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소개
예술의전당 아카데미는 11월 7일(토), 소리꾼과 소설가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신규 프로그램 <소소살롱>을 런칭합니다. 첫 이야기의 주인공은 예술감독이자 연출, 배우, 음악감독, 뮤지션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는 만능 소리꾼 이자람과 베스트셀러 『두근 두근 내 인생』, 『바깥은 여름』, 『잊기 좋은 이름』의 작가 김애란입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예술의전당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장기간 진행되던 기존의 정규강좌(10주~12주) 운영을 중단해야 했던 상황에서 준비한 대안 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코로나19 시국에 발맞춰 보다 짧은 호흡으로 관객들과 더욱 밀도 높게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소리꾼과 소설가가 펼치는 특별한 문학 대담
두 예술가가 판소리와 문학을 주제로 다채로운 대담을 나눌 이번 프로그램은 특별히 소리꾼 이자람이 직접 구성과 사회를 맡아 행사 전반을 이끌어나갑니다. 대담과 낭독, 판소리 대목 시연과 관객과의 대화 등 다양한 순서를 마련해 단지 수동적인 자세로 청취하는 일방향식 강연이 아닌, 대담자와 관객이 함께 쌍방향으로 소통하고 호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프로그램 진행 공간 역시 기존의 강의실을 벗어나 음악당 리사이틀홀로 무대를 옮겨 대화와 토론의 장(場) 역할을 하는 ‘살롱’의 느낌을 주는 아늑한 분위기에서 진행됩니다.
“높은 산에 올라 좋은 경치를 대접받는 기분. 이자람의 공연은 내게 늘 그런 느낌을 준다."
- 소설가 김애란, 「PAPER」 2019년 여름호, <절정부란 무엇인가>
소리꾼 이자람과 소설가 김애란의 인연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자람이 김애란 작가의 데뷔작 <노크하지 않는 집>을 읽고 이를 새롭게 작/연출한 창작 판소리 <여보세요>를 탄생시켰고, 두 창작자는 이를 계기로 처음 연을 맺었습니다. 이후 김애란 작가는 2019년 발표한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에 실린 에세이 <아는 얘기, 모르는 노래>를 통해 이자람과의 인연을 이렇게 회상한 바 있습니다.
“최근 한 소리꾼으로부터 내 단편 중 하나를 판소리로 만들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참 이상하다, 인생은’이라 생각한 건 그녀가 고른 작품이 내 데뷔작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단편이 실린 잡지를 당시 외국에서 공부하던 내 판소리 동기에게 보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왠지 그때 부친 상자가 긴 시간 세상을 떠돌다 다시 내게 도착한 기분이 들었다. …… 일종의 생태보호구역 안에서 오랫동안 보호를 받아온 우리 ‘소리’가 젊은 국악인의 노력으로 세련되고 지적인 방식으로 다시 생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 소리가 이른바 자생의 길 쪽으로 손전등을 비추고 있다는 걸, 실제로 그런 공연을 찾아 듣는 관객이 꽤 많다는 걸 알고 감동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교류를 거듭한 두 사람은 서로의 작품과 공연을 챙겨보는 팬이 되었습니다. 김애란 작가는 매거진 「PAPAER」 2019년 여름호지에 실린 <절정부란 무엇인가>라는 단편 에세이를 통해 다시금 이자람의 공연에 대한 소회를 기록했습니다.
“곧이어 스스로 한 명의 배우이자 연출, 기획자이자 작가인 여성이 세상 경험 많은 할머니처럼 혹은 천진한 아이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우리를 판소리의 세계로 안내했다. 높은 산에 올라 좋은 경치를 대접받는 기분. 이자람의 공연은 내게 늘 그런 느낌을 준다. 얼핏 보면 참 쉬워 보이는 투로 설렁설렁 관객과 산책하다 종래에는 절경을 보여주는 소리꾼. 거기가 어딘지 모르고 따라갔다 늘 정상에 오르고서야 나는 내가 선 곳을 안다.”
믿고 보는 창작자인 두 사람의 호흡이 기대되는 이번 대담은 판소리를 잘 모르는 일반인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창작’이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합니다. 두 예술가가 ‘창작’을 시작한 이유, 예술가가 된 배경, 작업과정, 두 사람이 생각하는 판소리와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정의 등 관객들이 두 장르의 바탕과 그 미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짜여졌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행사와 강좌가 취소된 최근, 두 예술가의 호흡이 지난 수개월 간의 아쉬움을 달래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