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어느 공장. 아침 일찍 출근을 마친 김 씨는 가벽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쉰다. ‘빨리 철거해야 오늘 작업에 문제가 없을 텐데 큰일이네.’ 임시벽체가 있던 자리에 생산라인이 추가로 들어오게 되면서, 오전 중으로 철거작업을 빨리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 가벽은 3단 각관이 떠받치고 있는 형태로, 김 씨는 다른 동료들이 출근하기 전에 맨 아래 구간 각관을 혼자서 제거하기 시작한다. 두 번째 구간부터는 높이가 있어서 혼자 작업하기 힘들지만, 맨 밑에 있는 각관은 미리 제거해두면 조금이라도 빨리 작업을 끝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핸드그라인더로 각관의 양쪽 용접부위를 절단하려던 순간, 김 씨 뒤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린다. 호형호제하는 후배 이 씨다. “내가 이러고 있을 줄 알았지. 같이 하자니까 더 일찍 출근해서 혼자 하고 있으면 어떡해요! 혼자 하다 다치면 어쩌려고.” “내 걱정 해주는 건 너밖에 없다.” 끈끈한 동료애가 빛을 발하는 철거 작업현장. 하지만 이들의 웃음소리는 오래 가지 못한다.
“지게차 조작 좀 할 줄 알지?” “지게차요? 할 줄은 아는데, 실전경험은 별로 없어요. 왜요?” “2, 3단 각관은 높이가 있어서 아무래도 지게차 팔레트 위에서 작업해야 할 것 같아.” “지게차 위에서 작업해도 괜찮아요? 차라리 제가 지게차 위에 올라갈 테니까 형이 운전 맡아요.” “덤벙이를 올렸다가 괜히 떨어지면 누구 탓을 하려고. 그냥 천천히 올려주기만 해. 알았지?” 결국 지게차 조작을 맡게 된 이 씨. 하지만 불안했던 그의 예감은 5분도 채 되지 않아 현실이 되고 만다. 김 씨가 지게차 팔레트 위에서 작업 자세를 잡으려던 때, 지게차가 덜컹거리면서 순식간에 떨어지고 만 것. 선배의 추락을 눈앞에서 보고만 이 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지만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던 김 씨는 결국 이송 도중 과다출혈로 생을 다하고 말았다.
김 씨의 사망사고는 안전모 미착용도 문제였지만, 고소작업의 전용 설비인 고소작업대나 이동식 비계 사용을 무시하고 지게차 위에서 작업한 안전 불감증 때문이었다. ‘이동식 비계 설치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이 씨의 뒤늦은 후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첫댓글 지게차타고 하지마시요
안전교육 꼭 받으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