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시즌 프로농구 개막이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다가올 시즌 이슈거리 중 하나는 백인 외국인선수의 돌풍 가능성이다. 출범 10년 동안 총 198명의 외국인선수가 한국 코트를 누볐는데 이 중 백인 외국인선수는 단 13명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0.06%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농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흑인선수에게 유리하고 그에 따라 백인선수에 대한 수요는 떨어졌다. 미국 NBA에서도 약 75%가 흑인선수다. 우리 프로농구 외국인선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가올 시즌에는 외국인선수 20명 중 3명이 백인으로 백인 돌풍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역대 프로농구 백인 외국인선수의 성공 및 실패사를 돌아보고 다가올 시즌 백인 돌풍 가능성을 진단해본다.
백인 성공사
프로농구 최초의 백인 외국인선수는 에릭 이버츠였다. ‘농구명문’ 빌리노바 대학 출신의 이버츠는 1997년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광주 나산에 지명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깔끔한 마스크와 장신답지 않은 부드러운 플레이로 팬들에게 자신을 어필하는데 성공한 이버츠는 데뷔 첫 시즌 평균 32.2점으로 득점 2위를 차지하며 득점기계의 면모를 뽐냈다. 이후 2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국 코트를 밟지 못한 이버츠는 그러나 1999-00시즌 광주 골드뱅크에서부터 2000-01시즌 창원 LG, 2001-02시즌 LG와 여수 코리안텐더, 2002-03시즌 코리아텐더까지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1999-00시즌 득점왕(평균 27.6점), 2000-01시즌 득점 2위(평균 27.8점), 2001-02시즌 득점왕(평균 28.3점), 2002-03시즌 득점 3위(평균 29.4점)에 오르는 등 기복 없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특히 2000-01시즌 LG의 공격농구 돌풍, 2002-03시즌 코리아텐더의 4강 신화는 이버츠의 하이라이트로 남아있다. 부드러운 슈팅력과 빠른 전술이해도 그리고 깨끗한 코트매너와 성실함으로 지금까지도 최고의 백인 외국인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또 아직까지 이버츠만큼 한국에서 오래 뛴 백인 외국인선수도 없다. 그래서 이버츠는 더욱 특별한 백인 외국인선수로 남아있다.
이버츠 외에도 알렉스 스텀, 존 와센버그, 바비 레이저, 크리스 랭 등이 성공작으로 손꼽힌다.
1997-98시즌 인천 대우에서 활약한 센터 스텀은 우지원 김훈 등 인기스타들과 함께 코트를 누비며 꽤나 인기를 받았다. 귀공자 같은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건실한 골밑 플레이로 대우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한 몫 했었다. 당시 평균 13.1리바운드로 이 부문 3위에 올랐었고 블록슛은 평균 2.7개로 1위를 차지했었다. 1999-00시즌을 앞두고 대체 외국인선수로 부산 기아에 입단한 와센버그는 저돌적인 골밑 플레이와 왼손 훅슛으로 ‘검은 맥도웰’로 불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평균 23.2점으로 당시 득점랭킹 3위에 올랐었다. 와센버그는 2000-01시즌 원주 삼보, 2002-03시즌 서울 SK에서도 활약했었다.
최근에 들어서는 레이저와 랭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3-04시즌 대구 오리온스에서 김승현 김병철 박재일 등과 손발을 맞춘 레이저는 수려한 외모와 정확한 외곽포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평균 23.6점으로 득점랭킹 3위에 올라 ‘제2의 이버츠’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2004-05시즌 울산 모비스에서는 팀컬러에 맞지 않아 퇴출되는 비운을 맛봤다.
하지만 2004-05시즌에는 랭이 있었다. 대체 외국인선수로 서울 SK에 합류했던 랭은 마이클 조던 등 수많은 NBA 스타들을 배출해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출신의 정통센터로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운 골밑 플레이로 주목받았다. 평균 22.9점 11.6리바운드 2.3블록슛(1위)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투혼을 마다하지 않는 성실함과 깨끗한 코트매너를 발휘한 랭은 SK의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에도 백인 외국인선수로는 최초로 최우수 외국인선수상을 수상했었다. 한편, 2004-05시즌 모비스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활약한 정통 백인센터 아담 첩도 쏠쏠한 활약을 펼친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백인 실패사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성공 사례만큼이나 실패 사례도 많았던 백인 외국인선수다. 1997-98시즌 광주 나산에서 센터로 활약한 브라이언 브루소는 현저히 떨어지는 기량으로 안 그래도 허약한 팀 전력 때문에 한숨 쉬던 황유하 감독을 더욱 들끓게 만든 장본인이다. 트라이아웃에서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지명됐으나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당시 나산은 최근 서울 삼성의 외국인코치로 돌아온 아도니스 조던과 김상식을 앞세워 마지막까지 6강 플레이오프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았으나 골밑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브루소 때문에 끝내 분루를 삼켜야했다.
2001-02시즌은 백인 외국인선수 잔혹사로 기억되고 있다. 원주 삼보가 최대 피해자다. 삼보는 2001년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백인센터 조나단 비어봄을 지명했다. 그러나 비어봄은 연습 때부터 문제점을 드러냈고 일각에서는 ‘잘생긴 외모에 속아 넘어간 꼴’이라고 비아냥댔다. 비어봄은 시즌 시작도 전에 퇴출됐다. 그러나 삼보에게 더 큰 재앙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찰스 맨트였다. 비어봄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활약하던 해리 리브즈가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자 2번째 대체 외국인선수로 백인센터 맨트를 영입한 것. 그러나 맨트는 무릎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4경기 만에 퇴출됐다. 맨트가 한 것이라고는 데뷔전이었던 인천 SK 빅스전에서 상대 외국인 센터 얼 아이크에게 무릎 부상을 입힌 것뿐이었다. 당시 무서운 상승세를 타던 SK 빅스는 골밑에서 맨트와 엉키며 무릎 부상을 당한 아이크의 공백으로 선두 다툼 대열에서 탈락해야 했다. 맨트는 삼보뿐만 아니라 SK 빅스에게도 악몽 같은 존재였다.
2001-02시즌 임재현-조상현-서장훈-에릭 마틴 등 막강 진용을 구축하며 우승의 꿈에 부풀어 있던 서울 SK도 백인 외국인선수의 피해자다. 로데릭 하니발의 불의의 부상으로 시작된 SK의 불행은 찰스 존스라는 백인 외국인선수로 귀결됐다. SK 팀컬러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던 존스는 전주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고작 27분23초를 뛰며 4점 4리바운드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대구 동양과의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도 2점에 그쳤다. 2차전부터는 아예 선수명단에서 제외될 정도였다. 당시 동양과 7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벌인 SK로서는 존스가 아닌 다른 외국인선수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서는 2004-05시즌 중반 KCC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영입된 그레고리 존 스템핀이 가장 실망스러운 백인 외국인선수였다. 신선우 감독의 토털농구를 위해 영입됐으나 센터 포지션에 적응하지 못하며 9경기 만에 짐을 쌌다. 지난 시즌 부산 KTF에서 뛴 마크 샐리어스와 모비스에서 활약한 벤자민 핸드로그텐은 기본치는 해줬으나 팀의 높은 기대치를 부응하지 못해 퇴출된 케이스다.
백인 돌풍 몰아칠까
다가올 2006-07시즌에는 20명의 외국인선수 중 무려 3명이 백인이다. 지난 10시즌 동안 백인 외국인선수 3명이 시즌을 함께 시작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가올 시즌 백인 외국인선수들의 돌풍이 기대되는 것도 괜한 것은 아니다. 다가올 시즌 코트를 활보할 백인 외국인선수의 주인공들은 바로 바비 레이저(KCC), 크리스 버지스(모비스), 필립 리치(KTF). 레이저는 2년 만에 다시 국내로 복귀했고 버지스와 리치는 첫 선을 보인다.
국내에서 한 차례 실패 경험이 있는 레이저는 허재 감독의 부름을 받고 컴백했다.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레이저의 선택을 놓고 말이 많다. 전반적인 외국인선수들의 기량이 상향평준화 된 가운데 레이저의 선택은 모험이지 않느냐는 게 주된 의견이다. 하지만 허재 감독이 3점슛 쏘는 센터를 선호했고 그래서 선택한 선수가 레이저였다. 찰스 민렌드와의 재계약 포기, 조성원의 은퇴 등으로 부분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야 할 KCC로서는 보다 허재 감독에 맞는 팀컬러 구성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레이저가 낙점된 것이다. 모비스에서는 포지션 부적응으로 실패했지만 KCC에는 마이클 라이트라는 든든한 외국인선수와 함께 이상민 추승균 등 노련한 선수들이 많아 레이저가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따르고 있다. 또 내외곽 공격력과 스피드를 갖춘 레이저이기 때문에 허재 감독 입장에서는 픽앤롤, 픽앤팝, 속공 등 전술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 레이저 영입의 성패 여부는 시즌 뚜껑이 열린 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모비스 버지스도 기대되는 정통 백인센터다. 고교시절 초특급 유망주로 명성을 떨치며 명문 듀크 대학에 입학했던 버지스는 비록 이후 성장세가 더뎠지만 국내에서는 경쟁력을 과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시즌 호주에서 평균 13.5점 10.7리바운드 1.5블록슛을 기록했다. 리바운드와 블록슛 부문에서 전체 2위에 오르며 수비형 센터의 진가를 발휘했다. 2004-05시즌에는 평균 13.5리바운드로 이 부문 전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수비형 센터이지만 쏠쏠한 기동력에 슈팅력도 괜찮은 편이다. 속공과 패싱게임이 강점인 모비스에서 버지스의 기동력과 미들슛은 더욱 위력을 떨칠 것이라는 평이다. 농구이해도도 높아 다양한 작전을 주문하는 유재학 감독의 스타일에도 무난히 녹아들 것으로 보인다. 다가올 시즌 최장신 외국인선수로 등록된 만큼 큰 활약이 기대된다.
KTF 리치는 백인 파워포워드로 2004-05시즌부터 스페인 1부리그 ACB에서 활약했다. 2004-05시즌 평균 14.6점 5.9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지난 시즌에는 평균 11.0점 5.4리바운드를 올렸다. 두 시즌 연속 활약한 소속팀 리코 멘리사의 2부리그(LEB) 강등으로 빛을 잃었지만 유럽 최정상급 리그에서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평이다. 2년전 KTF에 입단할 뻔했으나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리치가 NBA 진출을 꿈꾸고 있어 KTF 입단은 물거품 된 바 있다. 하지만 2년 만에 다시 KTF와 인연을 맺게 됐다. 빠른 스피드와 내외곽 공격력을 갖춰 KTF의 스피드 농구에 적합하다는 평이다. 리치로서는 지난 시즌 무서운 위력을 떨친 ‘빅 젤리’ 나이젤 딕슨과는 또 다른 플레이 스타일로 팀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레이저, 버지스, 리치가 다가올 시즌 ‘백색 돌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백인 외국인선수 성공사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아니면 실패사의 흔적으로 남을지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2006-09-19 오전 7:46:54 승인 |
첫댓글 ㅎㅎ 저도 0.06%이상하더니만.. 6.5656565656~~% 이겠죠..^^;;; 그나저나..00년 군번이라 몰랐는데.. 와센버그가 00~01년에 뛰었었군요~오늘 처음 알았다는..^^;;
랭 이버츠 콤비 괜찮것네요
이버츠 한경기 최다 득점 기록 갖고 있지 않나요?
현주엽선수가 이버츠 꼭잡아달라고 했었는데..ㅜㅜ
토니 매디슨은 보기엔 백인같지만 흑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파라다도 히스패닉계이니까..하얀선수많네요..
매디슨은 키드, 비비와 비슷한 부류죠. 브라이언 브루소 선수는 당시 삽질에도 불구하고 올스타전 주전센터로 뽑혀서 참 의아했었습니다...;
'하얀 맥도웰' 이 아닐까요?
랭이 최강~^^
에노사가 빠지다니-_-ㅋㅋㅋㅋㅋ
그....누구였더라...왓센버그였나요..? 아....위에 써있군요. 왓센버그 엄청 좋아했습니다.ㅋㅋ 골밑에 부비기에는 약간 아쉬운키였지만 꿋꿋하게 버텼던걸 생각하면 참 맘에 들던 선수였다는.
철수도 흑인또는 히스페닉이었슴..백인은 아니었는데..^^a..아 철수존스~~정말 답답한 경기 보여주다가 파이널 도중에 미국으로 보냈죠..-.-a..한명이 아쉬울시점에 ..
에노사는??
맨트 저 친구 허재한테 호되게 욕먹는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진짜 태업플레이의 극치였는데..
찰스맨트=은공바 당시 정경호에 밀려 백업선수였죠
맨트 기억난다 아이크한테 부상입힌..
맨트 기억난다 아이크한테 부상입힌..
알랙스스톰 잘생긴대다가 매너도좋았는데ㅋㅋ
이번시즌 전자랜드 센터도 백인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