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밤에 볼일이 좀 있어서 서울엘 갔다가
오늘 새벽에 도착해서 늦도록 잠을 자고
오후에 아이와 함께 외출을 했다.
서점에도 들리고 음악사에도 들러서
필요한 것들을 좀 사고 가을을 좀 느끼며 바람을 쇴다.
이제 완연히 가을을 느끼게 해 주는 선선한 바람이
아이의 머리카락을 날리웠다.
가만히보니 아이의 머리카락이 눈을 찌른다.
내친 김에 집 앞의, 내 가게 아래층 이용실로 들어갔다.
검은 의자 속에 폭 파묻혀 못 볼 뻔 했던 작은 여자아이 하나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머, 너, ○○구나. 니가 여기에 왜 있어? 엄마는 집에 안 계시니?"
"엄마 없어요."
"쟤요? 여기 아니면 앞집 문구사에서 놀아요."
'남자 컷트 전문점'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그래요?... 왜요?... 왜 얘가 여기서 놀고 있죠?"
아저씨는 웃으신다. 내 눈을 보면서...
7살 된 그 여자아이는 우리 아파트 윗층에 살고 있다.
위로 오빠 둘, 그리고 그 여자아이... 삼남매다.
그 엄마와 인사 외에는 한 번도 얘기를 나눈 적은 없었지만
나는 그 사람을 평소에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요즘처럼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때에 도시에서 아이 셋을 키우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존경한다. 뭐랄까. 알뜰하고 바지런해 보였다.
아이 셋은 언제나 깨끗하고 여자아이는 예쁜 옷을 입혀서 다니게 한다.
엄마 또한 멋쟁이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항상 캐쥬얼한 차림과 미모가 시선을 끈다.
그 여자아이와 그 아이의 둘째 오빠는 한동안 우리 집엘 자주 놀러 왔었다.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아이들, 어떤 땐
"엄마 없어요. 문 닫혔어요."
하고 저녁 늦게까지 놀다가 간 일도 있다.
그럴 때면 그 아이들의 엄마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적도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얘, ○○야, 엄마는 너하고 안 놀아 주시니?"
"안 놀아 줘요."
"오빠는? 오빠는 어디 갔어?"
"몰라요. 놀러갔어요."
기가 막혔다.
미용실 아저씨께서 좀 더 말씀을 해 주셨다.
"저도 할 짓이 아닙니다. 나도 보고 싶은 프로가 있는데 TV 채널은 꽉 잡고 있지요.
어떤 땐 식사 시간이지요. 또 다른 사람의 이목도 있지요. 가라할 수도 없고 저도 할 짓이 아닙니다.허허"
하고 웃으신다. 그 아저씨는 내가 격어봐서 잘 알지만 작은 아이 하나에도 함부러 못하시는
그야말로 착한 아저씨다.
점심 도시락을 싸 다닐 정도로 알뜰하시고 동네에서도 성실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그 아저씨를 감히 의심해서가 아니라
그 아이의 엄마는 대체 무슨일을 하고 다니길래
미용실이며 문구점이며 아저씨들이 있는 곳에 딸아이가 돌아다니며 놀고 있는데도
혼자 볼일을 보고 다니는 것일까? 직장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휴...
기가 막히고 안타까워서 아저씨와 좀 더 얘기를 해봤다.
동네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그 아이의 엄마에 대해서 알고 있단다.
아이의 엄마는 채팅을 하는 가 보다.
그리고 늘 집을 비우기 일쑤고
아이들은 동네로 학원으로 제각기 돌아다니고 있단다.
조심스럽게 아저씨와 이야기를 했지만 여자아이는 지 얘기를 하는 줄 알았는지 그사이
슬그머니 나가 버리고 없었다.
"얘, ○○아(우리아이) ○○엄마 집에서 뭐하시니?"
그 아이의 집에 우리 아이가 가끔 놀러가기도 한다.
"컴퓨터만 해요."
'아이구야!!'
밤에 채팅을 하다가 뛰쳐나가는 아줌마도 있다고 하던데, 참으로 기가 막혔다.
첫댓글 어제 낮엔 울 영솔이가 나보고 이케 말하던데..."엄마, 컴퓨터만 하지말고, 할머니집에 같이 텔레비젼보러 가자!" 울 영솔이도 밖에 나가면 그렇게 말하겠네."울 엄마는 컴퓨터만 해요~!" @,.@;; 아이구야!!
그 아주머니 자맑에 초대해줘요...좀 더 자유로워지고 맑아져서 행복한 가정 꾸릴수 있게 도와줍시다.
정말............아이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