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겐 포디엄(podium)에 두 선수가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셋이다! 나, 상대 선수, 그리고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작은 아기다!"
29일(현지시간)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32강전에서 세계 랭킹 10위인 엘리자베스 타타르코프스키(미국)를 15-13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지만 전하영(한국)에게 7-15로 완패한 이집트 대표 나다 하페즈(26)가 임신 7개월의 몸으로 출전한 사실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카이로 출신 하페즈는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라며 기대에 가득 차 피스트(piste. 펜싱 경기가 치러지는 바닥)에 오른 뒤 “자부심이 내 존재를 가득 채운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기와 난 공정하게 도전의 몫을, 신체적으로와 정서적으로 둘 다 공유하고 있다. 임신이란 롤러코스터 같아 그 자체로 힘들지만, 삶과 스포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은 힘겹지만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남편(이브라힘 이합)의 믿음을 공유했고 우리 가족이 여기까지 오게 할 수 있어서 운이 좋다"고도 했다.
전하영은 8강에서 대표팀 동료 최세빈(24)에게 14-15로 분패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최세빈은 준결승에서 마농 브루넷(프랑스)에 12-15로 패한 뒤 올가 하를란(우크라이나)과 동메달 결정전을 14-15로 안타깝게 역전패하며 올림픽 4위란 값진 성과를 남겼다.
파리올림픽에 뒤이어 열리는 파리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도 임신한 영국 양궁 대표가 시위를 당기게 된다고 BBC는 전했다. 조디 그린험(31)이 다음달 말 엥발리드 컴파운드 사선에 나서면 임신 28주째가 된다.
웨일즈 출신으로 지난 26일 생일을 맞았던 그녀는 21개월 전 아들 크리스천이 태어나기 전과 후에 한 번씩 유산하는 가슴 아픈 일을 겪었다. 그린험은 엄마들도 최고 수준의 경기를 계속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2016 리우패럴림픽에서 존 스텁스와 짝을 이뤄 혼성 컴파운드 은메달을 목에 건 그린험은이번 대회에는 도쿄 금메달리스트 피비 패터슨파인과 네이선 맥퀀, 올림픽에 데뷔하는 빅토리아 킹스톤과 팀을 꾸려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