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양평읍 가까이 가다보면 좌측으로 스위스 알프스의 끝이 뾰족한 설산 마테호른(4478m)이 연상되는 봉우리 하나가 눈에 띈다. ‘한국의 마테호른’으로 불리는 용문산 백운봉이다. 오리지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하늘을 찌를 듯한 날카로운 자태가 범상치 않다.
경기도 양평 용문산(1157m)은 주봉인 용문산 정상을 포함해 장군봉(1065m), 용문봉(947m), 백운봉(940m),도일봉(864m), 중원산(800m), 용조봉(635m) 등 멋진 봉우리를 많이 아우르고 있어 가히 ‘경기의 금강산’으로 부를 만하다. 한 백과사전에도 ‘중원산과의 중간에는 용계(龍溪)·조계(鳥溪)의 대협곡이 있고 그 사이에 낀 암릉(용조봉)은 수백m의 기암절벽 위에 있어 금강산을 방불케 한다’라고 적고 있어 느낌은 빗나가지 않았다.
용문산을 매표소에서 시작해 ‘용문사∼마당바위∼용문산∼장군봉∼함왕봉∼백운봉∼헬기장∼새수골’에 이르는 코스와 ‘용문사∼상원사∼장군봉∼용문산∼용문봉∼매표소‘코스, 또 하나 ‘용문산 주차장∼도일봉∼용조봉∼용문산 주차장’에 이르는 3개의 코스를 각각 답사했다. 산행시간이 1, 2코스는 7시간30분 가량으로 둘 다 비슷하고, 3코스는 6시간30분 가량 소요된다. 그러나 2코스는 하산길에 돌이 많이 굴러내려 추천할 만한 곳이 못된다. 첫번째 코스와 세번째 코스는 보여줄 만한 전경이 많은 데, 사진을 찍지 못해 두번째 코스 위주로 산행기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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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 대웅전 앞에서 바라본 용문산 정상. |
매표소에서 일주문을 지나 1Km 가량을 걸으면 좌측으로 우람한 은행나무 한그루와 우측으로 용문사가 보인다.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는 은행나무는 용문산의 랜드마크처럼,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용문사는 스노보드 잘 타는 호산 스님이 주지로 있는 곳이고, 경내에 보물 제531호 정지국사의 부도가 있다. 대웅전 앞에서 용문산 정상을 촬영하면 전깃줄 등 걸리는 것이 없어 좋다.
마당바위(키가 2m 남짓 되는 바위 위가 마당처럼 넓어 간식 먹는 장소로 많이 이용됨)와 상원사로 갈라지는 이정표에서 상원사쪽으로 향하니 얼마 안가 깔딱고개다. 능선을 넘어서도 상원사까지 가는 길은 제법 길다. 용문사에서 상원사까지는 2.1Km, 1시간20분 거리다. 일단 능선을 넘으면 길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거나 굽이돌며 1Km가량 이어진다. 길 양켠엔 산죽이 군락을 이루고 산책로처럼 호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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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 가는 길. |
상원사는 전통사찰이 아니어서 고풍스럽지는 않다. 상원사에서 장군봉을 오르려면 산행을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다. 다시 마음가짐을 다잡아야 한다. 그만큼 가파르기도 하다. 다소 위로가 되는 곳이 있다면 나무껍질이 흰색을 띄고 있는 자작나무 군락이다. 장군봉에 오르면 좌측으로 함왕봉∼백운봉으로 이어진다. 우측은 용문산 정상으로 향하며 거리는 1.5Km. 장군봉부터 시작되는 용문산 남쪽 능선 길도 느낌이 좋다. 왼쪽으로 북한강과 유명산 등을 조망할 수 있고, 우측으로는 용문산 중간 능선과 용문봉이며, 용문산 북쪽 능선이 조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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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봉쪽에서 바라본 '한국의 마테호른' 백운봉 |
용문산 정상 가까이 가면 이정표가 하나 나오고, 그 위에 봉우리가 하나 있는데, 잠시 군부대 철망까지 올라가 보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서쪽으로 함왕봉, 백운봉, 두리봉 등이 조망되고, 북서쪽으로 머리가 듬성듬성 벗겨져 있는 유명산이 내려다 보인다.
군부대를 우회해서 20분가량 진행하면 용문산 정상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바로 이곳에서 정상까지 10여 분 거리가 지난 40년동안 폐쇄돼 있었다. 양평군이 지난해 11월17일 개방한 이래 지금은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정상의 전망대가 데크로 잘 조성돼 있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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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정상에서 바라본 용문봉. |
정상에서 이정표 있는 곳까지 조금 더 진행하면 용문봉 3거리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가 용문봉 오르는 들머리다. 용문산 북쪽 능선까지는 0.9Km라고 표시돼 있다. 용문산 북쪽 능선을 따라 용문봉까지 가는 느낌도 상큼하다. 가는 동안 정상과 중간 능선, 남쪽 능선 등으로 이어지는 전경이 좋아 자꾸 뒤돌아 보게 된다. 용문봉을 지나 능선상에서 우측으로 하산하게 되는데, 길이 까따롭고, 돌이 많아 낙석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1,2코스와 3코스는 별개의 코스이므로, 적어도 1코스와 3코스(초보자는 삼갈 것)를 돌아봐야 용문산이 ‘경기의 금강산’임을 실감할 수 있겠다.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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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 정상. 여기서 길은 함왕봉쪽과 용문산 정상쪽으로 갈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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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정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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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봉 가는 길에 만나는 고사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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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봉 가는 길에 만나는 기암괴석. |
<교통편>
동서울터미널과 상봉터미널에서 각각 양평 용문산 가는 시외버스가 있다. 동서울터미널의 경우 오전 8시40분, 오후 2시40분 두 차례 버스가 운행되고, 교통비는 편도 63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