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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1조원 시장 캐릭터산업 ‘토종’ 급격부상
국산은 초기단계, 아직 10%에 불과…
이제 캐릭터가 침투하지 않은 공간은 극히 드물어졌다. 아이들 방의 책상과 침대에서부터 성인들의 핸드백 속과 자동차 안까지 수많은 종류의 캐릭터가 살고 있다. 아이들의 필통, 연필, 지우개에는 ‘아기곰 푸우’와 ‘헬로 키티’가 그려져 있고 여성들의 핸드폰, 가방에는 ‘엽기토끼 마시마로’와 ‘이웃집 토토로’가 매달려 있다.
▲ 마시마로 |
미국에서 온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와 도널드 덕, 일본에서 온 타래 팬더와 포켓몬스터 피카추, 한국 토종 둘리와 엽기토끼가 한데 모여 아이들의 품에 안겨 잠을 자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들의 말동무가 된다.
특히 요즘에는 토종캐릭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홀맨, 딸기, 감자도리, 고무고무 등이 인기다. 북극곰을 모델로 한 ‘고무고무’는 엽기토끼처럼 플래시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인형출시 한달만에 20만개가 팔려나갔다고 한다.
국내 캐릭터시장의 규모가 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1997년 5000억 규모로 추정되었던 시장이 2000년에는 1조원이 넘었다고 한다. 이같은 급성장에 대해 캐릭터업체 ‘둘리나라’를 운영하고 있는 만화가 김수정(金水正ㆍ51)씨는 “젊은 시절 연애편지를 보낼 때 단순히 글만 써 보내는 것보다 하트 모양 하나라도 그려 넣으면 훨씬 보기 좋았다”며 “캐릭터산업은 한마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끌어내는 이미지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더욱 높다”고 말했다. 장우석(張祐碩ㆍ42) 한국캐릭터협회장도 “캐릭터산업은 아이디어만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무공해 산업이며, 한국인에게 맞는 신지식 산업이다”고 말했다.
사실 국내에서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 개념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아기공룡 둘리’가 한참 히트하던 지난 85년 둘리 캐릭터를 쓰겠다는 한 빙과업체 직원과 만화가 김수정씨가 만났다고 한다. 캐릭터 저작권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하던 시절 김씨는 속으로 ‘100만원은 받아야지’라고 생각했다. 양쪽 다 침묵을 지키다가 업체 관계자가 먼저 “우리는 200만원 이상은 곤란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둘리를 못살게 구는 고길동이나 젖꼭지를 물고 다니는 희동이, 눈치 빠른 또치도 캐릭터가 되어 독일 등 해외 수출에 이르렀고 최근에는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다.
■디즈니사에 내는 로열티 1년에 100억원
▲ 토토로 |
캐릭터산업의 급성장에 대해서 한국 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박세형(朴世亨ㆍ48) 교수는 “캐릭터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그 사회의 문화적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라고”고 해석했다.
캐릭터는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 우선 19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코얼 형제가 편지지에 그림을 프린트해 팔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캐릭터산업의 시작이라고 한다. 이후 1928년 만화가 디즈니가 아내와 기차여행을 하던 도중에 미키 마우스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미키 마우스는 월트 디즈니와 동료 만화가 어브 이웍스의 공동 작품으로 디즈니가 아이디어를 내고 이웍스가 그 주문에 따라 첫 형상을 그렸다. 최초의 미키는 눈이 왕방울만하고 손에 장갑을 끼지 않았다. 당시 미키 마우스 목소리를 디즈니가 맡았다고 하는데, 현대의 미키는 점잖고 수줍음 많은 신사 이미지를 풍기지만 초창기 미키는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말썽꾼이었다. 미키가 아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자 디즈니 사무실에는 부모들 편지가 쇄도했다고 한다. 부모들의 주문은 미키를 좀더 착하고 얌전하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70세가 넘도록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는 미키 마우스의 매력에 대해 미국 언론인 밥 그린은 “미키는 순수의 상징이다. 그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표현한다. 그는 세상사가 얼마나 소박하고 즐겁고 어둠 속에서도 자유로운지를 표현한다. 미키보다 더 매력적인 상징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캐릭터 전체에 해당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여하튼 미키 마우스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최초의 생쥐가 되었다.
그렇지만 미키가 처음부터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은 건 아니었다. 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당원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아이디어’라며 미키를 비난했다. 그러나 당시 미키의 힘은 지금의 할리우드 영화만큼이나 강했다. 미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암호가 ‘미키 마우스!’였고 이 암호명에 의해 독일 나치가 패배했다고 한다.
미키 마우스로 상징되는 월트 디즈니사가 매년 한국에서 받아가는 캐릭터 로열티는 100억원이 넘는다. 디즈니 캐릭터를 이용한 국내 상품 매출이 5000억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둘리 캐릭터 상품 매출은 1500억원 정도이다.
캐릭터 플랜의 양지혜 대표는 “국내 캐릭터시장의 규모는 불법 복제 제품을 포함해 약 1조원이 넘는다. 그중 60%가 디즈니 등 미국 캐릭터, 30%가 헬로 키티 등 일본 캐릭터가 차지하며 고유 캐릭터는 아직 10%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만화영화 제작업체 중에서는 ‘아기공룡 둘리’ ‘영혼기병 라젠카’ 캐릭터를 담당한 (주)코코엔터프라이즈가 눈에 띈다. 이 회사는 미국 월트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 일본 소니 등 외국 만화영화 제작업체들로부터 연간 130여편의 만화영화를 수주해서 제작하고 있다. 특히 미국 워너브러더스사가 내놓은 TV 및 극장용 만화 중 70%가 이 회사의 작품이다.
코코엔터프라이즈의 전명옥 사장은 “과거에는 미국 디즈니 등의 하청업체였지만 이젠 상황이 변했다”며 “해외 바이어들이 국내 만화영화 수입을 위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국내 만화영화 산업의 제작 노하우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기획력과 아이디어에서 떨어지고 있다. 만화영화산업의 성공은 곧 캐릭터산업으로 연결돼 큰 수익성이 보장된다”며 “외국의 경우 만화영화 제작 비용은 광고비 정도로 생각하고 실제 수입은 캐릭터산업으로 올린다”고 말했다.
전 사장의 말대로 동영상 만화인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수익모델이 캐릭터 판매이다. 수십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작품을 만든 후 등장 캐릭터가 ‘뜨면’ 캐릭터의 상품가치도 덩달아 오르는 것이다. 따라서 캐릭터는 애니메이션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포켓 몬스터 캐릭터도 ‘포켓몽’ 텔레비전 애니메이션만 150편이 만들어져 방영되었다. 1주일에 1편씩이라고 치면 3년이 걸린 셈이다.
■세계 진출 위한 매뉴얼 북 시급
▲ 고무고무 |
해외 캐릭터의 침투에 대응하고 더 나아가서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매뉴얼 북의 제작이 시작이 시급하다고 한다. 매뉴얼 북은 출판만화가 캐릭터산업으로 확장되기 위해 제작해야 하는 기본자료. 주인공들이 상황에 따라 어떤 자세를 띠며 색상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책 한 권 분량으로 자세히 설명하는 제작 지침서이다.
디즈니 등 외국 회사의 경우 캐릭터 제품 및 라이선스사업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목이기도 하다. 캐릭터시장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체계적인 제작을 하지 못하거나 외국으로부터 비싼 값을 치르고 매뉴얼 북을 사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캐릭터 개발에는 야구선수 박찬호, 개그맨 이홍렬 등 ‘스타 캐릭터’, 전북 남원의 춘향이와 이도령, 흥부와 놀부, 변강쇠와 옹녀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개발하고 있는 ‘지자체 캐릭터’ 등도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 캐릭터는 출판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출발하여 캐릭터, 컴퓨터게임으로 활용되는 수순을 밟는 반면 한국에서는 캐릭터산업 기초 토양인 출판만화, 애니메이션은 소홀한 채 거꾸로 캐릭터 상품부터 생각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리 정부 행정을 봐도 출판만화와 캐릭터는 문화콘텐츠진흥과, 애니메이션은 영상진흥과 하는 식으로 따로 논다. 장르의 특성은 개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겠지만 이들을 조율하고 통합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일호 주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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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캐릭터산업
“만화서 애니메이션으로 변환 때 생명력 반감되는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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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란 ‘영상 매체와 인쇄 매체에 의해 가상적 이미지가 형성된 등장인물’을 의미한다. 캐릭터는 보통 팬시(fancy)사업과 그 맥을 함께 한다.
팬시(fancy)란 ‘별난’ ‘취미에 맞는’ ‘잡화’ 등의 뜻을 지닌 단어로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만들어 낸 물건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 팬시사업은 4차산업의 총아로서 ‘꿈의 산업’이라고도 한다. 연간 1조원의 시장 규모로 추정되는데 주 소비층은 청소년과 미혼 여성이다.
미국 캐릭터로서 국내에 들어온 것은 세계 160개국이 사용하는 스누피, 뽀빠이, 가필드, 배트맨, 슈퍼맨, 미키마우스 등이다. 일본 캐릭터로는 드래곤볼, 토토로, 도라예몽 등이 있다.
캐릭터를 이용한 국내 팬시시장은 ‘바른손 팬시’가 70년대부터 ‘선물의 집’을 만들어 1983년 시장을 형성하였고, 이어 ‘아트박스’, 교보문고의 ‘모닝글로리’, 롯데월드의 ‘로티와 로리’, 에버랜드의 ‘킹코와 콜비’ 등 여러 업체가 참여하여 국산 창작 캐릭터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웹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면서 ‘엽기토끼’ ‘졸라맨’ ‘우비소년’ 등이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 국제저작권협약에 가입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개념을 가지게 되었고, 90년대 초반부터 해외 인기 캐릭터를 대량 수입했다.
캐릭터상품은 소비자의 경제적 수준이 일정 정도 이상 되어야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한다. 따라서 국내 캐릭터산업은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국민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해외 수입 캐릭터 중 초기 시장에서 인기를 모았던 것으로는 ‘배트맨’ ‘드래곤볼’ ‘스누피’ ‘토토로’ ‘헬로 키티’ 등이 있으며, 국내 인기 캐릭터로는 ‘아기공룡 둘리’ ‘날아라 수퍼보드’ ‘영심이’ 등이 있다. 현재 국내에는 캐릭터 전문 생산업체들이 속속 생겨 100여 가지의 캐릭터를 양산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캐릭터보다 상대적으로 라이선스 비용이 저렴한 것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판매가능한 시장의 범위가 한정적이라는 얘기다.
국내 캐릭터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캐릭터에 대한 인식이 올바르게 정립되어야 한다. 캐릭터와 팬시를 불필요한 사치재로 보기보다는 이들이 지니는 문화산업 창출 능력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즉 국산 창작 캐릭터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다양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강한 이미지의 캐릭터는 우선 출판만화에서부터 시장 검증이 시작된다. 물론 출판만화에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화잡지로 1차적 시장여론을 수렴하며, 그로부터 제기된 문제점을 수정하여 단행본으로 만든다. 서점용 단행본으로 나온 출판만화가 독자의 호응을 받게 되면 다음 수순으로 애니메이션으로의 전환이 진행된다.
국내 캐릭터산업의 근본적인 문제가 여기서 발생한다. 출판만화로부터 애니메이션으로 전환되는 매체 변환 시점에서 기존 캐릭터의 생명력이 반감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출판만화를 보고 그 캐릭터에 대해 호감을 가졌던 수많은 독자들에게 배신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이러한 배신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인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상품으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더욱 강화된다. 기존 출판만화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의 자연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고, 색채나 표정 그리고 동작이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측면만 강조되어 캐릭터로서의 생명력을 상실한 채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결과는 당연히 긍정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 뻔하다.
국내 캐릭터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결국 외국 캐릭터의 시장점유율을 확대시키고, 기존 국내 구매자 비율마저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게 하는 것이다. 캐릭터도 엄연한 상품이기에 소비자에게 배신감을 안겨주는 순간 운명을 다하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