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언젠가 제 병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책 내용보다는 맞춤법 틀린 게 눈에 먼저 띄는 이상한 병이 있다고...
그 병은 언제 어디서나 나타납니다. 술을 마실 때는 그 자리를 즐겨야 하는데, 술잔을 '기우리'는 게 맞는지 '기울이'는 게 맞는지가 떠오르니...
이만하면 제 병도 참 심각합니다. 쩝...
"비스듬하게 한쪽이 낮아지거나 비뚤어지다."는 뜻의 낱말은 '기울다'입니다. "마음이나 생각 따위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다."는 것도 '기울다'입니다. 이 기울다의 사동형이 '기울이다'입니다. (북한에서는 사동형을 시킴형이라고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사전에 '기우리다'는 없습니다. 예전에 쓰던 낱말입니다. 비스듬하게 비뚤어지거나 마음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기울이다'입니다. 따라서, 기울이고, 기울이니, 기울이면, 기울여, 기울이지처럼 쓸 수 있지, 기우리고, 기우리니, 기우리면, 기우려, 기우리지처럼 쓰면 안 됩니다. 노력을 기울이다, 술잔을 기울이다, 관심을 기울이다, 앞으로 기울이다, 정성을 기울여...처럼 쓰셔야 합니다.
'기울이다'의 큰말이 '갸울이다'입니다. '기울이다'의 센말은 '끼울이다'이고 '갸울이다'의 센말은 '꺄울이다'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보태기) 국립국어원 누리집 묻고 답하기에 들어가 보니, 어떤 분이 '관심을 기울이다', '귀를 기울이다', '술잔을 기울이다'는 모두
일본어에서 온 말로 우리말답지 않은 표현이냐고 물었습니다. 국립국어원 답변은 '관심을 기울이다'가
일본어에서 온 것인지는 조금 더 검토해 보아야 할 듯합니다. 그런데 '관심을 기울이다'가 썩 우리말다운 표현은 아니므로
'~에 관심이 있다' 혹은 '~에 관심을 두다' 정도로 고치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만, 우리말 문장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는 어색한 번역투가 아니라면
굳이 잘못이라 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라고 답변하셨네요.
오늘은 이상하게 편지를 길게 쓰고 싶네요.
여러분과 닿는 끈을 놓기 싫어서... ^^* 앞에서, "요즘 우리나라 사전에 '기우리다'는 없습니다"라고 했는데요. 사전(辭典)을 순 우리말로 하면 뭐가 될까요?
실은 그 답은 없습니다. 사전을 뜻하는 순 우리말은 없습니다. 다만, 주시경 선생님 등이 1910년 무렵에 조선 광문회에서 편찬하다
끝내 마무리를 짓지 못한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 이름을
요즘 사람들이 '사전'이라는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