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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故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도 KTX 역방향 좌석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고 한다. 역방향 좌석이 나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맹점을 잘 파악했던 것.
故전철환 전 총재는 최고를 자부하는 경제정책 전문가라도 실물 경제지표가 뒤늦게 나오는 이상 KTX 역방향 좌석에 앉아 알 수 없는 풍경만을 바라보듯 정책결정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도 KTX 역방향 좌석이 앞으로의 풍경이 아닌 이미 지나온 길만을 볼 수 있고, 앉아서 오랫동안 가면 어지러워 가격이 싼 것이라고 했단다.
실제로 KTX 역방향 좌석은 열차가 움직이는 방향인 정방향 좌석에 비해 5% 정도 할인된 운임비를 받는다.
처음부터 역방향 좌석이 정방향 좌석보다 가격이 싸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승객들이 나타나면서 현재에 이르러서는 철도공사 측이 할인 서비스를 제공 중인 것.
그러나 철도공사에서는 역방향 좌석이 어지러움으로 건강을 해칠 수준은 아니라며 좁은 좌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해명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역방향 좌석을 이용하면서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예민하게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사람에게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경희대의료원 이비인후과 차창일 교수는 “같은 자극, 같은 병을 앓고 있더라도 사람마다 컨디션이 다를 경우 어지러움을 느끼는 정도, 빈도가 달라진다”면서 “장시간 이동으로 피곤하거나, 뇌질환 또는 귀의 전정기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어지러움의 정도가 심해진다”고 지적한다.
즉 움직이는 열차와 달리 우리 몸은 정지된 채 앉아서 가기 때문에 ‘어긋남’으로 인한 어지러움이 생길 뿐 명확하게 건강을 해치지는 않는다.
문제는 평소에 열차를 자주 타거나 역방향 좌석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은 적응이 돼서 덜 어지러운 반면 1달에 2~3번 정도 가끔 이용하는 승객은 갑작스러운 어지러움으로 당황할 수 있다.
특히 귀에 이상이 있어 안정을 취하던 사람의 경우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충격이 더 크다.
하물며 KTX의 비좁은 좌석은 불편함을 야기하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함에도 피로감은 새마을호, 무궁화호에 견줄만하다.
한편 2009년에는 역방향 좌석을 없애고 회전식 좌석을 설치한 KTX―Ⅱ가 전라선과 호남선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때까지는 역방향 좌석에 적응하거나 다른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강남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선동일 교수는 “멀미가 잘 생기는 사람은 어지러움을 잘 느낄 수 있으므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역방향 좌석이 어지러운 이유는 바깥 광경을 보면서 생기기 때문에 눈을 감고 잠을 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같은 역방향 좌석에 앉아 이동하더라도 여럿이서 수다를 떨며 가는 사람은 덜 어지럽지만, 혼자 타는 사람은 좌석에서 보내는 시간동안 지루하기 때문에 더 어지러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이럴 경우에는 자신이 평소에 즐겨듣는 음악이나 단조롭고 반복적인 리듬의 ‘졸리는’ 음악, 잠을 부르는 책으로 수면을 유도하면 어지러움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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