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에버소울은 방치형 게임입니다.
방치형 게임이 뭡니까?
시간 많이 써가면서, 매크로 돌려가면서 전선 뺑뺑이쳐야 성장할 수 있는, 그래서 하루 종일 백수처럼 붙잡고 있어야 남들보다 강해질 수 있는
그런 구조를 지양하고,
누구나 하루 1-2회 접속, 회당 30분~1시간 내외 시간을 투자하면서 꾸준히 접속하면 점차 성장할 수 있는, 즉 어떻게 보면 '할 게 별로 없는' 게임이 방치형 게임의 본질입니다.
2. 방치형 게임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럼 의문이 드실겁니다.
'할 게 없는 게임을 왜 하냐?'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과금도 빡세게 해서 정령들이 강해지고 아레나를 평정하고 우리 길드가 1등하고 길드를 내가 캐리하고 남들이 범접할 수 없는 높은 게이트 층수를 돌파하고 좋은 무기를 얻고...이것이 여태껏 수 많은 수집형 RPG게임의 주된 흥미 요소 였습니다.
저도 많은 게임은 아니지만 서머너즈워, 세븐나이츠, 음양사 등의 게임에 천 단위 과금을 하고 길드를 직접 운영하며 오래 간 즐겨보았던 입장에서 그 재미를 누구보다 즐기는 사람 중 한 명이며, 또 처음에 에버소울이라는 게임을 잘 모르고 다운 받을 때에는 오랜만에 그런 류의 내 취향에 맞는 게임이 나왔구나~ 하는 생각으로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전선이 막혔을 때 당황할 수밖에 없었죠. '아니 이전에 깼던 곳을 다시 소탕 못해? 그럼 난 어디서 커?'
할 게 없어지자 다른 요소들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저 원래 씹덕 취향은 전혀 아니라 스토리 같은거 관심 1도 없습니다. 무조건 스킵스킵에 리세마라 갓챠와 등급 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저도 할 게 없으니 관심을 가져보게 되더군요. 스토리 자체의 퀄이 대단히 좋다는 건 아니지만 아키 배드엔딩은 섬찟하기도 했고, 정보 찾아가며 트루엔딩 찍고 스킨을 얻는 맛도 있었습니다. 어떤 게임이 최신 OP캐릭터의 스킨을 스토리 몇개 봤다고 그냥 줍니까?
성우분들의 목소리도 너무 매력있어 유튜브에 가보니 성우들이 직접 인터뷰 한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 OST를 부르기도 하셨더라구요? 좋은 것도 있고 솔직히 별로인 것도(죄송)있었지만 들어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래같았으면 극혐했을 영지 꾸미기 같은 컨텐츠에 대한 생각도 좀 바뀌었습니다. 다른 분들
영지 돌아다니다보면 깜짝깜짝 놀라게 되더군요. 타일을 엄청나게 잘 활용하고, 또 이벤트 때 주어지는 한정판 꾸미기 재료들을 이용해서 저마다 개성있고 매력있는 영지를 꾸미고 계시더군요. 저는 아직 그들만큼 할 자신은 없지만 아무데나 빈 곳에 건물 처박고 영지레벨 높이는데만 관심을 가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름 규칙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일부 유저분들께는 이런 재미가 와 닿지 않으실 겁니다. 저 역시도 에버소울이 영지를 꾸며야하고 무슨 스토리도 봐야하고 알바도 돌려야하고 무엇보다도 이미 돌파한 스테이지는 다시 돌 수 없어서 성장하려면 기다려야한다는 사실을 애초에 알았다면 게임을 다운로드 받지도 않았을테니까요.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세상에는 생각보다 '강해지는 것' 보다 '꾸미는 것' 이나 '모으는 것' 등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많답니다. 그저 탭탭탭 화면 두드려서 해양생물 수집하는 게임, 그딴걸 왜 하나 싶으시겠지만 어비스리움 다운로드 수는 1000만+ 입니다. 이 외에도 단순히 마을을 꾸미거나 아르바이트 하는 게임, 꾸준히 하면 '내 공간'이 더 예뻐지고 내 취향으로 바뀌어 간다는 점과 그 재미만으로 꾸준히 1년 2년 3년 즐기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니 절대적인 수는 핵과금러분들보다 훨씬 많습니다.
방치형 게임의 기본적인 타겟고객층은 전선돌파, 게이트돌파를 누구보다도 빠르게 하시려는 핵과금러분들이 아니라 어쩌면 영지컨텐츠, 스토리컨텐츠, 미니게임 등을 소소하게 즐기시며 중소과금을 하시는분들이고, 어쩌면 게임의 본질 상 그러해야하기도 합니다. 노가다로 더 빠르게 강해지는 경로가 생기는 순간, 이 게임은 방치형 수집 RPG의 본질을 잃게 됩니다. 물론 이원적으로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유저들과 소소한 꾸미기나 수집을 즐기는 유저들로 대분하여 둘 다를 만족시키기 위한 길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고 개발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도 아니겠지만 글쎄요. 여태껏 모두를 잡겠다고 게임이 짬뽕화되고 원래의 정체성을 잃고 유저층이 나뉜 게임중에 롱런한게 있었던가요? 개발사 측에서도 고민이 많을 겁니다.
3. 에버소울은 길게 보고 나온 게임입니다.
많은 분들이 게임의 업데이트 방향 등을 보시고는 '에버소울이 유저들의 돈을 빨고 금방 서버 종료하고 먹튀할 심산으로 보인다'고 주장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여기 핵과금러분들중에 돈 빠는데 혈안이 되는 게임 해 보신 분들 많지 않습니까? 돈을 빨고 싶었다면 에버소울처럼 보상구조를 짜지 않습니다. 과금액이 올라갈수록 더 확실하게 성장하고 강해지는,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는"구조가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에버소울은 오히려 "시간만 넉넉히 가질 마음이면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구조에 가깝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핵과금러의 불만도 사실 이 부분에 있구요.
그리고 단기간에 먹튀를 하고 싶었다면 미리 그런 돈 쓰기 좋은 성장을 위한 컨텐츠를 훨씬 더 많이 마련해서 나왔을겁니다. 동일한 몹 등장하는 스테이지에 레벨만 높여서 하드모드 헬모드 적용하는 것, 탑 층수 무제한으로 만들고 보상 설정해두는 것, 솔직히 미니게임 하나 만드는것보다 훨 쉽습니다. 그렇게 해서 출시했다면 핵과금러들 돈 더 빨기 좋았겠죠. 무과금들이 땀 뻘뻘흘리면서 치는 보스 내 아키가 한대 치면 킬, 오리진 장비 수급 쫙쫙하면서 우리 길드를 내가 먹여살리고 사람들이 형님형님하고.. 돈 쓸 맛 납니다.
근데 그러다보면 어떻게 됩니까? 일부 핵과금러 1% 그들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지는 부류 10%, 그리고 과금은 언감생심 조금 즐기다 과금 없이 더 이상 미래를 생각하기 어려운 단계가 오면 미련없이 다른 갓챠 게임 찾아가는 무소과금러 90%로 유저들이 분류되고, 결국엔 게임이 휑해지면서 여기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1년 내외 운영하다 서버종료 하겠죠.
에버소울은 무려(?) 길드레이드도 없이 출시했습니다. 천사, 악마 정령은 한 마리씩밖에 없었구요. 선별소환에서는 리세마라 할 필요 없이 원하는 정령 한 마리를 들고 들어갈 수 있고 티켓 꾸준히 뿌립니다. 악마정령도 픽업으로 뽑을 수 있고, 천사와 악마 정령의 성능이 다른것을 압살하지도 않습니다. 빠르게 돈 땡기는게 목적이었으면 바보도 아니고 그렇게 했겠습니까?
에버소울은 길게 보고 나왔습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매력적인 정령들이 등장할 것이고 밸런스 패치도 이루어질겁니다. 어떤 밸붕 OP의 등장과 과금이 아니면 그걸 손에 넣을 수 없는, 일부 핵과금러가 밸런스를 붕괴시키고 나머지는 박탈감에 빠지는 그런 게임이 아니라 누구라도 꾸준히 오래 즐기다보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고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그런 게임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4. 에버소울의 미래
아직 출시 된 지 100일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 중에 유저 2-3000명 빠져나가시는 분들은 과금러의 비중이 높을 것이고, 단기적으로 회사에도 부담이 되겠지요. 그 빠져나가시는 분들은 아마 과금에 좀 더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고,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이른 바 '할 게 많은'게임으로 옮길 것이고 거기서 더욱 만족을 느끼시겠지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 분들은 이 게임과 그냥 추구하는 바가 달랐던 분들이고 에버소울이 잡을 수 없는 분들이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핵과금러와 무소과금러 모두가 장기적으로 자신의 과금 포지션에 만족하면서 오래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 그런 게임은 개념상 존재할 수 없습니다. 혹시 있다면 직접 만드시거나 능력이 없다면 아이디어만 들고 게임사 문 두드려보세요. 준재벌이 되실 수 있을겁니다.
결국 어떤 게임이든 장기적으로 오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게임으로 남기 위해서는 정체성과 타겟 고객층을 분명히 잡고 그것을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보는데, 그런 점에서 에버소울은 좀 애매한 포지션에 있는 건 맞는 듯 합니다. 애초에 애매한 컨셉을 들고 나왔으니까요. 원래 애매하면 이쪽 저쪽에서 다 두들겨 맞기 마련이고 지금 딱 그런 상태로 보이네요. 서브컬쳐가 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런쪽으로 갓벽하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완전 성장 지향적인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도 못하구요.
하지만 저는 소통지향적인 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제가 게임을 한 3-4년 쉬어서 최근 트렌드는 잘 모르지만 길드레이드, 미니게임, 챔스아레나 등등 대규모 업데이트했다가 맘에 안든다고 아우성친다고 며칠만에 공지올리고 바로 수정하는 것 보고 솔직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피드백이 확실하다고? 개발 해보신분들 얼마나 계신지 모르겠지만 어떤 기능을 새로 오류 없이 구현해서 수만 ~수십만 단위의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게 그냥 짠 하면 짠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운영 주체가 개인이 아니라 회사인 이상 의사결정과정에도 불가피하게 시간이 소요될텐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정도면 피드백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편이라고 봅니다. 대신 방치형 게임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요구에 대하여는 반영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되구요.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원하는 요구를 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면서 게임도 발전해나가겠지요. 하지만 중간중간 저 사람은 형사고소가 무섭지 않나 싶은 일부 명예훼손적인 모욕성 발언들은 솔직히 조금 보기 좋지 않습니다. 게임에 돈을 많이 박았다고 벌금 깎아주는건 아닙니다.
아무쪼록, 기존에 제가 즐기던 게임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저는 오랜만에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임을 만났습니다. 제가 즐겨온 게임(서머너즈워, 세나) 등 보시면 취향 딱 나오죠? 다른 수많은 수집형 RPG 게임이 넘쳐나는 시대에 에버소울인지 머시긴지 걍 버리고 딴 게임으로 갈아타지 않고 좋은소리든 쓴소리든 여기서 하고 있는 분들 다들 이 게임이 오래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으면 하는 마음 하나는 저와 같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최근 로드맵이 나오면서 게임의 정체성, 업데이트 방향에 대해 의견들이 많으신 것 같아 저도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개진해보았습니다. 본 글과 이하 댓글들이 앞으로 에버소울이 더욱 갓겜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전적인 논의의 장이 되길 희망합니다.
첫댓글 하루30분? 좋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런데 뽑기 돈써서 했는데 테스트모드 들어가서 꽃때리고 있어야 됩니다. 이게 맞나요?
아니죠.. 진저님처럼 빠른 성장을 추구하시는 분께는 이런 방치형 게임은 돈 써도 할 게 없는, 컨텐츠가 부족한 노잼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날씬타마마 과금러 들이 바라는게 숙제를 많이 주라는게 아니고 돈썼으면 돈쓴거 만지게 해달라는겁니다. 컨텐츠 만들기 싫으면 차라리 아레나 다야소모없이 무한대 가능하게 하던지요 그럼 할거있으니 징징대는 말도없을겁니다
@날씬타마마 문제는 과금러님들이 할게 없다는게 가장큰문제죠
또한 경쟁구도, 즉 아레나 연구라도 할맛이 나야하는데.... 아레나도 약한사람 치면 그만인지라...연구할맛도 안나서 성장할 의욕이라던가 연구할맛이 없다는게 함정인거 같아요....
저같은 소과금러들은 아직도 할게 남아있지만
방치형이든 뭐시기든 게임사도 결국 이윤을 추구하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헤비 과금러분들께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무엇이든 즐길 수 있는게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인식하고 있으리라 봅니다.
다만 오래 게임을 들고 갈 유저들 또한 고려할 수 밖에 없는 방치형 게임의 특성상 과금으로 압도적인 격차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밸런스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여기는 강하신분들이 많겠지만..게임 전체로 볼 때 진저님 같은 분들은 아마 아웃라이어 중의 아웃라이어이실 겁니다. 조금만 여유있게 기다려보시죠:)
어느정도 비슷한 생각이긴한데..
다음 이벤트 재화푸는거만 좀 더 맘에 들면 좋겠어요^^
뽑기야 과금력 선택인거 인정하는데
이벤트는 노력으로도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좀 내주기를ㅠㅠ
이번엔 10단계하면. 상점서 모든거 살수 있게 해준다고 로드맵에서 맵히가 말했자나요
@진저 문방구 외에도
경품뽑기? 메피잡고 하는거는 따로 패키지도 팔아서 거기서도 클레르 기억이 랜덤하게 뜨는거 같아서요ㅋㅋㅋ
어머! 구구절절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계시네요🫢
저 또한 그런 생각으로 살 것 사면서
천천히 즐기고 있답니다.
뭔가 게임의 방향성이 그저 다른 게임들과
똑같이 자극적인 양산형을 추구했다면
이런 식으로 운영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많은 유저분들이 그 자극에 익숙해져 있고
또한 거기에 한국인의 급한 습성까지 곁들어져
지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이 게임은 이 게임만의 방향성을 잘 잡고
그 길로 꾸준히 가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원래 두개의 토끼를 잡는 건 힘드니까요👏🏻
과금러들 떠나면 겜은 망하게 되어있음
로드맵 보면 컨텐츠는 나중에 나오고 영웅만 찍어내더군요 달갑지 않습니다
저는 뽑기가 메인 컨텐츠라 ㅋㅋ 천악은 풀초월까지 뽑을거같네요. 아레나 조합짜는것도 재밌구요. 할거 없다 하는데... 당장 내일부터 길레이고 좀 지나면 이벤트에 전선까지 나와요.
듀랑고2 나오기전까지 에버소울 꾸미기로~