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간을 거슬러 돌아보자며 늘어 놓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
말세라는 모든 잡념의 망각의 시간은 어쩌면 우리 인간에게 있어 꼭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위기 앞에서 모든 것을 잊고 있었기에 평화 속에서 떠오른 기억은 나의 삶에 많은 영향을 그리고 슬픔을 주기에 충분했다.
내 마음 한구석에 언제나 자리잡았던 한 소녀가 있다. 나는 말세라는 이름의 위기 아래 그 사실을 망각했고, 때문에 괴롭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 모든 일이 끝난 지금은 그 소녀가 내 마음에 자리잡고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소녀는 다른 이를 사랑하니까... 그저 나는 홀로 사랑하는 이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외로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이름은 장준호, 모든 일은 내가 준후 사부를 만나고 시작되었다. 나는 주술을 익혔고 알지 못하는 존재에게 쫓기던 나는 주술과의 만남이 필연적이었다. 그렇게 장준후를 사부로 모시고 주술을 익히던 중 소녀를 만났다. 그 소녀는 철 모르고 준후 사부를 쫓아온 아이었고 악마 앞임에도 혈를 깨물어 준후를 도우려 하는 의지를 보여준 그런 소녀였다. 그 때는 몰랐다. 내가 그 철부지 소녀를 사랑하게 되리라는 것을...
그래, 그렇게 만났고... 이제는 잊어야 하나?
준후 사부와 최아라라는 소녀를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가? 고3이라는 어찌 보면 중요한 시기에, 그리고 늦은 나이에 나는 어려운 감정으로, 사춘기에 젖어들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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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후는 근래에 준호가 부쩍 우울해 보이는 듯하다고 여겨 그를 극장가로 끌어냈다. 그저 영화난 한편 보려했는 데 준호가 전혀 관심없는 듯하여 PC방으로 장소를 옮겼다. 준후는 솔직히 집에서도 컴퓨터엔 잘 손을 대지 않지만, 준호는 의외로 게임을 즐기는 편이었지 때문이었다. PC방에 들어서자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 후~ 오~ 빠~ !"
아라였다. 준후는 인상을 찌푸리며 준호에게 말했다.
"귀찮게 됬지?"
"응? 응..."
준후는 생각없이 한 말이었지만 준호에게 그 말은 많을 생각을 하겠금 하였다.
'아라를 귀찮아 할 뿐인가? 도대체 준후 사부는...'
그렇게 몇 시간 게임을 즐기던 셋은 이윽고 한 분식집에 다달았다. 아라는 계속해서 뜻없는 말을 했지만 준후와 준호는 묵묵히 먹기만 하였다. 준후의 경우는 낮익은 기운이 감지 되어서였고, 준호는 막연히 생각에 빠진 것이었다. 그 때 준후가 불쑥 말했다.
"나 어디 가봐야 할 것 같으니까 준호 네가 아라 데리고 집으로 먼저 가."
"응?"
혼자 열심히 수다를 떨던 아라는 멍하는 준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준호는 이윽고 계산을 하고 일어섰다. 아라 역시 준후가 가 버리자 그냥 집으로 갈 심산으로 일어섰다. 그 때 준호가 말했다.
"좀 걸을래?"
"뭐... 좋아."
그들은 집 근처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준호였다.
"아라야."
아라는 의외로 준호가 심각하게 입을 여니까 어리둥절해 하며 묵묵히 길을 걸었다.
"만약, 만약에 준후 사부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너를 좋아 한다면..."
"음... 생각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근대 장준호 너 요새 왜 축 처졌냐? 솔로라서 외롭니? 내가 친구하나 소개 시켜...."
그 순간 준호는 걸음을 멈추었다. 한 걸음 앞서가던 아라는 놀라서 돌아섰다.
"왜, 왜 그래?"
"아라야 난... 난... 난 널 좋아해."
아라 역시 충격받은 듯 했다.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준호야. 하지만 난..."
"알아. 준후 사부가 너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런데 네 마음 속에 나란 존재를 체워 줄 순 없는 거니?"
"......"
아라는 말이 없었다. 준호는 아라에게 등을 보이며 말했다.
"그래... 알아... 나는 그저 준후 사부에 그림자일뿐 이겠지. 장준호가 아닌 장준후의 그림자..."
아라는 순간 준호를 획 돌려 세우고는 뺨을 갈겼다.
"야! 장준호! 너 그 것 밖에 안 돼! 넌 그저 준호일 뿐이야! 여자한테 차였다고 그렇게 말도 안되는 소리 지꺼릴 거야!"
"아라야 난..."
"닥치고 내 말 들어! 그래! 난 준후 오빨 좋아해! 그게 한 순간에 달라지리라 믿어! 너도 잘란 놈이야! 네 앞에 철없는 최아라보다 더 낳은 녀석이라구! 하지만 내 앞에 서 있는 멍청한 녀석은 장준호가 아냐! 내가 아는 장주.."
아라는 말을 잊지 못했다. 준호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라는 조심스레 준호에게 다가갔다.
"준호야..."
"손대지마! 최아라!"
장준호는 눈물을 재빨리 훔쳤다. 그리고는 돌아서며 소리 쳤다.
"그래. 너란 존재를 귀찮아하는 장준후란 놈아고 잘 먹고 잘살아! 난... 간다."
그러고는 획 사라졌다. 아라는 그 자리에 주저 앉으며 중얼거렸다. 아라의 눈에도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바보 같은 녀석..."
아라는 그렇게 한참 동안 주저 앉아있었다.
한 편...
처음부터 그 장면을 지켜보던 준후는 하늘을 바라보며 막연히 중얼거렸다. 이미 오래전에 말라버린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 준호야. 혼자 일어서서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너에게 상처만 줘서 떠나보낸 나에게 복수하렴. 원망도 하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찾아오는 사랑이란 단어...
사랑은 사람들의 삶에서 항상 존재하며.
쓰디쓴, 삶의 역경 속에 달콤한 사탕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서로를 위하고 아끼며 믿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 까요?
누군가 말했습니다.
인연은 우정으로 우정은 믿음으로 믿음은 사랑이 되며 결국 슬픔이 되고 절망이 된다고... 하지만 이제 우리의 삶에서 슬픔과 절망이란 단어를 지우고자 합니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j-
준호의 빈자리에 찬 기운이 흘렀다.
언제나 그랬지만 준호는 방석을 가지고 와서 앉았다.
준호를 따돌리는 짖굿은 아이들의 장난으로 반쯤 부서진 의자 탓이었다.
준후는 그런 준호에게 방석을 선물 했었다.
그렇게 준호가 떠나가고 졸업식이 다가왔다.
아라는 대학을 포기한 상태였고, 준후는 신부님의 뒤를 따르겠다며 의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여자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매달려 울기도 했고, 남자 아이들은 서로 밀가루를 던지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아라는 그저 준호의 빈자리를 느끼며 넋이 나간 상태였다.
준후 역시 운동장의 나무에 기대어 하늘만을 바라보았다.
기구한 운명이 아니었다면 이 졸업을 함께 했을 준호를 생각하며.
졸업은 아름다운 결말이자 희망찬 시작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날 아라, 준후 두 사람의 졸업은 또 다른 운명의 시작이라 해야 겠다.
10년이 흐르고...
으악~~~ 현아~~~암 군~~~
승희의 비명이 수술실 안을 울렸다. 의사 출신인 박신부가 자연 분만이 좋다고 했기에 현아(현암의 딸, 승희의 딸. 이름은 당연히 현암이 지었다.)를 낳을 때 엄청난 고통을 무릎쓰고 또 다시 자연분만을 택한 승희는 어떤 임산부보다 더욱 처절한 고함을 치고 있었다. 의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며 나오는 아이만을 묵묵히 받고 있었고 현암은 안절부절하며 승희 손을 꼭 쥐고 있었다.
그 무렵.
집에 있던 박신부는 꿈을 꾸고 있었다. 일전에 뵈었던 '그 분'이었다. 그리고 잠시 '그 분'은 사라졌다.
-이제 또 다른 운명은 시작되었네. 징벌자와 구원자는 성장 속도가 정상이되고 그들의 운명을 걷을 것이네. 다가올 혼돈과 함께. 자네와 자네의 동료가 실수로 이룬 혼돈은 다가오고 만 것일세.
라고 말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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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후 후
이번 외전은 좀 조잡하죠?
뭐...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징벌자와 구원자의 이야기는 외전(3)에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한신.
후~~~~~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그간 넘 오랬동안 글을 안썼더니 넘 허전했었어요.
하지만 제가 친구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동호회에 문제가 생긴 관계로 조금 바쁘게 뛰어 다녔습니다.
그럼 한주록 또 다른 이야기 외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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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부는 '그 분'의 말을 의심했다.
정녕 또 다시 기구한 운명이 이어져 갈 것이란 말인가?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한없는 것이 세상의 순리란 말인가?
박신부는 곤히 자고 있는 징벌자와 구원자를 보았다. 처음엔 결혼한 승희와 현암이 호적에 올리려다가 승희가 현아를 가지고 망설려 진 것이었다. 그러다가 징벌자와 구원자, 두 쌍둥이가 전혀 자라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혹 병은 아닌지 알아보았으나 전혀 이상없는 건강한 아기였다. 이제 그 둘도 자라나 운명의 길로 나아간다.
박신부는 자신들의 실수가 현실로 닥쳤음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말세 후.
모든 것이 그렇게 끝나줄 알았다. 그러던 중 박신부는 포교를 핑계로 그 깊은 폐루의 오지로 다시 한 번 가게 된다. 그 곳에서 신부가 목격한 것은 하르마게돈의 여운이었다. 이상한 문향으로 갈라져 묘한 색의 빛을 뿜어내는 그 땅의 근처엔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다고 주위의 부족 사람들은 말했다.
박신부는 이윽고 오오라를 뿜어내며 그 곳으로 접근했다. 그 곳에서는 오래 서 있지 못하였다.
-빛과 어둠은 일정한 균형이 있는 법, 빛이 그 균형을 깨었으니 하르마게돈과 혼돈이 열린다.
이런 짧은 글귀가 박신부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어떤 언어도 아닌 마음을 울리는 글귀. 이 것이 하르마게돈의 여운이었고 또 한 하르마게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부족 사람들은 신의 사자께서 권능을 거두어 갔으니 평화가 올거라며 떠들어 대었지만 그 땅이 하르마게돈임을 아는 박신부는 그저 씁쓸히 웃었다.
네 명의 퇴마사와 10명의 진인들.
그들의 희생만이 완전히 안정된 세상을 만든다. 명이 다한 준후와 죽을 번 하였던 현암과 승희, 박신부. 그리고 10명의 조력사들. 그러나 그들은 하르마게돈을 통해 살아남았고 그렇게 순리를 역류하고 대가는 세상의 혼돈이었다. 당장은 평안하나 언제 또 다시 흔들릴지 모르는 혼돈의 세상. 결국 그들은 자신의 뜻을 따랐고 그리고 삶의 의지로 살아남았으나 순리라는 이치가 역류하여 마지막에 결국 자신을 구하고 세상을 버린 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위선일 뿐이군...
박신부는 잠시 떠올렸던 과거의 일을 지웠다. 아직 아무에게도 털어 놓지 않은 이야기. 분명 준후는 억울하다며 또 다시 일을 벌릴 것이고 현암은 평정을 잃을 지도 모르는, 세상을 위해서는 밝혀져야 하지만 자신들을 위해서 감추어야 하는 이야기. 아마 승희는 버럭 성질을 내겠지. 그렇게 박신부는 다시 한번 번민에 휩싸였다. 어떤 것이 징벌이고 구원인지 박신부는 침대에 누워 자는 두 아기를 바라보며 생각에 젖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