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군데..
점 조잡한거 같네여...
현암이 죽구...
승희는 그 충격으로 죽구...
그리구 윤기라는 사람은...
현암 보다 세구..
박신부는 현암보다는 약했지..
구렇게 새지는 않았는데...
....
--------------------- [원본 메세지] ---------------------
그렇게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수도권 외각의 박신부 묘.
그 묘비명에는 다른 이의 삶속에서 살아간 이라는 글귀가 세겨져 있었다. 10년 동안 조용하던 그 무덤 앞에 왠 젋은 청년이 서 있었다. 단정한 검은 정장의 청년은 한손에 낡고 피 묻은 은십자가를 한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신부님."
그 청년은 나지막하게 말한다.
"오랜만에 뵙네요. 이제 훌쩍 커 버린 윤기입니다. 혼자 일행을 떠난지 10년. 다들 어떻게 변했을 까요."
윤기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박신부의 묘비를 혼자 묵묵히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세상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빛이 되라는 말."
어느 새 윤기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였다.
"반드시 혼돈의 시대를 넘어 밝은 날이 있도록 하겠습니다."
윤기는 눈물을 훔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윤기가 떠나고 난 자리에는 꽃다발이 남았을 뿐이다.
설악산 자락의 한 밀교.
교주는 오늘도 자신의 친구들과 모여 의논을 하고 있었다.
재건된 백동밀교의 교주. 이광채.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현진이와 지인. 승화, 가영, 였다.
다른 이들은 소식이 없었다. 현아는 현암과 승희를 따라 갔고, 이빈은 얼마전 윤기를 찾아 보겠다며 밀교를 나섰다.
그런데...
밀교의 호법들을 풀어 알아본 결과 혼도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광채는 모두를 모아 두고 의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문제가 심각해."
광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천 호법님의 말에 따르면 벌써 지혈이 뒤틀린 곳이 설악만 수십곳이 넘으며 이런 징후는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군."
그런자 현진이가 말했다.
"헤밀튼이 알아봐 준 건 어떻게 됬어 승화형?"
승화는 역시 심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안 좋은 소식 뿐이야. 하르마게돈이 열렸던 폐루를 기점으로 기후의 변화가 일어나나봐. 그 뿐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조용하던 악마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어. 얼마전 헤밀튼이 블랙엔젤과 부딪쳤었다는 군."
모두들 심각한 얼굴이었다. 지인이가 느닷없이 중얼거렸다.
"이럴 때 윤기 오빠라도 있음..."
"그 이야긴 꺼내지마."
현진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현진이도 내심같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데 연연할 수 없었다. 그 때 폭발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천 호법이 뛰어 들어왔다.
"교, 교주님. 큰일입니다. 괴상한 빛을 내뿜는 청년 하나가 교주님을 뵙자고 하기에 쫓으려 했건만... 지금 그 괴상한 빛이 밀교를 작살내고 있습니다. 호법들이 막고는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겁니다."
광채와 현진이는 벌떡이러나며 동시에 소리쳤다.
"윤기형!"
천 호법은 의아한 듯 광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광채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푸 하 하... 우리 호법님들 간이 부었군. 정말 윤기 형이라면 나도 자신 없는 데..."
"그건 동감이야."
현진이 역시 마장구치며 밖으로 나와보았다. 밝은 오오라. 전혀 연녹색이 아닌 무색의 밝은 오오라. 윤기는 이제 그들이 알던 윤기가 아니었다.
"윤기형!"
광채가 소리쳐 부르자 오오라는 사라졌고 오오라에 밀려 쳐 박혀 버린 신도들과 호법들은 의아한 듯 윤기를 바라보았다. 윤기는 광채를 바라보았다. 광채는 순간 움찔했다. 청년으로 자라난 윤기. 성의는 어찌 했는 지 검은 정장을 한 차림새였다, 거기다가 날카로움이 베어던 눈빛은 예전의 윤기가 아님을 느끼게 해 주었다.
"왠 사이비 종교인가 했더니... 역시 백동밀교라는 현판을 잘못 본 건 아니었군."
윤기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현진과 광채는 그런 윤기를 맞으며 무엇인가 허전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윤기의 달라진 모습에 모두가 놀라 있을 무렵 빈이가 들어왔다. 빈이는 오오라에 처참하게 박살난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윤기를 향해 말했다.
"홍윤기. 너 많이 변했구나."
빈이는 침착하게 말하고 있었다. 어느 덧 숙녀로 변한 그녀의 얼굴에 반가움은 없었다. 오히려 어두운 구석이 있었다.
"넌 내가 알던 홍윤기가 아닌 건 확실하지?"
윤기는 빈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간의 흐름이 나를 변하게 했어. 나 조차도 느낄 수 없을 때."
윤기는 잠시 하늘을 바라 보았다.
"신부님은 돌아가셨어. 그리고... 나는 너희들을 떠났지. 그 뒤 나는 하르마게돈의 흔적을 찾아갔었다. 그리고 모든 영력을 동원하여 혼돈의 근원지인 그 곳을 봉인했다."
모두 윤기를 바라 보았다. 윤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리고 다시금 3번째 율명을 찾아 혼자서 세상으로 뛰어 들었지. 내가 입던 성의는... 혼돈의 핵의 봉인을 위해 대지와 창공의 봉헌물로 사용되었다. 그 뒤로 입던 이 검은 정장이 어느 순간부터 편해 졌고 그 때서야 내가 변했다는 걸 알았어. 마냥 사랑하고 용서하는 이가 아니라 이기적이 되어갔다는 걸 느꼈거든. 결국 나는 세상을 위한다는 일을 포기해 버렸다."
윤기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 때 빈이가 침착하게 말했다.
"세월이 변하게 한 건 너뿐이 아니야. 모두가 변할 수 밖에 없었어. 다만..."
빈이는 숨을 몰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떻게 변했는 냐가 중요하지."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현진이가 불쑥 말했다.
"그래서 철없는 내가 이렇게 변했고, 촐랑거리던 광채 녀석도 어엿한 교주가 되었잖아? 안 그래?"
윤기는 그 말에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그래 너희들은 더욱 성숙하고 어른스러워 졌구나. 나는 어쩌면 너무 나약해 진 것인지도 몰라..."
윤기는 피 묻은 은십자가를 들어 보였다. 피의 은십자가. 박신부의 마지막 유품. 윤기는 그 것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하지만 더 이상 나약할 수는 없겠지. 박신부님이 하시지 못하시고 가신 세상의 구원을 혼돈을 막아야 하니까... 최근 들어 악마들이 다시 움직이고 이상 징후가 일어나는 것은 봉인이 풀렸기 때문일 것이다. 대지가 품으며 창공을 바라 보던 봉헌물을 대지가 삼켰기 때문에 부조화가 이루어지고 대지가 뒤틀리고 기후가 변한 거지. 그래서 지금은 그 혼돈의 핵이 조화가 깨어지지 않은 곳으로 이동하려 한다. '10년전 내가 알아낸 것' 이 정확하다면..."
윤기가 말 끝을 흐리자 광채가 질문을 던졌다.
"윤기 형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폐루로... 그래서 혼돈의 핵의 이동을 막고 다시금 봉인시키는 것. 그러지 못하면 악마들이 다시 움직일 것이고 해결 방안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 진다. 그러니까..."
광채는 윤기의 말을 더 들어보지도 않고 소리쳤다.
"황 호법! 당장 밀교를 정리해 주세요! 천 호법! 헤밀튼에게 연락을 전해 주세요! 강 호법! 청한 선생님과 나의 옛 친구들의 소식을 알아봐주세요!"
윤기는 광채의 목소리를 들으며 중얼거렸다.
"다 좋은데 광채 녀석 성질하는 못 고쳤군. 급하기는..."
밀교의 회의장.
이제는 윤기를 중심으로 모두가 앉았다. 윤기의 옆에는 꽤 길다란 쇠막대기가 있었고, 광채 옆에는 치우천황의 깃대가 세워져 있었다. 현제 모두가 궁금해 하는 것은 윤기가 '10년전에 알아낸 것' 이었다.
"하르마게돈은 혼돈의 상징이자 혼돈의 핵의 봉인이야. 말세가 막아지자 악마들은 네 명의 퇴마사들을 끌여 들려 하르마게돈을 열고 퇴마사들을 처리한 뒤 말세를 이겨낸 세상을 혼돈으로 뒤덮으려는 계획 이었다. 그러나 퇴마사들에게 패배하고 마카엘과 그리스도가 나타나 하르마게돈의 봉인을 일시적으로 유지 시키자 악마들은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렸지... 그리고 징벌자와 구원자가 자라기 시작함과 동시에 봉인은 열리기 시작했고 그 때가 되자 모든 것이 퇴마사들의 잘못으로만 여겨졌다. 악마들은 다시금 움직였고 미미한 운명을 감지한 퇴마사들은 한빈주술학교를 열었고 전황을 알고 있던 박신부님은 여정을 통해 우리가 율명을 찾아 하르마게돈을 막기를 바랬지만 결국 돌아가셨지. 그래서 미궁에 빠질 수 있었던 이 일을 나는 메시아의 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윤기는 혼돈과 하르마게돈에 대한 비밀을 털어 놓기 시작하였다.
모두들 윤기를 바라 보았다. 오오라는 메시아의 서의 머리인 십자가에서 감돌고 있었다. 윤기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리가 율명이라 여기고 찾던 메시아의 서의 마지막 봉인인 미카엘의 창은... 미카엘이 말세 이후 하르마게돈을 봉인하고 자 할 때 사용했던 봉헌물이었고, 박신부 님이 돌아가실 무렵 완전히 봉인을 깨지고 땅 속 깊히 봉헌물로서 잠들어 있던 미카엘의 창은 모습을 들어내었다. 내가 남미에 갔을 때 그 창을 회수하기 위해 온 미카엘을 통해 이 정황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우선 메시아의 서를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몸체를 미카엘의 창으로 하며 라파엘의 십자가는 머리가 되었으며 라파엘의 십자가에 깃들었던 가브리엘의 성수는 메시아의 서를 휘감았다. 그 메시아의 서의 권능으로 다시금 하르마게돈을 봉인하고 성의를 미카엘의 창을 대신하여 묻었다. 그리고 이렇게 10년...."
모두들 홀린 듯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윽고 한국에 머물고 있던 헤밀튼에게 연락이 왔다.
"교주님! 헤밀튼 씨께서 지금 곤경에 처하신 모양입니다! 연락이 안 되어 영사를 했더니..."
천 호법은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윤기는 메시아의 서를 들고 일어섰고 광채는 치우천황의 깃대를 가볍게 휘드루며 말했다.
"야! 박지인! 투시해봐!"
"우씨! 어린게 반말하지마! 어엇!.... 블랙엔젤!"
현진이는 신명검을 가볍게 허리에 차며 말했다.
"골치아픈 아줌마, 오랜만에 보는 군..."
승화는 슬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악령들하고 입시름하며 세월을 보냈더니 왠지 반가운 걸."
"그러게 말이야."
가영도 웃으며 말했다. 빈이는 그저 잠자코 윤기의 눈치를 살폈다. 윤기는 결코 미소 짓지 않았다. 오히려 근엄하게 말했다.
"결코 반가울 일이 아니야. 절대 그렇게 장난스럽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야! 더 이상의 희생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
모두들 의아한듯 윤기를 바라보았다. 희생이라니?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무튼 그들은 그렇게 헤밀튼이 거처하는 호텔로 향했다.
"풋, 아직도 그리스도의 저주가 남았는 냐?"
블랙엔젤은 비웃듯이 헤밀튼에게 소리쳤다. 헤밀튼은 이을 악물며 소리쳤다.
"나를 이렇게 만든 건 시몬의 짓이다! 그자의 주술로 나는 이렇게 되었고 결국... 하지만 지금은 세상을 지키는 데 이 능력을 사용하게 되어서 참 다행으로 여긴다. 화염에서 타 올라라 추악한 악마여!"
헤밀튼은 화염을 이르키며 블랙엔젤을 밀어내었고 블랙엔젤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 시몬이라는 정신나간 흑마술사 짓이지. 하지만 넌 저주와 고통을 아직 몰라! 으... 죽음의 광시곡이다!"
블랙엔젤의 날개 틈에서 빠져나온 검은 혈관에 의해 헤밀튼의 움직임은 차단 당했고 이어 혈관에서 터져 나온 검은 피줄기는 붉은 섬광을 이르키며 헤밀튼을 잔혹하게 토막내었다. 이윽고 흑마술의 헬파이어의 의해 헤밀튼의 몸은 피에서 타오른 불꽃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 뿐... 헤밀튼은 멀쩡한 상태로 그대로 서 있었다. 헤밀튼 주위에 한 차례 바람이 일더니 그 검은 혈관을 토막내었다. 그 때...
"그만 하시죠. 헤밀튼 씨... 오랜만이다. 블랙엔젤. 무저갱의 추악한 여인이여!"
블랙엔젤은 그 목소리에 흠칫하며 물러섰다. 이윽고 잊을 수 없는 빛줄기가 날아왔다.
"안녕하셨수 아줌마?"
광채였다. 광채는 다시금 뇌전을 양손 가득 모은 체 말했다.
"오랜만에 뇌전을 보신 소감은?"
광채는 여전히 능청을 떨고 있었다. 하지만 블랙엔젤을 놀라게 한 건 광채의 목소리가 아니였다. 이윽고 목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들어내었다.
"순간에서 영원으로 사악을 멸하는 천상의 빛이여! 처음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새롭게 하라! 말세의 심판!"
윤기는 모습을 들어냄과 동시에 기도성을 울리며 사방으로 오오라를 퍼트렸고 이윽고 그 오오라에서 수 많은 빛 기둥이 솟아 오르며 사방을 감쌌다. 그리고 그 빛기둥이 터지며 사방을 빛으로 메웠다.
말세의 심판.
천사장 미카엘에게만 허용된 기술이었으나 인간 최초로 박신부가 야훼의 허락으로 사용(만남편 참조)했으며 윤기 역시 야훼의 사자에게 주어지는 메시아의 서가 선택한 사람으로서 말세의 심판을 사용하고 있었다.
한 동안 머물던 빛이 사라지자 블랙엔젤은 보이지 않고 날개 한 장 만이 남아있었다. 광채는 뇌전을 거두며 씁쓸히 웃었고 나머지 아이들을 대동하고 현진이가 들어 왔을 무렵엔 상황 정리는 끝나있었다.
모두들 이제 윤기를 향해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윤기는 메시아의 서를 거두며 나직하게 말했다.
"10년간의 일을 말하겠어."
"그러니까 10년전 나는 준후, 현암, 승희 선생님과 함께 페루로 향하게 되었어. 하르마게돈의 흔적을 찾아..."
그러자 현진이 놀라며 물었다.
"우리 부모님이랑? 그럼 지금은..."
윤기는 현진을 한 번 바라보았다. 아직 소년의 티가 남아있었다. 단 한 번도 상처라는 걸 받아본 적 없는 그저 순진하고 명랑한 현진. 윤기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돌아... 가셨어."
현진은 순간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 가만히 서 있었다. 지인은 그런 현진을 다독거리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윤기의 마음 속을 보고 있었다. 윤기는 한 없이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망할 루시퍼! 젠장 그 때! 그 때! 내가 조금만 더 신중했으면! 조금만 냉정할 수 있었으면!"
윤기는 절규하듯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10년전의 페루의 한 오지.
남은 3명의 퇴마사와 윤기는 하르마게돈을 향해 걷고 있었다. 윤기는 그 때 왠지 모르게 자신이 하르마게돈으로 이끌이고 있음을 느꼈다. 준후는 그런 윤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윤기야. 넌 신부님을 닮았어. 겉모습이 아닌 마음이 말이야. 너도 꼭 다른 이의 삶에서만 살아갈 것 같구나."
윤기는 그런 준후를 바라 보며 말했다.
"그러지도... 하지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세상에 누구 하나 다른 이를 위해 살아야 할 거란 생각을 했었거든요."
준후는 그저 묵묵히 고개만을 끄덕였다. 그 때 현암이 말했다.
"모두 조용히 저쪽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 군."
현암에 말에 준후는 자세를 낮추며 인에 결지하여(수인과 우리나라의 결지법을 혼합한다.) 주위에 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윤기의 귓가에도 싸우고 있는 듯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하나는 맑은, 하나는 둔탁한 목소리였다.
-크하핫! 천사장의 솜씨도 많이 낡았군. 타천사라며 날 내쫓았을 때는 이렇지 않았는 데! 크하핫!
-사,사탄은 야... 를 농... 하지.... 물..."
-어휴 미카엘. 악마들에게 걸어놓은 인과 율의 계가 깨지니 혼자서는 버거운신가? 어디 가브리엘과 라파엘도 부르시지! 모두 어두운 명계(죽은 자의 세상)로 보내 버리리라! 크하하!
-나의 창은... 부르라... 메...아! 야훼의 사자는!"
윤기는 순간 품속에 간직하고 있던 라파엘의 십자가가 우는 것을 알았다. 가브리엘의 성수를 머금은 십자가 윤기가 그 십자가를 꺼내어 손에 쥐자 밝은 무색(無色)의 오오라가 퍼져나왔다. 윤기는 퇴마사들에게 소리쳤다.
"어서! 천사장 미카엘에게로!"
퇴마사들은 어떨결에 윤기를 따라 뛰었고 하르마게돈 위해 처참하게 쓰러져 있는 미카엘과 사탄을 보게 되었다. 퇴마사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며 소리쳤다.
"대악마 루시퍼! 무저갱의 최고자 사탄!"
"크크크 오늘 나를 방해할 잡종들을 다 헤치우겠군. 악신검 에레게온!"
준후는 검은 빛을 뿜어내는 칼날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현암은 허공에서 칼을 만들어내며 말했다.
"선신검 에르소아!"
"선신과 악신의 검이 맞부디쳐서는... 야훼의 사자여! 어서 메사아의 서를!"
미카엘은 처절하게 외쳤다. 윤기는 영문을 모른 체 멍하니 십자가를 쥐고 서 있었다. 승희는 불안한 눈초리로 현암을 바라보고 있었다.
"메시아여! 선신검과 악신검이 부딪쳐서는!"
"미카엘이여! 제가 메시아라니요!"
미카엘은 윤기를 바라보더니 자신의 창을 건네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선신검은 천사들을 다스리시는 선신께서 모든 천사의 진기를 모아 만든 검이며. 악신검은 악마의 제왕 베엘제불을 지배하는 악신이 이에 대응하고자 세상의 모든 생물의 이면적인 모습. 즉 악한 기운을 끌어만든 것입니다. 이름하여 에르소아와 에레게온. 이둘이 맞붙는 것은 불문율이요! 이 것은 곳 검을 사용하는 이의 파멸을 의미하오! 어서 그 창을 받들어 메시아의 서를 완성하시오!"
"저는..."
윤기는 망설였다. 자신은 지금껏 악마들과 사투를 벌리던 이유를 잃어버린 사람이었다. 다른이의 삶속에서 살던 박신부를 대신하여 그는 퇴마행을 택한 것이었다. 사실 폐루를 택한 것도 단지 이끌림을 받아서였다. 그러나 이제 하늘은 그에게 그 스스로의 의지로 퇴마행을 택하라 하고 있었다. 메시아의 이름을 건네며.
한편 현암은 에르소아를 가볍게 허공에 휘두르고는 검기를 불어넣었다.
에르소아.
그 선신검은 야훼께서 박신부에게는 생명의 연장을 승희에게는 애염명왕의 권능의 일부를 준후에게는 예지의 능력을 그리고 현암에게 선신검을 건네었다. 그런데 설마했던 악신검과 붙이치게 되자 현암답지 않게 긴장을 하고 있었다. 상대는 자신을 단박에 지옥으로 보낼 수 있는 악마 루시퍼. 검은 선신검과 맞먹는 악신검 에레게온. 과연 승산이 있는 가?
언제인가 준후가 그랬던가? 선신검이 존재한다면 악신검 역시 존재 하리라고...
현암은 은연중 두려워 해 왔던 악신검 앞에서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 파사신검 제 7초식으로 검을 던지고 바로 부동심결이다.'
현암을 날아오는 악신검, 에레게온을 받아치며 앞으로 나갔다.
"선신검 에르소아! 파사신검 제 8초식 풍형난세!"
"확실히 퇴마사의 신화는 변하지 않았군... 크크크. 악신검! 에레게온!"
루시퍼는 미친 듯이 치고 들어오는 현암의 공격을 여유있게 받아치는 척 하다가 암흑투기(악마들 중 상급악마들의 기)로 현암의 검기를 밀어버렸다. 그 순간 이러난 폭발은 가히 순식간이었다. 준후가 어떻게 해 보지도 못한 체 그대로 폭발해 버렸고 루시퍼와 현암 모두 휘말려 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미카엘이 말했다.
"결국 쌍둥이 검 에르소아와 에레게온은 서로 충돌하여 폭발하고 마는 구나... 오 야훼시어!"
"현암군!"
승희는 순간 발악하며 소리쳤다. 준후는 화염 속으로 뛰어드려고 하는 승희는 붙잡고 있었다. 준후는 통탄하고 있었다. 하늘은 더 이상 얼마나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데려가려 하는 가!
순간 화염속에서 루시퍼가 걸어나왔다. 그는 현암의 시체를 집어 던지고는 광기에 젖은 웃음을 터트렸다. 준후는 뇌전을 한 껏 모아 루시퍼를 겨냥했다.
윤기는 속으로 소리쳤다.
'세상은 어찌 이리 슬픈가 혼돈이란 이름 아래 모든 이들의 소중한 이를 잃게 하고 결국엔 모든이의 파멸마저 이끈다. 이 혼란한 세상의 메시아가 나란 말인가? 난...'
그렇게 통탄하고 있는 윤기에게 미카엘이 다가와 창을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메시아여! 고민을 그만 하시오. 당신은 신부님처럼 다른이의 삶이 아닌 모든이의 삶에서 살다갈 분입니다. 시련과 번민을 이겨내고 이 세상을 빛으로 인도할 이입니다. 세상의 한줄기 빛이 되시길..."
미카엘은 그렇게 사라져갔다. 루시퍼에게 입은 상처가 컸던 탓이리라... 윤기는 품 속에서 라파엘의 십자가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라파엘의 십자가, 그 곳에 담긴 가브리엘의 성수, 그리고 미카엘의 창이 모여 메시아의 서를 이루었다. 윤기는 그 메시아의 서를 손에 쥐었다.
"사탄! 추악한 무저갱의 일인자여! 나! 이 세상의 메시아로서! 그대를 벌하리라!"
"메시아... 정녕 그대가 메시아인가!"
루시퍼는 현암에게도 코웃음을 쳤었다. 그러나 메시아의 서를 바라보며 이미 기겁을 하다니. 윤기는 오오라를... 무색의 찬란한 오오라를 발휘했다. 승희와 준후는 윤기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혼돈이 찾아와서야 메시아는 세상에 나타났다. 윤기라는 이름으로...
윤기는 메시아의 서를 다 잡았다.
루시퍼는 인상을 쓰며 윤기를 노려보더니 말했다.
"망할 미카엘 놈이 기다린 지원군이 메시아라니... 예수 그리스도의 후예인가? 젠장할 그리스도 이후 약 2000년만의 메시아로군... 너 역시 처참한 최후를 맞이 하리라! 바로 지금!"
윤기는 그 말에 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악마여. 그대는 내가 왜 메시아가 되는 길을... 모든 이의 삶을 지켜야 하는 길을 택하였는 지 아는 가? 세상은 인과 율의 원칙이 아닌 모두가 어울림에, 그리고 함께 하기에, 사랑하기에 존재한다. 나는 나 하나 희생하여 메시아가 되어 그들만은 소중한 이를 잃지 않기를. 그러기를 바란다. 부디... 나의 빛이 모두를 지킬 수 있기를 그들의 삶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메시아 이전의 윤기는 이제 죽었다."
루시퍼는 광소를 터트리더니 외쳤다.
"가사롭군. 그리스도 보다는 거창하지 않지만 들어줄만 했다. 그러면 절망의 검. 프로어스! 저 메시아가 외치는 모든이를 절망으로 내몰아라!"
윤기는 살짝 눈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그러하다면. 너를 봉인하는 수 밖에 그리스도께서 베엘제불을 봉인하였듯이..."
윤기는 겉에 걸치고 있던 성의를 벗어 공중에 띄웠다. 루시퍼는 프로어스를 거두며 물러서려 했으나 윤기는 메시아의 서를 루시퍼에게로 겨냥하였다. 성의에서 퍼져나온 기운이 루시퍼를 감싸기 시작했다.
"젠장! 망할 메시아여! 그대의 뼈를 여기 묻으리. 능력은 전지 전능하지만 몸은 인간의 몸! 각오하라."
"최후의 몸부림은..."
윤기는 발악하는 루시퍼를 바라보며 막연히 중얼거렸다. 루시퍼는 프로어스로 사방을 난도질 였으나 소용없었다. 윤기는 완전히 갇혀버린 루시퍼를 깨어나는 하르마게돈과 함께 봉인해 버렸다. 그리고는 빛과 함께 사라져 갔다. 윤기는 중얼거렸다.
"이 일어나서는 안될 장소는 곧 다시 일어남이거늘..."
윤기는 사라졌고 짧은 물방울이 빛주위를 스쳐지나가더니 윤기도 빛도 사라졌다. 준후는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슬픈이의 빛이란 말인가?"
그 후...
준후는 현암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죽은 승희를 현암과 나란히 묻었다. 두사람을 곁에서 봐온 준후였기에 두 사람을 더욱 잘 알았다. 그러나 막연히 슬퍼할 수는 없었다. 윤기는 자신을 불사르며 메시아의 길을 택하였다. 준후는 현암과 승희의 무덤 앞을 떠나며 말했다.
"혼돈이에요. 현암형, 승희누나 부디 저 세상의 명계(죽은 자들의 세상)에서도 행복하세요."
준후는 그 길로 사라졌다.
윤기가 빛을 통해 간 곳은 징벌자 장주천을 찾아.
그렇게 모두 흩어져가고 10년전의 이야기는 이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슬픈이. 윤기의 빛은 그저 울고 있을 뿐이다.
"... 그렇게 나는 하르마게돈을 봉인하고 한국으로 향했다."
윤기는 눈물을 훔치는 현진이와 그를 다독거리는 현진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헤밀튼 씨. 내가 당신을 살려낸 것은 아직 물을 게 남아서 입니다. 현아는 어딧죠? 분명 당신과 함께 헬기를 타고 페루에 도착 따라 나선 현아를 당신에게 맞겼습니다. 현암 선생님은..."
헤밀튼은 죽을 상을 쓰며 말했다.
"현아는 기억이 상실되었습니다. 10년전, 당신과 퇴마사들이 하르마게돈으로 향한 직후... 흑수당이라는 작자들이 헬기를 공격했고 헬기가 폭파하며 머리를 다 쳤는 데 그만... 지금은 그저 평범한 여대생으로 살고 있습니다. 남동생이 있다는 사실과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메시아시어. 왜 그녀를 찾는 것입니까?"
윤기는 잠시 쓴웃음을 지으며 블랙엔젤이 소멸되어 날개 조각만을 남긴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헤밀튼을 보며 말했다.
"메시아라... 이래서 비밀로 하려 했건만... 현아는 라미드 우프닉스 입니다. 현제 살아있는 라미드 우프닉스는 3명, 나머지는 혼돈의 조각을 빼앗기고 숨을 거두었으며 다시는 부활하지 못할 것입니다. 신을 노하게 할 주술이 깨어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악마들이 그 주술력을 끌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바입니다."
윤기는 꽤 심각하게 말했다. 현진은 윤기를 보며 말했다.
"그럼 윤... 아니 메시아 시어. 저의 누나는..."
"큰 상처가 되겠지만... 그리고 그냥 평소대로 해."
윤기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윤기는 블랙엔젤의 흔적을 지워 버리고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살아있는 라미드 우프닉스는 연희, 즉 대완이의 어머니와 현아, 그리고 일전에 여정을 함께 했던 프랑소아입니다. 우선 현아에게 사실을 말하고 함께 대완이에게 가야 겠지요. 대완이는 제 정보에 의하면 어머니인 연희와 프랑스에서 관광 중이라고 하니 프랑스를 떠나기 전에 만나서 함께 해야 합니다. 시간이 급박하니까요. 현제 프랑소아 양은 교사 생활을 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자 승화가 윤기에게 말했다.
"메시아, 아니 윤기야 그럼 지금은..."
윤기는 메시아의 서를 내려 놓으며 말했다.
"우선 현아를 만나봐야겠지."
그 때 장성한 현아가 들어오며 말했다.
"다 들었어. 머리가 조금 복잡해. 홍윤기... 망할 메시아 같으니!"
윤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메시아. 이제는 신이지. 왜 이제야 나타난 거지? 무슨 일 있었지? 지금의 너는 니가 아니야! 예전의 니가 아니라고!"
현아는 소리치고 있었다. 기억이 돌아온 것일까? 빈이는 벌떡 일어서더니 현아를 보고 소리쳤다.
"천상신 비슈누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망각하라!"
현아는 그렇게 그대로 쓰러졌다. 빈이는 홀로 중얼거렸다.
"지금 이래서는 안돼. 현아야... 너한테는 미얀하지만 주술을 다루는 라미드 우프닉스는 살 수 없어. 순리에 따라 죽음이 찾아 오거든."
빈이는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천상신 비슈누의 화신 깔끼거든..."
모두들 또 다시 놀라고 있었다.
"메시아의 이름으로 모든 이의 기억은 소중하리라!"
윤기는 현아의 기억을 되돌려 놓으며 말했다.
"순리가 역逆할지라도 사람의 기억은 그 사람의 것이며 소중한 것입니다. 비슈누시어."
모두들은 그저 의아 할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