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67) - 성탄절에 새긴 행복과 평화
미세먼지로 숨 막히고 재난이 끊일 날 없는 날들을 헤치고 2018년 한 해도 막바지에 접어든다. 어려운 세파를 이겨내는 힘은 이웃과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과 변함없는 사랑, 남은 때도 우리 모두 그러하리라.
지난주 서울에 사는 누이들이 찾아왔다. 우리가 청주로 옮긴 것을 기회로 오랜만에 남매들이 한데 모여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주말에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이 찾아와 또 한 번 즐거운 시간, 서울~청주 간을 하루에 오갈 수 있어서 누리는 행복이다.
성탄 전날, 아내와 함께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노인복지관을 찾았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운동을 겸한 점심식사를 하러 간 것, 로비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다가와 성탄에 즈음하여 점심을 무료로 대접하니 맛있게 잡수시라며 밝은 표정으로 식권을 건넨다. 뒤이어 산타 복장을 한 청년들이 뛰어와 가벼운 선물꾸러미를 내밀며 방긋 웃는다. 예기치 못한 이벤트에 행복한 시간, 즐거운 마음으로 점심을 들었다.
선물주머니를 맨 서원노인복지관의 산타들과 함께
성탄의 주제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 일상에서 체험한 소확행(소소한 삶속의 확실한 행복)을 감사하며 성탄전후의 소묘를 적는다.
1. 가족들과 나눈 행복
겨울치고 따뜻한 날, 누이들이 발걸음을 하였다. 우리가 청주로 옮긴 것을 기회로 모처럼의 나들이, 3자매의 내외가 함께 여행 한 것은 처음이라며 기뻐하는 모습이 흐뭇하다. 이를 맞아 청주에 살고 있는 형수와 조카, 사촌동생도 합석하여 점심을 함께 들고 정겨운 담소의 시간을 가졌다. 현관에는 멀리 온 것을 반기는 마음을 담아 ‘사랑하는 가족들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쓴 문구를 붙여놓고.
오랜만에 큰형수를 뵌 매제들이 이구동성으로 구김 없이 편안한 모습이 보기 좋다며 덕담을 건네고 반가운 가족들을 만나 가문의 전통인 화목과 우애를 확인하는 형수님의 밝은 표정이 가문의 품격을 높여준다. 형수님이 전하는 에피소드, 결혼적령기를 맞아 여러 곳에서 혼담이 들어왔다. 최종결정은 우리 가문, 이유인즉 형수님의 아버지께서 가세는 넉넉하지 않으나 우애하는 집안인 것을 장점으로 택하였다며 결혼 후 많은 시누이와 시동생들이 하나같이 예의바르고 속을 썩이지 않는 품성들인 것을 두루 자랑하였다고 술회하신다. 담소 중 아침에 읽은 성경구절로 은혜를 나누었다. ‘젊은 자의 영화는 그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운 것은 백발이니라’(잠언 20장 29절) - 내년이면 90세가 되시는 형수님의 아름다운 백발, 결혼 50주년과 8순까지 열심히 살아오신 누님 내외의 남은 때가 더 아름답기를 축원하며.
가족들과 단란한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서울로 돌아간 후 여동생이 보낸 메시지,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살이 잘 드는 집에서 시작부터 끝날 까지 늘 편안하시길.' 아침에 부른 찬송, ‘보아라 즐거운 우리집 밝고도 거룩한 천국에 거룩한 백성들 거기서 영원히 영광에 살겠네. 거기서 거기서 기쁘고 즐거운 집에서 거기서 거기서 거기서 영원히 영광에 살겠네’처럼 밝고도 즐거운 우리 집안이어라.
2. 제자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성탄 전날, 벨 소리에 현관문을 여니 집배원이 등기우편물을 건넨다. 집배원이 들고 있는 봉투를 얼핏 살피니 법원의 집행관사무소라고 쓴 발신주소가 눈에 들어온다. 선뜻한 느낌으로 멈칫 하다가 주소 말미에 적힌 제자의 이름을 보고 안도하였다. 내용물인즉 법원의 간부로 재직하는 제자가 쓴 실무책자, 얼마 전 이를 송부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를 받고 제자에게 보낸 메시지, ‘귀한 책 잘 받았습니다. 집배원이 내민 봉투에 서울지방법원 집행관사무소라 적힌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무슨 영문인가 놀라기도. 수양이 부족한 것을 확인하며 더 갈고 닦아야함을 새깁니다.’
제자가 보낸 답글,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이브 보내세요. 그리고 교수님, 사무실에서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봉투라서 무심결에 우편봉투로 사용했는데 놀라시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부터는 조심해야겠네요. 깨우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카톡 멤버인 중진스님이 올린 글, ‘아미타불, 하나님은 우리 곁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지만 중생들이 미혹하여 진리요 생명이며 참된 나인 삼위일체의 하나님을 깨우쳐주시고 영생해탈을 알게 하러 오신 예수님 탄생을 진심으로 경하 드립니다.’ 이를 접하니 며칠 전 방송을 통하여 알게 된 사연, 구세군 옆에서 염불하며 시주받은 공양을 나중에 통째로 자선냄비에 집어넣었다는 스님의 일화가 떠오른다.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성탄이어라.
3. 바티칸 성탄미사
성탄절 아침, 새벽 5시부터 가톨릭평화방송에서 ‘2018 바티칸 주님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두 시간여 생방송으로 중계하였다. 일본과 중국을 포함하여 세계 각지의 복식을 갖춘 어린이들이 꽃바구니를 들고 말구유를 향하는 모습이 귀엽고 프라치스코 교황의 ‘생명을 주시는 그리스도’를 주제로 전하는 강론이 마음에 닿는다. 그 요지, ‘그리스도는 생명의 양식이다. 하늘에 계신 영이 베들레헴의 마구간 낮은 곳에 비천한 몸으로 오셔서 세상을 위해 쪼개졌고 그 희생을 통해 영원한 생명의 양식으로 우리 곁에 머무신다. 그가 오신 어두운 밤, 주의 영광이 두루 비칠 때 이를 지켜본 목동들이 크게 두려워하였으나 주님이 온 세상에 전한 큰 기쁨과 좋은 소식을 통하여 우리가 그를 사랑하는 것을 일깨고 아신다.’ 아내와 함께 이를 지켜보며 생명의 양식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탄생, 이에 담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차분하게 새겼다. 미사에서 읽은 성경구절은 누가복음 1장 1~14절, 그 마지막 구절을 덧붙인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TV에서 잡은 2018 바티칸 성탄 대축일 밤미사 장면
첫댓글 의미있는 성탄을 보내셨군요? ^^교수님의 소확행을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