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보다 환히 보이는 현재를 선호한다. 손에 거머쥘 수 없는 혼돈보다는 예측 가능한 질서를 만들고 싶어 한다. 어정쩡한 표현보다는 명확한 어휘로 정리된 완벽한 결과물을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때로는 실체가 없어 보이는 사랑과 평화, 그리움과 고마움이라는 느낌보다는 좋다, 나쁘다, 기쁘다, 슬프다처럼 구체적이고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더 쓸모 있다고 여긴다.
더디고 느린 것을 못 봐준다. 실력 없어 보이고 능력 부족한 사람을 가까이 두려고 하지 않는다. 연세 있으신 분들을 존경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사라져 없어져야 할 한낱 물건 취급하는 불쌍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미래라고 해서 모든 것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소중하고 오랫동안 붙들고 있어야 한 가치들이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있다.
시간 맞춰 돌아가는 기계처럼 딱딱 들어맞아야 성에 차고 배고픔과 연민은 쓸데없는 감정이며 고통이나 아픔은 기억조차 하지 말아야 할 쓰레기 취급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일까? 행복과 편안함일까?
미래의 모습을 다룬 『기억 전달자』를 통해 불완전해 보이는 우리의 모습이 결국 살아 있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며 우리가 호흡하고 있는 세상은 결코 완벽하게 착착 돌아갈 수 없는 세계임을 다시 생각한다. 새해가 되면 모두가 복 많이 받으라고 이야기한다. 하는 일 모두 잘 되라고 덕담을 주고받는다. 고통과 아픔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쟁과 싸움이 없는 평화의 세계가 되기를 바라지만 그 가운데에서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사랑을 실천해 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통을 느낄 수 없다면 병든 사람이다. 육체에 질병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마냥 좋은 감정만 느끼고 싶다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일 거다. 나쁜 것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 온전한 기억일 수 없다. 좋든 싫든 여러 기억들을 생각해 낸다는 것이 곧 살아 있다는 증거다.
기억을 전달하는 것도 기억을 보유하는 것도 고통을 수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