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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부터 잠꾸러기, 게으름뱅이라는 별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요즘 직장에서는 회의시간에도 졸기 일쑤고, 전화 받다가도 졸아서 상사의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쏟아져 고민이라는 박지훈씨(30·가명)의 얘기다.
요즘 박씨의 얘기처럼 이상하게 잠이 쏟아져 고민이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평소 밤에 잠을 설치거나 제대로 자지 못해 낮에 잠이 오는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밤에 잠을 잘 잤는데도 낮에 졸음이 몰려온다면 ‘기면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기면증은 밤에 충분히 잠을 자고도 낮에 이유 없이 심한 졸음이 계속되는 질병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는 “저녁에 7시간 이상 충분히 수면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낮 시간에 비정상적으로 졸린다면 기면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직장이나 학교에서 이 증상으로 괴로워하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의에 따르면 국내 기면증 환자가 2만5000명~8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면증의 증상으로는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밀려오는 수면발작은 물론, 감정이나 놀람으로 흔히 일어나는 탈력발작과 수면마비, 가위눌림 등의 증상이 있다.
특히 탈력발작은 감정변화가 심할 경우 갑자기 몸의 기운이 빠져 넘어지는 것인데, 탈력발작 시 사고가 많이 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을지병원 신경정신과 신홍범 교수는 “만일 운전이나 기계 조작, 건설현장 같은 위험한 곳 등에서 근무 시 대형 사고를 낼 수 있어 탈력발작이 위험하다”고 말한다.
얼마 전 기면증 증세로 그룹 태사자의 멤버였던 박준석씨(28)가 서울지방병무청으로부터 ‘공익’ 판정을 받았는데 이도 만일 군대에서 기면증의 증세인 탈력발작이 일어날 경우 위험하다는 병무청의 판단 하에 내려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 전문의 들은 기면증에 걸린 청소년들은 게으르다는 이유로 친구나 가족 또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꾸지람이나 따돌림을 받을 수 있어 정신적 고통을 당하기도 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기면증은 왜 나타나는 것 일까. 신 교수는 “뇌에 기질적 이상 즉,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손상으로 뇌의 각성중추가 파괴될 때 기면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교통사고 후 두뇌 손상이 있을 때 과다졸음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수면다원검사와 주간입면기반복검사를 동시에 실시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한편 전문의들은 여성의 경우 월경이 시작될 때 기면증이 생기기도 하고, 갑상선 이상 등 몸에 특정한 병이 있을 때도 자주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기면증은 치료하면 거의 정상생활을 할 수 있어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잠이 쏟아지는 증상은 중추신경 각성제를 투여하고 몸의 힘이 갑자기 빠지는 탈력증상은 항우울제를 사용해 예방한다.
전문의들은 기면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고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음주나 흡연을 삼가, 더불어 밤새워 일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기면증 환자는 가만히 앉아서 일 할 때 더욱 졸리기 때문에 많이 움직이는 업무가 더 적적하고, 주위에 늘 졸려하는 학생이 있으면 혹시 기면증이 아닌가 의심해보고 수면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