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등포구에 사는 윤모(26,여)씨는 얼마 전 극심한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신장에 훌쩍 커버린 종양이 있음을 알게 됐다.
복통이 있기 2~3달 전부터 간간히 오른쪽 배와 허리가 아팠던 것을 단순하게 넘겼던 것이 오산이었다.
윤씨는 “피곤하면 가끔 배가 아프고 허리가 아픈 적이 있었지만 단순히 신경성으로 넘겼었다”며 “허리통증도 파스를 붙인 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없어져 신장에 문제가 생겼는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허리가 아프면 약국에서 파스를 구입해 항시 애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척추에 무리가 가거나 허리 주변의 근육통으로 허리통증이 나타났다면 파스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몸 속 장기에 문제가 생겨 통증이 발생한 것을 단순히 허리질환으로 치부해 질병을 키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 어떤 ‘신장병’이 허리통증 나타내나?
우리 몸에서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영양분은 흡수하는 체내 정수기가 신장이다. 신장은 등허리에 가깝게 양쪽 옆구리에 주먹만한 크기로 2개가 존재한다.
문제는 신장을 둘러싸고 있는 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통증신경을 자극하게 되는 신우신염에 걸렸을 때 허리통증을 나타난다.
이처럼 세균감염에 의한 급성 신우신염과 함께 신장 및 요관에 결석이 생겼을 때에도 소변의 흐름이 차단돼 극심한 허리통증이 생긴다.
급성 신우신염은 옆구리 통증과 더불어 고열, 오한 등 전신 감염증과 구토 등이 함께 나타나며 옆구리나 등을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면 아프다.
반면 결석(돌) 때문에 생기는 허리통증은 결석의 위치에 따라 아랫배 쪽으로 뻗치면서 아프거나 주기적으로 참을 수 없는 통증과 혈뇨(피오줌)를 보인다.
강북삼성병원 신장내과 김향 교수는 “흔히 옆구리가 아프면 신장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신장의 염증이나 결석이 생긴 경우를 제외하면 신장자체에 문제가 생겨 옆구리가 아픈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또한 신장에 종양이 생겼을 때에도 허리통증과 옆구리가 결린다. 비록 신장암의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더라도 그 크기가 4cm를 넘어서 신장 기능의 70~80% 가량을 발휘하지 못할 때에 이르면 종양이 다른 장기를 압박하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중대용산병원 신장내과 유석희 교수는 “신장병 중 급성신우신염, 신결석, 신장결핵병의 경우에도 통증이 발생하는데 등을 두드려 보는 방법과 복부촬영으로 진단한다”고 설명한다.
◇ 통증으로 알아보는 신장병의 정도는?
일반적으로 신장은 서서히 나빠지므로 요로결석을 제외한 신장기능이 저하되는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고, 신장기능이 최고 20%까지 발휘될 때까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흔히 신장을 침묵의 장기라고도 부르는데, 보통 나타나는 증상도 기운이 없고 속이 울렁거리는 등 비특이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타 질환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이 같은 특이성으로 인해 혈압이나 빈혈 등이 생겨서 진단을 받다가 소변검사, 혈액검사에서 우연히 신장에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윤모씨의 사례 역시 이미 신장종양이 많이 진행된 상태. 이 경우 종양이 양성이면 혈관 색전술을 사용해 혈액으로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도록 혈관을 차단하거나 종양을 제거하는 외과적 시술이 최선이다.
반면 종양이 악성일 경우 골스캔, 흉부엑스레이, 복부CT 촬영 등으로 다른 곳에 종양이 전이됐는지 검사한 뒤 약물치료와 외과적 수술을 검토한다.
이와 함께 신우신염, 요로결석은 초기에도 통증이 있으므로 항생제 투여와 결석제거 수술을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
하지만 신부전은 초기에 증상이 없고 심각하게 악화된 뒤에야 통증이 발생해 골칫거리로 남고 있다. 급성신부전이든 만성신부전이든 어느 날 갑자기 등에 가까운 옆구리에 통증이 발생했을 때에는 신장기능이 다 됐기 때문에 혈액투석 등으로 시급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국원자력병원 비뇨기과 조문기 과장은 “요로결석은 초기에도 등에 가까운 옆구리통증이 나타나는데 좌우대칭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방광이 위치한 하복부까지 통증이 이어지면 여성의 경우 골반염, 맹장염, 대장질환 등과 혼동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