의 민낯을 드러낸 ‘헝다 사태’가 현재진행형임을 뜻한다. 디폴트 위기에 처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 비구이위안 사태와 겹치며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부실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량하다고 여겨졌던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 절반가량이 올 상반기(1∼6월) 손실을 냈고 외국인투자가도 투자를 거둬들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국채 쇼크’까지 더해져 글로벌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달러와 국채 금리의 동시 급등은 신흥국 경제에 전형적 적신호”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달러 상승, 채권 투매, 주가 하락이라는 3각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 중국발 부동산 시한폭탄
헝다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 3300억 달러(약 442조 원)로 세계에서 가장 빚이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이다. 해외 부채는 317억 달러(약 42조 원)로 추산된다. 전기차 등 문어발식 부실 경영에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자)’를 앞세운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신규 대출 제한까지 겹쳐 디폴트를 선언했고 지난해 홍콩 증시에서 퇴출됐다.
이후 2년 넘게 이어진 부동산 시장 부실과 침체는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 재무구조까지 악화시켰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 증시에 상장된 국유 부동산 업체 38개사 중 18개사가 올 상반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손실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2021년 손실을 기록한 국유 부동산 업체는 4곳에 불과했다.
중국 경제의 30%에 육박하는 부동산 시장 부실은 중국 경기 둔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중앙은행 런민(人民)은행이 이달 15, 16일 이틀간 유동성 165조 원을 풀었지만 시장 안정화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업체 ‘도미노 디폴트’ 우려가 금융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감지한 외국인투자가는 ‘차이나 엑소더스(exodus·탈출)’에 합류했다. 블룸버그는 17일 중국 양대 증권 거래소인 상하이와 선전 거래소에서 외국인투자가가 7일부터 9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다고 전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6년 12월 이후 가장 긴 기록이다. 이 기간 외국인투자가 순매도 규모는 462억 위안(약 8조5000억 원)에 이른다.
중국 증권 당국은 18일 증권거래소 거래 수수료를 낮추는 등 증시 지원책을 발표하며 증시 안정화에 나섰지만 중국 정부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JP모건, 바클레이스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기관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0.4∼0.6%포인트 낮췄다. 미 헤지펀드 업계 거물 레이 달리오는 중국이 “부채 구조조정 시기를 놓쳤다”며 중국 정부의 더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옌스 에스켈룬 주중국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소장도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경제는 신뢰 위기다. 외국인투자가의 믿음이 산산조각 났다”고 지적했다.
● 미국발 달러-금리 ‘쌍끌이 악재’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 속에 미국은 금리와 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이날 장기 국채 금리가 4%를 훌쩍 넘긴 가운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도 7.09%로 지난주(6.96%)보다 오르며 2002년 이후 21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20년간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 평균이 2.9%임을 감안하면 현 국채 금리 상승은 장기적으로 시장 금리 4∼5%가 ‘뉴 노멀’이 된다는 분석이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재무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국채 공급량을 늘리며 국채 금리 상승 압박도 커졌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고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금리 상승 우려로 한때 약 10%대까지 낙폭을 키웠다.
금리 상승으로 달러 가치가 두 달 새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자 중국 위안화 가치는 16년 만에 최저치에 근접하고 일본 엔화와 인도 루피화도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에 가까워지는 등 아시아 환율도 요동치고 있다. 다만 런민은행이 적극적으로 위안화 방어에 나서는 등 각국이 환율 추이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뉴욕과 런던에서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동훈 기자, 뉴욕=김현수 특파원,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