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명색이 광역시인데 울산에서 레미콘 업체 파업으로 두 달 째 모든 공사 현장이 `올 스톱` 된 상태다. 어찌 이럴 수 있나. 내년 개교 차질 문제로 교육감이 잠깐 노조 측과 만나 중재에 나섰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이것마저 뾰족한 해결책 없이 무산됐다. 이후 어느 누구 한사람 책임감을 가지고 상황을 걱정해 야단치거나, 중재하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광역시장, 울산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들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들은 모두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정말 궁금하다. 지난 7월1일부터 울산 레미콘 노조원들이 민주노총의 지원 아래 울산지역 5개 레미콘 공장 앞에서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시작했다.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자 한 술 더 떠 울산 레미콘 17개 업체 사업주 역시 집단 휴업으로 맞섰다. 이후 이들은 끝없는 대결의 場만 펼칠 뿐 서로 얼굴조차 마주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상호 비난과 폭로 전으로 치닫고 있을 뿐이다. 울산 레미콘 업체 노사 분규로 당장 눈앞에서 발생하는 손실만 수십개다. 업체 측의 집계로는 150여 군데라고 한다. 한 곳 공사비를 평균 10억 원으로 잡으면 현재 1천 500억 원에 달하는 돈이 묶여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상개 - 매암 혼잡도로 개설 공사, 동천제방겸용도로, 상방지하차도 침수 개선사업,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 완충 저류시설 설치사업, 옥동 - 농소 1도로 개설공사, 울산 전시 컨벤션 센타, 제2실내 체육관, 반려동물 센타, 농수산물 도매시장 수산물 소매동 건립공사, 내년 개교 예정인 7곳 학교 개교 공사, 치안센타 건립공사, 도시개발사업 단지 건설 및 건립공사, 기타 개인주택 및 사업부지 공사까지 합치면 숫자로 나타난 지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이런 공사중단으로 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상황이 오히려 더 악화돼 가고 있다. 아주 급한 소규모 공사 현장들이 울산 인근의 양산 경주 포항 지역의 레미콘 업체에 부탁해 소량의 물량을 공급 받으려고 하면 노조원들이 불법적 폭력 행위마져 불사한다. 레미콘 차량 밑에 드러누워 항거하는 노조원들도 있다.
그러니 외부 협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포항 측 업체에 협조를 요청했더니 "신변 보호를 할 수 있느냐"고 묻더란다. 이제 며칠 있으면 우리고유의 민족 대명절인 한가위 `추석`이다. 추석이란 결실을 맺는 풍요로움과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해 마음이 넉넉해지는 명절 아닌가. 그런데 그 명절을 앞두고 `죽자고` 싸우고 있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메마르고 몰인정 했던가. 이전 우리네 선조들은 어제까지 치고받으며 다투다가도 명절 무렵에 화해를 하는 미덕을 지니고 있었다.
울산 레미콘 파업의 파장은 우리가 생각지 못하는 곳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레미콘 업체와 노조원의 다툼이 단순히 공사를 지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레미콘 공급 중단으로 이어지는 폐해는 수없이 많다. 건설현장 단순 노동자에서부터 기술 노동자, 포크레인, 트럭 등 장비 관련 노동자, 그리고 건설현장 주변 식당에까지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무수히 많다. 어떤 장비 기사 겸 사장님은 "이번 추석에는 멀리 도망가고 싶다"고 했다.
장비 할부금도 못 내고 은행 이자에 아내에게 생활비마저 줄 수 없는 상황인데 추석까지 겹쳐 `죽을 맛`이라는 것이다. 가진 자와 권력자들 치고 `말로 해결 못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니 진정으로 아픈 사람의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가진 자와 권력자는 없는 셈이다. 대한민국 현실과 작금의 울산광역시의 서글픈 현실에서 아를 다시 발견한다. 레미콘 노동자의 아픔과 기업주의 애로 사항을 가운데서 중재할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 이와 함께 상황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울산시의 적극적인 개입과 금융지원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건설업체도, 레미콘 생산업자도, 레미콘 운송 노조원도 모두 기진맥진 한 상태다. 누군가 나서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먼저 달 것인지 서로 눈치만 살필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