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최고의 식당들, 밴쿠버
- 대한항공 암스테르담 주재원 시절. 당시 화물기 취항을 앞두고 KLM (화란항공사) 과 수차례 협상중 상대 카운터파트중 한사람의 이력이 특히 눈에 뜨였다. 그는 20대 시절 중국의 상해 주재원을 역임했으며 1949년 중국이 공산화 되자 일단 화란 본사로 철수 했다가 1960년대에는 KLM 중동및 도쿄지점장을 역임 하였다.
- 그는 당시 60대 중반으로 곧 은퇴를 앞두고 있었다. 그와는 함께 식사중 또는 잠깐의 휴게시간을 이용해 향후 항공운송업의 방향, 특히 대한항공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항공화물운송 분야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 화제를 바꾸어 음식 이야기도 하곤 했는데 그는 바이킹의 후손인 화란인 임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화란 음식은 영양면으로는 우수할지 모르나 (화란인들의 평균 신장이 남녀 공히 세계최고 이므로) 특색이 없으며 그 좋다는 프랑스 음식도 중국음식에 비하면 맛이나 가짓수에 있어서 한참 뒤진다고 했다.
- 그는 중국 음식은 크게 북경식, 상해식, 사천식 그리고 광동식 ( CANTONESE STYLE ) 이 있는데 그 중에서 광동식을 제일로 꼽았다. 필자 또한 홍콩을 거쳐 암스테르담으로 왔기에 누구보다 그의 말에 십분 동의 할 수 있었다.
- 중국을 다녀온 분들이라면 한번은 들었음직한 말로 중국인은 공중에 나는것은 비행기만 빼고, 땅위에 있는것은 책상/의자만 빼고, 바다를 떠다니는것은 군함만 빼고는 뭐든지 음식 재료로 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또한가지. 중국음식은 그 종류가 2만가지나 되는데 그건 옛날 진시황제 시절 그가 똑같은 음식이 두번 상위에 오르면 주방장을 죽였다고 한다. 그러니 그 시대 주방장들은 목숨을 걸고 메뉴 개발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단다. 모두 믿거나 말거나 이겠으나 요즘 한국의 증권사 찌리시들 보다는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 그 광동식 요리를 본토 지역을 제외하고 해외에서 제대로 맛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밴쿠버 차이나타운이다. 과거에는 런던의 차이나 타운이 가장 광동식 요리를 맛있게 한다는 평판을 받았으며 그 후에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이 그 명성을 이어 받았는데 최근
에 이곳 밴쿠버 차이나타운이 이 둘을 모두 제꼈다. 이곳의 차이나타운은 올드 차이나타운과 뉴 차이나타운으로 2군데다. 올드 차이나타운은 런던, 샌프란시스코 못지 않게 오랜 생성역사 ( 1885년 캐나다대륙 횡단철도 완공후 중국인 공사인부들이 밴쿠버에 정착하면서 부터 ) 를 자랑하지만 요즘은 위의 두곳과 마찬가지로 거의 성장이 멈췄다.
- 그러나 뉴 차이나타운은 계속 성장 중 이다. 이곳은 그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차이나타운이 아니다. 아예 하나의 큰 도시이다. 광역 밴쿠버 ( GREATER VANCOUVER AREA) 의 리치몬드시 ( CITY OF RICHMOND) 가 그곳이다. 이곳은 1960년대 후반부터, 홍콩이 중국에 귀속 문제로 시끄러울 때, 이에 불안을 느낀 홍콩인들이 밴쿠버로 이민오기 시작하면서 발전한 도시다. 한창때는 홍콩의 웬만한 아파트 하나를 팔면 이곳의 큰 집을 장만하고도 돈이 좀 남아 경쟁적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 를 사서 그들의 부를 과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 앞장에서 잠간 언급 했듯이 프레이저 강이 리치몬드 시 상류지역에서 두 갈래로 갈라져 바다로 들어 가는데 홍콩인들은 이를 용이 여의주를 문 형국이라 복이 굴러들어오는 땅 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의 미신 신봉은 우리 한국인 저리 가라다. 거의 모든 중국인 상점 ( 식당 포함 ) 에 들어가 보면 손님의 눈에 제일 잘 띄는 곳에 재신 (財神 ) 이라고 쓰여진 글씨와 함께 조그만 조각상이 놓여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게 없다면 재신이라고 쓴 종이 부적이라도 어딘가에 붙어있다. 이들은 매일 아침 상점문을 열 때 이 재신에게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오늘도 돈 많이 벌게 해 달라고. 이런 중국인들에게는 돈이 곧 행복이다.
- 그리고 그 리치몬드 차이나타운에서는 무엇을 하던 중국어 (특히 광동어) 가 우선이다. 광동식 딤섬식당에 가면 영어라고는 한 마디도 못하는 직원도 볼 수 있다. 이들은 영어만 하는 고객에게는 아주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다시는 찾고싶지 않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중국인들로 줄을 서니 중국어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싫으면 말고” 다. 이곳의 중국음식은 어떤 중국인들의 말에 의하면 본토보다 오히려 더 맛이 있는 곳도 많이 있단다. 오래전 한국이 아주 어려웠던 시절 필자가 LA 나 홍콩에서 맛 본 한식이 한국에서 먹던것 보다 더 맛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 식당의 규모 또한 엄청나다. 수 백명이 들어 갈 수 있는 곳이 많다. 아주 큰 곳은 천여명도 수용 가능 하단다. 체면 ( 面子) 을 가장 중시하는 중국인들은 이곳에서 일가 친척, 친지 등등을 모두 불러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거창하게 결혼 피로연을 치루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각종 사업체도 연말에 전 직원들을 모아 이런 곳에서 대형 먹자파티(?) 를 벌려야 회사체면이 선다. 그러니 식당 규모도 크고 음식맛도 좋아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사정상 본토 중국음식을 맛보고 싶은데 바로 갈 수 없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캐나다 관광을 즐기면서 정통 중화요리를 맛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 중국음식 뿐이 아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식당소개서인 미슐랭 가이드에서 파리보다 더 많은 유명 음식점을 배출한 일본 요리사들이 일본에서 식당을 경영하다 좁고 답답한 도쿄/오사카에 싫증을 느껴 이곳 넓은 신천지로 옮겨와 정성을 다해 차리는 음식을 대형식당 또는 아기자기한 작은 식당에서 즐길 수 있다. 물론 일본식 코스요리인 가이세키로부터 전통식 가정요리까지 모두. 그러나 조심하라. 길거리에 널린 스시집들의 대부분은 우리 한국인들이나 홍콩 그리고 대만 출신들이 일본식 간판을 걸고 운영하고 있으니까.
- 프랑스를 조상으로 둔 퀘백출신 또는 본토 프랑스인이 만드는 프랑스요리, 이태리인 이민자들이 손재주를 다해 만들어 내는 이태리 요리, 그리스인이 하는 그리스 요리, 인도 식당 (INDIAN RESTAURANT), 지중해식, 중동식, 터키식 , 멕시코식, 태국, 월남, 말레이지아, 싱가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등등, 그리고 우크라이나인, 러시아인이 운영하는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식당. 심지어는 아프리칸 들을 위한 식당도 있다. 모두 그 지방 사람들이 직접 만드는 그 나라 음식을 비교적 싸게 맛볼수 있는 곳이 이곳 밴쿠버이다.
- 물론 한식당도 빠질수 없다. 특히 최근에는 강남스타일, BTS의 노래들의 대 히트로, 이런 한류 붐을 타고 현지인 (특히 중국인) 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식당은 리치몬드의 중국식당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소규모 ( 그곳 중국식당을 슈퍼마켓 이라고 하면 한인 식당은 구멍가게 수준) 로 운영되고 있는 점이 “옥의티” 라 하겠다. 음식도 문화다. 누구 한국 음식 문화 선양을 위해 크게 투자 할 분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