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고정윤(33,가명)씨는 얼마 전부터 배변을 할 때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고 씨는 “변비라면 통증이 있을만하지만 정작 대변은 부드럽게 나온다”며 “대변이 나오기 전에 주로 따끔거리는데 그렇다고 큰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어느 과를 찾아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변비가 있으면서 통증이 있다면 당연히 항문질환을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대변은 부드러운데 배변을 할 때 통증이 있다면 어느 이유에서인지 쉽게 짐작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만약 부드러운 대변에 통증 그리고 여기에 평소 설사를 자주 한다면 혹은 항문 주변이 전체적으로 부은 듯하고 유난히 열감이 느껴지는 일이 반복되면 치루를 의심할 수 있다.
치루는 항문과 직장 사이의 항문샘에 세균이 침입, 곪은 후에 고름이 터진 구멍이 항문 옆으로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항문샘은 대변이 항문으로 나올 때 항문벽 손상 방지를 위해 미끈한 점액 즉 윤활 작용을 하는 점액을 만들어내는 샘으로 항문 주변에 약 6~12개 정도 분포한다.
항문질환 중 변비가 많은 영향을 주는 질환이 치열이라면 설사가 많은 영향을 주는 질환은 치루이다. 변비보다 설사가 치루의 주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설사를 하면서 설사물이 항문샘으로 침입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항문샘의 입구를 통해 대변 안에 있는 세균에 의한 감염에 의한 것이 약 90%~95%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등이 차지하며 결핵균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치루는 조직이 밀려나는 등의 증상이 크게 나타나지 않아 뾰루지 정도로 생각하고 연고나 항생제로 스스로 치료할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
강서송도병원 김건욱 부원장은 “항문주위 농양은 신체의 다른 부위의 농양과 달리 고름을 빼내도 완치가 되지 않고 재발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염증이 있는 항문샘이 항문관 내에 존재하고 항문에서 계속적으로 세균의 감염이 이루어져서 고름이 조금씩 나오거나, 혹은 막혔다가도 과음하거나 피곤할 때에 터져 나오는 소위 치루로 변하게 된다”고 충고한다.
무엇보다 항문질환 중에 가장 조기치료가 필요하다고 요구되는데, 방치할 경우와 조기 치료를 할 경우의 치료방법이 워낙 차이가 날 수 있다.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은 “치루 종양이 적고 아직 깊게 침범되지 않았다면 치루관을 절개하는 방식으로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며 “반면, 치루 종양이 많고 괄약근을 많이 침범한 경우엔 수술 부위가 광범위하므로 일부 치루관은 절개하지 않고 묶어주는 세톤법을 병행하거나 치루구멍을 조직으로 채우는 근충전술을 시행한다”고 설명한다.
다시 설명하면 치루치료의 최선의 방법은 외과적 수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조심할 점은 원인을 찾는 것이다. 대부분이 대변의 세균이 침범해 생기지만 크론병이나 결핵이 원인이라면 오히려 수술이 권해지지 않기도 한다.
결핵성 치루는 약물치료로도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고 크론병도 무리한 수술을 한다면 오히려 증상이 나빠질 수 있다.
더불어 전문의들은 치루가 수술을 요하는 만큼 꼭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치루 수술이 괄약근을 건드릴 수 있는데 괄약근은 한번 손상을 받으면 다시 붙지 않아 매우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
이와 함께 이 원장은 “치루는 수술이 실패하거나 재발하게 되는 주요 원인은 대부분 경험부족에서 비롯된다”며 “직장이나 항문의 괄약근 구조, 치루의 원인과 종류, 치루가 발생한 항문샘의 위치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치루 뿌리까지 치료하기 않으면 십중팔구 재발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일부는 고름 구멍이 남성 고환 쪽이나 다리, 여성의 질 속으로 터져 나오기도 하고 구멍 자체가 잠시 아물었다가 다시 감염돼 고름이 잡히는 과정을 반복해 만성치루로 진행되기도 하는데 이를 오래 방치할 경우 치루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치루암은 무척 드물기는 하지만 일단 발병했을 대에는 대부분 악성으로 잔여수명이 1년 전후인 치명적인 암인데 이때에는 치루수술로는 치료 할 수 없고 항문을 없애며 인공항문을 만드는 수술로 치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