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미스터
怒內臨 부제-늘 악을 갈구하나 선을 행한다
나에겐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내가 지금 작가행세를 하는 백수라면, 그는 탐정놀이에 빠진 백수였다. 그가 필립 말로우나 샘 스페이드같은 하드보일드에 나오는 탐정들처럼 잘 싸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의 축적된 지식들은 알게 모르게 그의 활동에 도움을 주었다.
그는 수많은 방식으로 나에게 연락을 해온다. 자주 만나는 편은 아니었으나, 그 연락으로 인해. 자주 만나는 다른 이들 보다, 그를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나는 옛날부터 그 친구에게 경고했었다. 위험하다고 그러나 사람 사는게 그리 쉽게 결정되는 것인가? 쉽게 결정되는 모양이다. 그 친구는 이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그 시작은 한 통의 편지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가 편지를 보내오는 것은 별 것이 아니었다. 어느 때와 같이 여러 방법 중 한 가지 방법으로 나에게 연락을 취해온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편지의 내용이다. 나는 지금 그의 글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가 나에게 보내온 사건의 서막은 7월 10일자 소인이 찍힌 편지 한 통으로 시작되었다.
7월 10일 소인-탐정놀이 시작.(서장을 장식하기에는 너무나 평범한 편지지였다.)
그래, 나의 기억이 정확하다고 한다면, 그 사건이 있기 전 날, 친구인 L과 함께 술에 잔뜩 절여, 우리가 술을 먹는지 술이 우리를 먹는지 아니면 술이 술을 먹는지 구분이 가지 않았지. 그래 친구. 뭐가 자랑이라고 편지 첫 장부터 이 것을 말하느냐고 하겠군. 이것은 자랑이 아니나 그렇다고 숨길 일도 아니라고 본다. 아무튼, 술에 인사불성이 된 내가 어떻게 L이 사는 자취방으로 휩쓸려 들어갔는지 L또한 기억이 나지 않았다니 인사 불성이 된 것은 오직 나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 다음 날,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속을 게워내고 어질 거리는 머리로 L의 자취방을 나섰어. 물론 그 날, 무슨 일이 있던 거도 아니고 있었다 해도 그런 어질 거리는 머리로 어디를 나설 정도로 부지런하지 않은 놈이지만 확실한 것은 그 날은 새벽 5시치고는 너무 밝았어. 그래 여름에는 해가 빨리 뜬다지만 너무 일찍이 아닌가 생각했다니까. 이런 이상한 기분은 자주 느끼기가 힘든 것이지. 그런 생각에 비틀거리며 걷는데, 어디선가 조그만 형체의 모습이 보였다. 두 명의 아이들이었다. 여자아이들이었는데,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있었다. 샛노랗고, 시뻘건, 약간은 원색적인 색 위에 잘못 인쇄되어진 도라에몽이 웃고 있는 싸구려 티셔츠였어. 두 소녀는 스티로폼을 잘게 부숴 머리 위로 뿌리면서 소리쳤다.
"눈이 온다."
"눈이 온다."
나는 두 소녀의 알 듯 모를 듯한 말에 집중했어.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때가 찌는 듯한 여름이라 그 소녀들의 퍼포먼스에 시원함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몰라. 두 소녀는 그렇게 몇 번이나 소리치다가 나를 사이에 두고 가로질러 어디론가 사라졌다. 처음에는 집에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나는 집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내용으로는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지? 그래, 약간은 서론이 너무 길었는지도 모르겠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눈이 내렸다. 이것이 본론이야. 여름에 눈이 내렸다. 친구,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한여름에 눈이 내렸단 말이야. 집에 들어와 보니 한 7시정도 되어 있었어. 나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했고 양치질을 한 뒤, 거실로 나와 TV를 켜서 Q채널 다큐멘터리를 봤다. 백수의 일과는 TV와 함께 시작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조금 뒤 나의 눈을 끈 건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멸종된 곱사등고래의 그림이 아니라 창문 밖 상황이었다. 바로 눈이 오고 있었어. 한여름 서울에 눈이 내리고 있었어.
"오, 하나님 맙소사."
어떠한 특정종교도 믿지 않던 나의 입에서 히브리인들이 믿는 신의 이름이 나왔어. 그러나 그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렇게 내뱉었을걸? 안방의 문이 열리고 휘둥그레진 눈을 한 부모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뛰쳐나왔어. 아마도 안방에 있는 창으로 밖에 눈이 오는 것을 보고 있던 모양이야. 내가 대학을 포기하고 백수로 눌러 앉았을 때도 그런 표정은 짖지 않으신 분들이었다. 그때가 오히려 보통 때처럼 행동했으니까. 그 날 내가 살고 있던 진흥 아파트 7동은, 아니 서울시 전체가 웅성대는 날이었어. 자네도 보았지? 하늘에서 내리고 있던 것은 확실한 눈이었어. 나는 환각현상을 본 게 아니야. 그 날 공중파 방송3사는 신나게 그 일을 떠들어댔으니까. 내가 환각을 본 거라면 방송3사의 리포터, 캐스터도 마찬가지겠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1시간만에 눈은 멈췄어. 그때까지는 소녀들이 생각나지는 않았다. 그저 신기한 일이구나, 생각했을 뿐이다.
친구, 눈이 멈춘 다음날부터 세상은 가관도 아니었어. 이 나라에 있는 종교단체가 벌떼처럼 일어났지. 사이비부터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까지 말이야. 종말의 시작이라고 모두 믿음을 가지고 종말을 맞이하라고 말했지. 한마디로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는 거지. 나 같은 무신론자로선 그러한 포교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모른다. 나는 그들의 다리를 분지르고 싶어. 신문에는 과학자들의 알아듣지 못할 설명을 매일마다 써넣고. TV에서는 이 것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했지. 그리고 위정자라고 하는 인간들은 TV나 라디오에 나와 "국민 여러분 진정하십시오."란 말을 반복했어. 세상은 온통 그 눈에 대한 이야기였지.
나는 눈이 멈춘 다음날 밖에 나갔어. 그때의 나는 두 소녀의 일을 잠시 까맣게 잊고 있었어. 거리는 젖어있었는데, 비가 지나간 듯 보였어. 날씨도 언제나처럼 찌는 듯한 여름 날씨였지. 거리는 종교인들의 호들갑이 난무했어. 나는 그것이 듣기 싫어 그냥 집에 들어왔지. 화창한 날이었는데 말이야.
며칠 간 나가지를 않았어. 종교인의 호들갑과 이번 사건을 이용하는 장삿속이 넘쳐나 나의 머리를 아프게 했거든. 나는 예전에 녹화해둔 네셔날지오그래픽을 다시 봤어. TV마져도 그런 장삿속뿐이었으니까. 어차피 TV의 전반이 무지한 대중을 위한 것이라도 나 같은 백수를 위한 하나의 프로그램을 뒷전으로 하고 계속 그 눈에 대한 사건만 방영한다는 것은 명백한 고문행위야.
아버지는 수많은 장서를 보관하고있어. 하지만 아버지가 읽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수많은 서재는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전시용이야. 아버지는 언제나 책꽂이에 인문학계열의 책들을 가득 끼워 넣었지. 이런 아까운 일이 어디 있겠나. 나는 언제나처럼 그 날도 책 몇 권을 꺼내 내 방에서 읽기 시작했어.
친구, 자네도 알다시피 나의 책 읽는 습관은 그리 권장할게 못되네. 누워서 포카칩을 집어먹으며 독서라니, 매트리스에 흘려 인산인해를 이루는 과자부스러기는 나중에 치우기 귀찮아진다. 밀턴의 <실락원>을 읽으며 약간의 환희를 느끼는 것은 혹시 나만의 감정이었을까? 웃으며 흘린 과자부스러기. 갑자기 들어온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청소만을 하고 나갔다. 어떠한 꾸중도, 손찌검도 없이, 이것이 -나태-의 죄악이 낳은 벌인 것일까. 친구……, 친구.
여자 아이들이 갑자기 생각난 것은 매트리스에 누워 과자 부스러기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공상하던 어느 때였다.
"설마, 그럴라구"
이런 말을 수도 없이 중얼거렸어.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지. 설마가 사람잡는 법이지.
PS. 친구, 나는 지금 그 아이들을 찾아볼 계획이야. 아니, 아이들의 장난이었을 수 있어. 나의 착각일 수 있겠지. 그래, 우연일 수 있어. 하지만 100만분의 1의 확률이 진실이라면? (나는 예언가를 본 것일세!)그것을 알고 싶어서 나는 조사할 계획이네. 이만 편지를 줄이네. 총총.
8월12일 소인-카세트 테입이 동봉되어 있었다.
저번 달, 편지에 나는 적었듯이 나는 아이들을 추적하고 있었네. 백수가 할 일도 없이 무슨 짓이냐고 자네는 뭐라고 하겠군. 어짜피 할 일도 없으면 이런 일이라도 해야지 않겠나. 집에서는 눈치가 보이니. 이 쪽이 더 속 편하네. 아무튼 한 달이 약간 넘은 이 때까지 무엇을 알아냈을까? 먼저 말하기 전에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 없이 두문불출 미안하네.
무엇을 알아낸 것 같은가? 딱히 말하자면. 한가지 성과와 한가지 교훈을 얻었다네. 첫 번째로 교훈부터 말하자면 함부로 돌아다녀 봤자. 다리만 아프다는 것일세. 매일 마다 L군의 자취방을 시작해서 근처 차이나타운을 (L군이 사는 곳은 근처에 차이나타운이 있다네.) 탐문을 해보았지만 사람들이 미친놈 취급을 하더군.
사실 인상착의도 모르는 체로 그저 기억나는 것은 동대문에서나 팔 듯한 싸구려 도라에몽 티셔츠. 우습지? 사람들에게 뭐라고 물으며 다녔을까? 생각해보라구. 형사도 아닌 놈이 어거지로 탐문수사를 하는 모습을. 나의 오류는 바로 찾는 사람의 얼굴도 모른 채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나는 잊고 있었던 거지. 젠장.
아무튼 그것을 깨닫고 보니 더 이상 그 아이들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나는 실망했다네. 하지만 한달 동안 돌아다닌 것에 성과는 있었던 모양이네. 자판기 앞에서 150원짜리 커피를 뽑아 마시면서 한숨을 쉬고있었는데, 내 핸드폰이 울리더군. 노인의 목소리였어. 처음 듣는 노인이었는데. 인자한 듯 보였지만 짜증이 섞인 노인의 목소리였지. 만나자고 하더군. 나는 그 노인에게 누구냐고 물어볼 기회도 없이 노인의 일방적인 대화로 끝을 맺었어. 어찌하겠어? 나의 머릿속 수많은 인격들이 나에게 나가보라고 윽박지르더군.
약속장소인 D 공원에 도착했어. 자네도 아는 곳이야. L군의 자취방 근처에 있는 산림공원 말이야. 공원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벤치 벤치에 드문드문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모두가 노인이었다.) 한 명씩 돌아보았지만 모두가 그 전화를 건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였어. 어서 나를 부른 노인을 찾기로 했어. 그런데, 회색 중절모를 쓰고 회색 양복에 지팡이를 짚고있는 동리凍梨인 노인이 나의 눈에 들어오더군. 약간 야위었고, 손목은 뼈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처럼 흰 살을 가진 노인이었어, 선글라스로 눈을 가리고는 있었지만 안경너머로 약간씩 보이는 그의 눈은 날카로웠어. 그쪽도 나를 발견했는지. 이쪽이라며 나를 불렸어. 그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지.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는 헤어졌다. 그 이야기가 녹음되어진 테입은 자네에게 보낸다. 한번 들어보게.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야. 그와의 대화로 더 열의에 찬 느낌이야. 하하하. 그 아이들과 그 때의 날씨. 역시 관련이 있었어. 아아, 이제 조금은 바빠질 것 같으니, 나중에 연락하지.
그의 글은 여기서 끝나있었다. 나는 함께 동봉된 카세트 테입을 살펴보았다. 옛날부터 기이한 행동을 많이 하는 친구였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카세트 테입에 녹음하는 버릇은 다른 사람에게 빈축을 사기 딱 좋은 버릇이었으나 그가 탐정놀이를 하기에는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었다. 아무튼, 컴퍼넌트에 테입을 집어넣고 재생버튼을 눌렀다. 재생이 시작되면서 주위에 잡음과 함께 노인의 쉰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걸으면서 이야기를 할까? 자네는 누군가?"
"오히려 그것은 제가 묻고 싶군요. 어떻게 제 전화번호를 안 거죠? 그리고 당신은 누구십니까?"
"알 것 없네. 하지만 이야기 해주고 싶은 것 한 가지는 말이야. 아이들을 알려하지 말게."
"저에 대하여 이미 알고 계시다면 제가 할 말은 한 가지 뿐이군요. 그 아이들은 무엇입니까? 정말 그 아이들이?"
"알아서 뭐하게? 자네가 소용도 없는 것은 알 필요도 없지 않은가? 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도 찾은 겐가?"
"궁금하잖습니까? 저도 처음에 그 사건을 접하고 아이들이 생각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그 여자아이들이 생각나고 겹친 겁니다. 우습죠? 하지만 사실입니다. 한 여름에 눈을 내리게 하다니요."
"겨우 그건가? 하하하 그런 믿지도 못할 육감에 의존한 것인가? 하하하. 다 알지도 못하는 군. 예언이라. 하하하. 아니, 아니야. 이제 됐어. 더 이상은 얘기할 가치도 없군. 난 이만 가보겠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대로 알지 못하다니. 아니, 잠시만요! 멈춰요!……"
노인이 하는 말은 약간은 서투른 한국어였다. 더듬거린다던가, 오래 생각하며 이야기하는 '아다다'는 아니었지만, 우리나라 국어에는 없어진 강세를 그 노인은 단어나 명사에 하나씩 찍어가며 특이한 말투를 하고 있었다. 즉, 성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그 노인은 외국인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성조를 사용하는 민족은 중국이다.
편지를 받은 다음날, 그 친구는 나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아주 급한 일이 아니면 그렇게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친구였다. 언제나 아날로그 방식에 사로잡힌 친구라. 메일을 확인할 때만해도 의아해 했다.
쪽지 메일-녀석과 마지막통신.
여보게, 친구. 자네는 언제나 나에게 말했지. "탐정놀이는 그만둬. 위험하다고." 그래, 탐정놀이는 위험해. 그것은 당연한 거잖아? 누군들 모르겠나? 하지만 그것들은 나에게 손짓을 한다네. "이리와. 이리와." 그리고는 더욱더 깊숙한 미로에 나를 던져 넣는다네. 바로 이 말처럼 이제 발을 빼기엔 너무 늦었어. 빠져나갈 수 없다면 중심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 안 하나?
나는 노인과 헤어진 뒤 한가지 가설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설명하자면,
그 노인과 이야기를 할 때, 그 노인이 한국인이 아님을 알았다. 이야기 할 때, 발음에서 나오는 어색함은 '외국인'이 자주 혼돈하는 강세의 문제이다. 특히 노인은 성조를 사용하는 민족인 것 같았다. 단어에서 나오는 강조발음. 특히 이런 성조를 사용하는 민족은 어디일까? 그렇다면 어느 나라 사람일까? 그 노인의 피부색을 본다면 동양인이다. 처음 봤을 때는 한국인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 내가 무언가를 조사한다고 듣고 금방 올 정도면 가까운데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인? 아니다. 성조언어는 일본이 아니다. 일본의 성조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죽은 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재빠르게 움직인 것은 국내에 있는 외국인이란 것인데, 그런 곳은 차이나타운밖에는 없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있던 곳도 차이나타운 근처였다. 게다가 그의 언어가 성조를 사용하는 민족이라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중국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그 노인이 사는 곳도 차이나타운 어딘가 일 것이다.
나는 차이나타운을 돌기 시작했다. 물론 이방인인 나의 출현을 그들이 올곧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몇 번의 충돌도 있었고, 협박도 있었다. 그러던 중, 노인이 내 앞에 등장했다. 그는 차이나타운에서 讀宣社라는 고서점을 운영하고 있으니, 글쟁이인 너도 오면 좋을 거다.
그리고 한달 동안 그 녀석은 아무 연락도 없었다. 집에서도 연락이 없다고 하니 조금씩 걱정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친구 집에 경찰이 찾아왔다. 뺑소니로 죽어있는 것을 신원 조회로 겨우 알아내 집에 찾아 왔다는 것이다. 친구는 죽었다. 그리고 나는 그 황당한 부음 소식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 친구가 마지막으로 뺐기지 않으려는 듯이 왼손에 꽉쥐고있던 쪽지 한 장을 그의 부모를 통해서 받았다. (○○에게 보낸다는 식으로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단다.) 받았다. <친구, 알아냈다. 알아냈어. 언제나 악을 갈구하나 선을 행한다. 이것이 정답> 이야기는 여기서 끊겨있었다. 뒤에 무언가 이어질 듯 쓰여져 있었지만 이제는 그 다음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악을 갈구하나 선을 행한다는 말 뿐. 이 말을 추적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은데라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讀宣社, 정말 이런 이름의 현판이 차이나타운 구석에 걸려있었다. 고서점이라 그런지 오래된 책들이 많았다. 책꽃이에 꽃혀있는 것도 모잘라 땅바닥에 뒹구는 책들도 많았다. 구석 어디선가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인의 목소리였다. 모습은 잘 보이지는 않지만 목소리는 정말이지 많이 들어본 목소리였다. 바로 그 노인의 목소리였다.
"거기 누구야?"
"저기, 구경 좀 하려구요."
"그러시오, 그럼."
그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귀찮다는 듯이 구석에 박힌 카운터에 홀로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 두 명이 어디선가 나왔다. 여자아이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었는데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려 하자, 노인은 담배를 지져끄고는 아이들에게 한마디씩 했다.
"제발 나가서 일 좀 벌리지 말아라. 뒤처리하기 얼마나 힘들지 모르냐?"
두 아이들은 서로를 쳐다보다 웃으며 이야기했다.
"응."
노인은 화가 났는지 흰 피부가 붉어지더니 지팡이를 들고는 소리를 쳤다.
"네, 이놈!"
아이들은 까르르 거리며 문 밖으로 도망쳤다. 노인은 포기했다는 듯이 주저앉아 중얼거렸다.
"아이고 두야……."
뒤처리, 그말에 나는 약간은 섬뜩함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나왔다.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음도 있거니와 난 그 친구처럼 남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정도로 간이 큰놈도 아니었다. 나는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중얼거렸다.
"늘 악을 갈구하나 선을 행한다."
어디서 많이들은 소리였는데, 그것은 바로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대사였다. 나는 걸어 나오며 녀석이 보내준 이야기와 <파우스트>에 나오는 인물과 연결해 보았다.
책에서 틀어박힌 저 노인이 파우스트라고 쓰여진다면, 아마도 그가 가장 알고 싶어했던 그 아이들은 (그의 말대로 그런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라면,) 파우스트가 만든 인공요정 호문쿨르스일 것이다. 호문쿨르스들은 '인공'이지만 자연체에서 만들어진 요정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난쟁이들이라 딱 140-150Cm로 만들어졌다. 지금 그 아이들과도 같다. 하지만 진실인지 아닌지는 녀석만이 알 것이다. 머리를 휘저으며, 나는 조금 더 빨리 다리를 재촉하며 차이나타운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내 발자국소리가 차이나타운을 울렸다.
정말이지, 부끄러운 습작이다. 제대로 완성되었다고 말하지도 않겠다. 언제나 나의 글은 부끄러운 나의 얼굴을 바라보는 거울같다. 그리고 어떠한 글이든 완성본은 없다. 영원한 퇴고글이 있을 뿐이다. 언제까지나 퇴고한다.
요번 정모 못갈것 같습니다. 여러분과 만나고 싶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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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앗, 아쉽네요. 이 이야기, 궁금한 뒷 이야기가 좀 많은데'-'
아앗, 뒷부분이 궁금;ㅁ;)/ , 건필하세요:)
으음... 칸의 압박이라니... =_=;; 어쨌든 건필하세요.
늦었지만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