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2023.12.29.) 홈페이지에 올린‘병오생은 적말띠이다’라는 글을 두고,
선생님께서 갑진년(甲辰年) 얘기도 하는게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 바 있고, 어떤 분이 용띠해 얘기도 해달라고 해서 준비해서 올리겠다고 답글을 단 적 있었다.
그런데 계속 할 일이 생기며 늦어져 혹‘식언(食言)’이 되는 것은 아닐까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늦었지만 이제야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약속(約束)’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탕(湯)이 폭정(暴政)을 일삼으며 민생(民生)을 도탄(塗炭)에 빠뜨리고 있던 하(夏)나라 걸왕(桀王)을 치러가기 전(前) 군사(軍士)를 모아놓고 맹서(盟誓)할 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짐은 식언을 아니하리라
朕不食言 짐불식언
--------------------------------------------------------------------------------------------------------------------------
<甲辰年> 용 이야기
흔히들 용띠니 토끼띠니 하는 띠얘기가 해가 바뀔 쯤이면 이야기 소재의 하나로 자주 부상(浮上)하곤 한다. 띠는 십이지지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다.
금년은 갑진년(엄밀히 말하면 음력 1월 1일 이후부터 적용. 양력 2월 10일부터 해당)이므로 용띠인 것이다. ①子자-쥐 ②丑축-소 ③寅인-범 ④卯묘-토끼 ⑤辰진-용 ⑥巳사-뱀 ⑦午오-말 ⑧未미-양 ⑨申신-납(원숭이) ⑩酉유-닭 ⑪戌술-개 ⑫亥해-돼지 등 십이지지(十二地支) 중 다섯 번째인 辰(진)이라는 글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용(龍)에 비유되어 사용되고 있다.
‘辰(진)’이라는 글자는 주역(周易)에서 ☳모양(‘진괘’라 읽는다)으로 나타내는데, ―― 모양은 음기陰氣를 ― 모양은 양기陽氣를 의미한다. 종합하여 자세히 설명하면, 이 辰이라는 글자는, 하늘의 양기가 땅의 음기 속으로 들어와 어울리다가 공기라는 기운으로 아래에서 위로 아른거리며 피어 올라가는 아지랑이 현상이 반영되어 있는데, ‘용이 연못 속에 잠겨있다가 하늘로 오른다’는 말의 뜻과 서로 통(通)하여, 하필 많고 많은 동물 중에서도 ‘용’이라는 동물을 ‘진’이라는 글자에 비유하였던 것이다. 이로써 갑진년이 용띠 해가 되는 까닭이다.
진辰의 본래 의미는‘별’‘해와 달이 만나는 곳’‘때’‘새벽’‘다섯 번째 지지地支’등이다. 12개의 십이지지에는 본래는 동물이란 뜻이 없다. 특징에 따라 비유했을 뿐이다.
이 외 ‘진’이라는 글자에는 음력 3월에 양기운이 성대(盛大)해지면서 초목(草木)이 땅속에서 뿌리 내리고 새싹이 꿈틀거리며 땅을 뚫고 고불고불 나오고 둔덕에 양기운인 아지랑이가 아른아른하는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하다. 이 시기는 밭을 갈아 씨를 뿌리며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기에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음력3월을 진월(辰月)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농사 농(農)이라는 글자에 그 의미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농(農)은 곡(曲)과 진(辰)으로 구성된 글자로서 ‘곡’은 곡진(曲盡)하다 즉 정성이 지극하다 정성을 다하다라는 뜻이고 ‘진’은 음력 춘삼월 초목이 뿌리를 내리는 때를 의미한다. 농農이라는 말은 즉 초목이 뿌리를 내리는 따뜻한 때에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정성을 다해 농사를 짓다는 뜻이다.
진(辰)에 비유되어 있는 용은 예로부터 비늘 달린 부류의 으뜸이라고 하였으며 여러 종류가 있다. 비늘이 있는 용을 교룡(蛟龍), 날개가 있는 용을 응룡(應龍), 뿔이 있는 용을 규룡(虯龍), 뿔이 없는 용을 이룡(螭龍), 하늘에 오르지 못하는 용을 반룡(蟠龍)이라 한다.
그런데 용은 정말로 머릿속에서 상상(想像)하여 지어낸 동물일까 아니면 실제(實際)로 존재했을까? 우문현답(愚問賢答)일지 모른다. 사실여부는 차치(且置)하고 일부 기록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참고사항>
1. 千字文大觀(천자문대관) 上 ‘龍, 과연 실존 동물일까? 요약정리. 199~200쪽).
2.周易大觀(주역대관) 中 78~85쪽
※요약정리하면서 문장표현을 일부 바꾸기도 하였음을 밝혀둔다.
춘추좌전(春秋左傳)이라는 책에 춘추시대인 노(魯)나라 소공昭公29년(서기전513년)에 위헌자(魏獻子)와 채묵(蔡墨)이라는 인물이 나눈 대화가 나온다.
‥①가을에 용이 진(晉)나라 도읍지인 강(絳. 진홍 강. 오늘날 중국 산서성山西省)의 근교에 용이 나타났다. 위헌자가 태사(太史:기록담당관리)인 채묵에게 “내가 듣기로는 충(蟲-벌레라는 뜻도 있고, 꿈틀거리는 동물이라는 뜻도 있음. 여기서는 후자를 가리킴) 가운데에서 용보다 지혜로운 것이 없다고 하오. 얻어 기르지 못하기 때문에 지혜롭다고 하는데, 믿을만합니까?” 채묵이 대답하기를 “사람들은 실제로 알지 못합니다. 용은 사실 지혜롭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용을 길렀으므로 나라에 환룡씨(豢龍氏)가 있었고, 어룡씨(御龍氏)가 있었습니다.
②헌자가 말하기를“이 두 씨를 나도 들었으나 그 연고는 알지 못합니다. 이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채묵이 대답하기를 “옛날에 요(飂:바람소리 료(요))에 숙안(叔安)이 있었고 후손에 동보(董父. 董:깊이 간직할 동)라는 이가 있었습니다. 실로 용을 매우 좋아했는데 용들이 좋아하는 것을 구하여 먹였더니 용들이 많이 따랐습니다. 이에 용들을 길들여 기르면서 순(舜)임금을 섬겼습니다. 순임금이 동(董)이라는 성(姓)을 하사하고, 씨를 환룡(豢龍. 豢:기를 환)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순임금 시대에는 용을 기르는 이가 있었습니다.
③하(夏)나라의 임금인 공갑(孔甲)에 이르러서는 상제(上帝 즉 하느님)를 움직였기에 상제가 네 마리 용을 주었는데 하수(河水 오늘날 황하黃河)와 한수(漢水-섬서성에서 발원한 물)에 각각 두 마리씩 암컷과 수컷이 있었습니다. .. 공갑이 용을 먹일 수가 없었는데, 용을 키울 환룡씨도 얻지 못했습니다. 도당씨(陶唐氏)는 이미 쇠퇴하고 그 뒤에 유루(劉累)가 있었는데 환룡씨에게 용을 길들이는 법을 배워서 이로써 공갑을 섬겨 용을 먹일 수가 있었습니다. 공갑이 기뻐하여 유루에게 어룡(魚龍)이라는 씨(氏)를 하사하였습니다.
④용 가운데 암컷 한 마리가 죽어 몰래 소금에 절여 하나라 임금을 먹였습니다. 하나라 임금은 맛있게 다 먹고 나서 다시 요구하였습니다. 유루는 두려워하면서 노현(魯縣)으로 떠나갔습니다.
⑤헌자가 말하기를 “지금은 무슨 까닭으로 (용이) 없어졌습니까?”채묵이 대답하기를 “..물건이 있으면 물건에는 그 관리가 있습니다. .. 용은 물에 사는 짐승입니다. 수관(水官:물 관련 업무를 담당한 관리)이라는 관직을 없애버려 물 관련 업무를 담당할 관리가 버림받았으므로(없어져 버렸으므로) 용을 얻어 기르지 못했습니다. (용이 존재했고 용을 관리하는 관리가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전에는 분명히 용을 길렀기에 주역에서 용을 비유해 쓰지 않았겠습니까?.
옛 기록에 실제로 길렀다는 용이라는 동물은 주역에서 ①잠룡(潛龍:물속에 잠긴 용. 훌륭한 인물이지만 아직 때를 만나지 못했거나 혹은 바깥의 상황이 좋지 않기에 은둔한 군자로 비유되기도 한다) ②현룡(見龍:물위로 나타난 용. 세상에 이름을 드러낸 이) ③비룡(飛龍:하늘을 나는 용. 임금) ④항룡(亢龍:목이 뻣뻣한 용. 실권이 없는 태상왕이나 태후, 혹은 임금의 스승에 해당하는 이)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도 용이 날다[龍飛] 즉 임금이 된다는 의미로 龍이 사용된 사례를 볼 수 있다.
첫댓글 입춘(癸卯年 乙丑月 戊戌일 2024년 2월 4일 17시 27분)부터 용의 해, 甲辰年으로 하지 않는지요~~~^~^
다들 우짜든지 늘 여전하게 따뜻하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